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월요병이 없는데 그건 좋아하는 일을 해서, 혹은 일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다.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는 스필버그처럼 말이야. (갑자기 나 자신이 재수가 없어지네)
한국 직장인에게 월요병이 있다면
유럽에서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나에겐 주말병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월요일에 일과가 시작하고 아무리 바빠도 주말, 주일에는 짧더라도 쉼이 있다. 프리랜서라서 그 쉼이 주중에 있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나는 주중과 주말의 경계가 사라졌고 프리랜서라서 갖는 짧은 쉼도 사라진다. 매일 마다 2만보씩 걷고 숙박, 투어, 교통편, 시티패스 등 여행계획을 세우고 예약하고 실행하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먹고 놀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지 않으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이었다. 그렇게 직장인처럼 주 7일 여행을 하니 주말이 되면 모든 체력이 방전되어 주말병이 생겼다. 주기가 도시별로 일주일 혹은 5일 간격으로 찾아왔다.
마음은 행복한데 몸은 아프다고 아우성이라니.
유럽여행에 쓸 체력을 위해 한국에서 매일 1시간~ 1시간 30분씩 운동을 했다.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근력과 걷고 달리기를 반복해서 만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호스텔(집) 상황에 따라 혹은 호스텔 (집) 앞 공원에서 운동을 이어간다. 나에게 여행은 며칠이 아니라 두 달 이상을 살아가는 일상이어서 유지가 중요했다. 가급적이면 주스보다는 생과일을, 정제된 밀가루를 덜 먹고 통밀, 야채, 단백질, 견과류, 강황가루 등을 골고루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쉼이 없는 여행이라 탈이 나더라. 룸메이트들 중에서 늦게 들어가고 일찍 나오는 생활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주말병이 오면 집에 갈 체력도 바닥이 난 터라 길거리에서 응급처치를 했다. 마트에서 구매한 오렌지, 생강진액 등을 급히 수혈(?)을 하면 정신이 돌아왔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이상을 감지하고 하루를 쉬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몸의 소리에 말을 듣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둔감했던 거다. 이 이야기를 듣던 지인이
“응급처치 말고 그냥 집에 들어가면 안 돼요?”
라고 묻는데
집에 들어갈 체력조차 안 될 정도였으니 너무 심하게 몸을 굴렸다. 그렇게 여행기간 동안 주말병과 친구가 된다.
결국 여행지 마지막인 톨레도에서 너무 힘이 없어서 여행을 단념하고 호텔 카페에 앉아서 2시간을 멍하니 있어야 했다.
톨레도 호텔 카페, 내게 생기를 준 음료와 초콜릿 서비스
체크아웃을 한 모든 사람들은 길을 떠났는데 나만 남아서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니, 못 말려 정말. 사실 기운이 없는 건 무척 다행이었다.
진짜 집, 한국의 나의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결정적인 생각을 드디어 하게 되었으니까.
꺄악, 얼마나 좋아.
톨레도의 멋진 장소
유럽여행 첫 도시였던 런던에서 하루하루 보내면서 여행일정이 69, 68일로 깎여가는 것을 슬퍼했던 마음이, 포르투갈에서는 남은 여행기간이 2주나 남았다며 안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톨레도에서 드디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니 기뻤다.
사실 고민이었다. 마지막 날까지 집에 가고 싶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으니까.
주말병의 승리다.
톨레도 국영호텔 파라도르
(이 글을 가족들이 읽고 있는데…… 가족 여러분, 미안합니다. 여러분도 사실은 제 마음을 아셨죠?~~~ 이해해 줘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