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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방향키, 환경!

환경 제한을 통해 다른 문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최고의 방향키, 환경!

“아버지께서 갑자기 퇴직을 하셔서 학비를 제가 벌어야 해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만두고 취업을 해야 해요.”

현진씨는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자신의 꿈과 상관없이 갑작스런 상황에 놓여있어서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친구들은 넉넉한 시간을 두고 휴학하면서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데 가정형편 때문에 휴학도 못하고 곧바로 취업 준비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부모님은 “우리 시절엔 휴학도 없었어. 곧바로 취업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다그치니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더더욱 속상하다. 달리는 경주마들 가운데 갑자기 낀 당나귀가 된 기분이다. 친구들처럼 취업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준비도 못했고 준비할 시간도 없는데 지금 취업할 수 있을까요?”

인문계 취업에는 직무경험이 중요한데 현진씨는 다행히도 패밀리 레스토랑과 휴대폰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한 경험이 있었다. 일을 할 때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에 비해 잘 했고, 손님을 응대할 때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손님들이 메뉴를 물어보는 경우를 대비해서 매장에서 권하는 메뉴 외에도 그들의 연령대와 자주 선택하는 메뉴를 연결시켜서 기억해두었다. 손님들이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면 유사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골랐던 메뉴를 기억해내서 추천했다고 했다. 기억력이 좋았고 손님들 입장에서 생각하니 일할 때 흥이 났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판단하여 고객 응대하는 분야로 방향을 설정하고 취업활동에 뛰어들었다. 

기업설명회 및 상담을 꼬박꼬박 받았다. 틈틈이 인적성검사준비를 하고 수차례의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고 수십통의 입사서류를 제출했다. 다행히 몇 곳에서 통과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신뢰로운 분위기에 웃는 인상이어서 직무관련된 경험을 제대로 표현만 하면 합격이 예상되었다. 긴장으로 무릎을 떨면서도 웃음 띤 얼굴을 유지하면서 수없이 면접연습을 했다. 어느 초여름, 현진씨는 밝게 상기된 표정으로 합격소식을 가져왔다. 첫 취업준비 시즌에 입사를 할 줄 몰랐다고 감격스러했다. 취업 준비에 1년 이상의 공을 들인 사람들도 낙방하기 일쑤인데 그가 해냈으니 대견스러웠다. 경제적 이유로 갑자기 학업이 아닌 일을 선택했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석사 이후에 취업하는 것과 지금 취업하는 건 시간의 차이 외에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석사를 하고 취업을 한다면 자신이 목표했던 바여서 좋겠지만, 그보다는 현재의 고객 응대 분야를 준비할수록 자신과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고 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서둘렀던 그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어떤 환경에 놓였을 때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보다 긍정적으로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을 바라보면 분명히 길은 보인다. 자신이 한 최선의 선택이 자신에게 항상 최상의 선택은 아니다. 선택 이후의 삶이 중요하다. 현진씨가 ‘왜 나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에 얽매였다면, 언제까지나 가지 못한 길에 마음이 매였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상의 결과를 거뒀다. 

흙수저 출신, 경력 단절 주부, 계약직 연구교수, 깨뜨려야 할 유리 천장….’ 환경 속에서 자신을 선택해간 박은정 교수의 이야기이다. 의대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전액장학금을 주는 건강관리학과로 진학한다. 한국전력에 입사하는데 결혼 후 임신으로 퇴사하여 경력단절 여성이 된다. 백혈병에 걸린 자녀, 친청엄마의 췌장암, 시아버지의 식도암을 간병하며 가족들이 병에 걸리는 원인을 고민하게 된다. 생활 주변의 오염물질이 만병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박사과정에서 ‘환경성 질환 원인 규명’을 주제로 나노 독성학을 연구했다. 현재 50세로 아주대 의대 연구교수로 일하는데 뛰어난 연구물들로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연구성과 세계 상위 1% 연구자(HCR)에 올랐다. 

박은정 교수가 가정형편이 풍족해서 의대를 진학할 수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의대에 진학을 했을 것이고 의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의사로서도 성공했을 수 있다. 하지만 박은정 교수는 주어진 상황속에서 선택을 이어갔고 그 선택 속에서 적용점을 찾았다. 의사가 아닌 연구교수가 되었다. 나노 독성학 연구성과로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오르는 명예를 가질 수 있었다. 

가족들의 아픔과 연관된 연구였기에 더 집중하고 몰입했을 수 있다.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박은정 교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환경’이 진로 결정에 대한 방향키 일 수 있다.

진로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는 어쩌면 모든 경우의 문이 다 열려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성인으로서 자신의 시간과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현실이 어마어마한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이 시대에 ‘책임’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만 같이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부담을 안은 채 제한적 조건 속에 놓인 사람들은 상담실에서 한숨과 눈물을 쏟아내고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해 나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서 해내야겠다는 꿈에 대한 <확고히 유형 >

졸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도피용으로 휴학, 유학, 고시를 생각했음을 아는 <두려워 유형>

그냥 부모님의 제안을 따르겠다는 <따르리 유형>

생각해보니 지금 맞는 것을 찾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적응하리 유형 > 등.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가지면 깨닫거나 느낄 수 있다. 그런 기회를 갖는다는 건 횡재다. 

불평불만하기 보다 주어진 것을 면밀히 보고 최선의 선택과 적극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지는  않다. 현진씨나 박은정교수에게 제한된 환경은 선택을 돕는 방향키였다. 선택이후에는 주어진 일에 몰두하여 준비하였다. 좌절하기보다 방향키라고 인지하면 희망이 보인다.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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