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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n 16. 2024

라라 언니, 이길 끝엔 뭐가 나올까요?

라라 언니, 결국은 해피 엔딩이겠지?

라라 언니, 안녕하세요?

북클럽하며 언니를 알게 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언니와 나, 이렇게 글로 연결된 우리가 작은 시작을 약속하며, 두려움 보단 설렘이 더 커서 기뻐요..


세상에는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게 될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된다는데, 언니랑은 좀 특별한 인연인가 봐요.


전혀 연결고리가 없던 언니를 코로나 시즌 북클럽으로 알게 된 것도 재밌고, 긴 시간이 쌓이며 친해진 것도 신기하고, 모든 게 꿈같아요. 예정에 없던 시나리오인데 그게 없으면 너무 허전했을 것  같은 장면이랄까요.


코로나가 나빴던 것만은 아니죠..

치열하게 삶을 묻고, 존재 방식을 바꾸고, 인간관계를 새로 하게 되었으니까요..


우리 북클럽이 시작되었을 때, 다들 절박한 느낌이었죠.. 일자리의 불안, 엄마로서의 위기, 성장하고 싶은 열망과 멈춰 서 있는 자신에 대한 좌절감. 모두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어려운 시간 버텨낸 것이 아닐까요..


그 모든 힘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우울과 불안이 좀 잠잠해졌어요. 그날의 혼돈의 우리와 정말 달라진 정체성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그럼에도 여전히 때로 삶의 사건들 앞에서 또 무너지고, 흔들리고, 우울하고, 불안해서 언니에게 씁니다. 그리고 물어요..



언니도

나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을까요? 혹시 있었다면 그 죽고 싶은 마음에서 살고 싶은 마음으로 어떻게 걸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엄마 아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죽고 싶다는 마음이 사치로 느껴져서.. 사라지고 싶다는 말로 순화시켜 보았지만 여전히 그때의 절박함은 죽고 싶음과 가까운 날것의 감정들이었거든요.



그때의 나는, 죽고 싶다는 말을 뱉어내기조차 어려운, 죽고  싶은 순간까지 미움받을 용기가 없던 아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지금 몇 해가 흐른 후의 나는 이제야 말해 봅니다


그때, 나를 돌보려 책을 썼었죠..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라고 제목도 붙여 보고요.. 그런데 다시 회상하며 고백하자면, 진짜 사라지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확, 죽어 버리고 싶었던 시간이었어요.


바보 같이 사는 내가 너무 싫고, 남편도 싫고, 아빠도 싫고,  심지어 원망할 일이 1도 없었던 착하고 감사한 엄마마저  싫어졌던 고통 속에서 살았다고요.. 아이들에겐 나약한  엄마라서 미안하고,  부모처럼 아껴주고 챙겨 줬던 친정 언니 형부에겐 미안한, 그저 미안하고 미안한 나..


나는 왜 그 지경까지 나를 몰고 갔을까요?

왜 그렇게 내가 나를 괴롭혔을까요?


글을 쓰며 나를 만났어요. 나약하고 아프던 그날의 나를  한 순간 한 순간 만나고 만나서 진한 포옹을 것 같아요.


언니도 스스로가 싫어서 어딘가로 도망쳤던 순간이 있나요?


저는 그렇게 죽고 싶은 마음을 만나서, 그래도 살아야겠기에, 결국 글 속으로 도망쳤어요.

글 속에서는 미안하지 않아도 되고, 아프다고 하면 다 수용받을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다고 할까요?


언니의 도피처는 무엇이었을까요?


첫 편지에 뭘 쓸지 몰라 한 참을 망설였는데 막상 글을 시작하니, 언니에게 궁금증이 더 커져만 가네요..


우리가 도대체 한 사람과 친해진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요? 언니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도, 아직 언니에 대해 모르는 것들

투성이에요.



내 눈에 언닌, 참 용감하고, 당차고, 관계도 잘해나가는 멋있는 언니인데, 언니는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부디 언니가 언니를 향한 시선이 한없이 관대하고 멋있었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언니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두서없이 첫 글을 써보며, 오늘 잠시,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어쩌면, 코로나까지 터트려주면서, 우주가 연결해 준 인연들은 아닐까? 만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우리였을까요? 그리고 함께 뭔가 해보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은 오늘이에요.


이 속삭임이 언젠가 천둥소리처럼 커져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때까지, 우리 함께 계속 글 쓰면서 더 사고도  볼까요?


그렇게 한번 끝까지 가보면 좋겠어요.

이 길 끝엔 뭐가 나올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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