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각국의 역사와 시대상황을 훑은 뒤 살핀 러일전쟁은 기존과는 차원이 다르게 보인다.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근현대사의 서술이 얼마나 빈약한지도... 가슴 터질 듯 갑갑하다.
120년 전 한반도는 나라가 완전히 아작나버리는 순간에도 국제관계에서 의리, 신의를 따지고 있었고, 자기논리와 명분 그리고 환상에 빠진 채 폭풍분열했다. 일본제국은 좌충우돌하며 깨지고 깨치면서 한반도를 그대로 집어삼키고 세계가 인정하는 제국이 됐다.
러일전쟁/태평양 전쟁 등을 이끈 이들, 아베를 위시한 현 일본정권도 “요시다 쇼인”의 그림자 아래에 있다는 사실,
2019년 한반도 상황이 러일전쟁 당시의 패러다임과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사실,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 지면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
유사이래 인류는 전쟁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
전쟁은 늙은이가 결정하고, 젊은이가 나가서 죽는 것
이라는 비공식진리가 왠지 씁쓸하다.
‘김정은은 젊은이답게 예의도 바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몽환적 생각을 갖고 있는 국가지도자, 그에 대해 일말의 비판의식 없이 용비어천가 부르며 충성이라고 착각하는 고위공직자들..
역사의 반복성과 관성을 거스르기란 하늘의 별따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는 요즘이다. 어쩌면, 익숙한 세계관과 기존의 앎에 머물러있는 자아를 뛰어넘기 위한 도전만이 생존을 위한 작은 열쇠이지 않을까.
+ 덕수궁 인근에 아관파천 – 명성황후(민비)가 일본에 의해 살해된 뒤 고종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한 사건 - 경로를 복원했으니 걸어보라고 홍보하기보다, 왜 그래야 했는지, 당시 얼마나 지피지기 못하고 당하게 됐는지 등을 정확히 알리는 게 더 중요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