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음이 좋지 않아서 이유를 찾다가 저녁 7~8시부터 잠을 자기 시작했다. 불금인데 나는 왜 이렇게 에너지가 별로였을까? 몸도 좀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 그런 마음은 오랜만이다. 요즘 고에너지로 살고 있는데 오래간만에 이런 기분, 에너지 상태가 찾아온 것이다. 마음이 안 좋으면 잠을 주로 잔다. 자고 일어나면 좀 회복이 되고 자면서 뭔가 내적인 치유가 일어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일종의 잠으로 불편한 마음을 도피함)
어제의 하루를 따라가본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체해서 보건실에서 쉬다가 왔다고 한다. 보건 선생님께서 오늘 저녁은 죽을 먹으라고 했다고 해서 나는 저녁에 딸아이 죽을 만들었다. 죽을 만들면서 하얀 죽이 폭폭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며 잠시 멍을 때렸다.
다시 잠자던 시간으로 돌아가서,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 억지로 잠에 드니 선잠을 자고 꿈을 꾸기 시작한다. 꿈을 꾸다 깨어나면 그 꿈에 대해 생각하다 또 잠이 든다. 이번 꿈에서는 대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다른 친구들이 다 먼저 졸업을 했는데 나만 졸업을 하지 못해서 혼자 추가 강의를 어린 학번의 친구들과 들어야 하는 상황에 괴로워하는 내가 나왔다.
꿈속에서 나는 걱정을 했다. 졸업 못하면 어쩌지? 나보다 몇 살이나 어린 친구들과 어떻게 친하게 지내지? 졸업장 없으면 살기 힘드나? 등등 나는 그런 꿈을 꾸다가 깨었는데 꿈에서 깨자마자 알게 되었다. 아.. 내가 그 시절 힘들었구나.. 대학 그 시절, 나는 실제로 다른 친구들보다 졸업을 한참 나중에 했고, 여러 이유로 일반적이지 않은 대학 생활이었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왜 이런 꿈을 하필 지금 꾸게 된 거지?
이게 지금 내가 가진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관계로 인한 두려움. 그 시절 나 혼자만 뒤처지고(졸업을 늦게 하고, 휴학을 하게 된 상황 등)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집착,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떠올랐다. 꿈속에서 새로운 어린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커다란 두려움이었다. 그것이 지금 내가 맞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꾸준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깊이 뿌리박힌 애정욕구가 있음을 이해했다. 상황에 따라 누군가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그건 나의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는 수업에 제대로 마무리 인사를 하지 못한 채(내 계획이 틀어진 사건) 종료가 되었고, 그 과정을 내가 매니저에게 다시 확인을 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내 책임으로 질책하는 내 마음을 만난다. 어찌 보면 매니저도 마지막 주가 시작된 초반부에 상기시켜 주셔야 할 부분이 될 수도 있는데 굳이 내 잘못만은 아닌 것을 내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이 생기면 뭔가 탓을 하고 싶은 마음은 뭘까? 자책이든 남 탓이든 탓하고 싶은 마음을 일단 한번 본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떠나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으니, 아쉬움이었다. 3개월 조금 넘게 지속된 과정이 끝나는 시점, 나는 많이 아쉬웠다. 그만큼 수업을 즐겁게 진행했고, 열정적으로 지낸 시간이라 끝남이 그냥 섭섭하고 아위 쉬웠음에 대한 마음을 만난다. 그리고 마무리 인사를 잘 하고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두 번째.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나는 상실감을 느낀 것이구나.
그리고 상실감에 대한 나의 속상한 마음을 위로해 주려고 갑자기 종료된 느낌에서 한 번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더 주려고 결론지었다. 다음 주에는 공식적으로 예정된 기업 수업 일정은 아닐지라도 시간을 내어 잠시 올수 있는 학습자와는 일전에 준비한 간단한 먹거리와 마무리 인사를 나눌 시간을 가질 것이란 것. 물론 미리 여쭤보고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겠지만 한두 분이라도 오시면 만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니 돌덩이처럼 무겁던 마음이 가벼워졌다. 언제부터일까? 헤어짐은 늘 아쉽다. 좋아하는 만큼 아쉬운 법인가? 인연이 짧아서 더 그런 것일까? 왜인지 모르겠으나, 살면 살수록 만남과 헤어짐이 쉬워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더 어렵다. 그렇다고 정을 안 쏟을 수도 없으니 그냥 만남의 속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좋은 것만 어찌할 수 있으랴. 동전의 양면인 것을.
다시 어젯밤으로 돌아가서.
나는 오랜만에 불편한 마음을 만나 긴긴 꿈까지 꾸며 오늘 아침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그 마음들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해소한다. 이렇게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이제는 체한 것처럼 몹시 불편하다. 그러니 내게 이 글쓰기의 장 블로그는 마음 처방 주치의인 것이다. 글을 써야 만난다. 아니면 막연한 감정들만을 느낄 뿐이다.
"행동하라, 그러니 행동하라", "Just do it "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글쓰는 행동이 더 밝고 맑아진 내 마음을 만들어낸다. 속이 후련한 이 느낌이 좋아서 또 쓸 것이다. 내가 쓰는 글들이 누군가에게 또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작은 힌트가 되길 바라며 쓴다. 나 혼자만 쓰면 일기 글이지만 내가 내게 일어난 일을 통해 배운 점들을 같이 잘 녹여 쓰면 타인에게도 귀감이 되는 글임을 안다.
내게 행동하는 일은 글쓰기였다. 무거운 마음을 돌보는 일의 작은 시작, 그 행동은 노트북위에 손을 얹기가 첫번째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을 모으면 온 우주가 돕는다. 해야할 말들을 정리해주고 깨달음을 얻도록 멈추는 시간도 선물한다. 글쓰다 소름돋는 경험도 그 일종일 것이다.
삶은 혼자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거대한 하나의 우주 시스템이다. 내가 있어 당신이 있고 당신이 있어 내가 있으며 그 모든 연기적 시스템이 삶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존재한다. 이 중중무진의 거대한 우주, 연결 속에서 한 먼지 조각이지만 어딘가에게 가닿을 것임을 확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