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품이 나오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홍보를 위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 포토그래퍼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로만 생각하면 쉽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제일 어려운 작업이다. 내 생각, 내 취향이 문제가 아니라 보고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 '나는 이 색은 별론데', '너무 사실적인거 아냐?' 이러는 사람이 3-4명만 된다고 보면, 점점 열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준'이 있으면 잔소리가 줄어들지 않겠냐고? 분명히 있다. 당연히. 100페이지는 될, 브랜드 사진 가이드라인이 엄연히 있지만, 상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에이- 가이드라인 사진 별로야. 이런게 낫지 않아?' 라며 본인 취향의 사진을 들이민다. 브랜드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아니 사진이 더 브랜드 색깔을 지켜야 할 수단이라고. 마케팅 사람들이 하는 일을 (대부분 취향이 연결되고, 눈에 보이는 일이니 실행하기 쉬운 일이라 생각하지만) 가만히 두어 달라고!
여하튼, 가이드라인에 맞는 사진 스타일을 가진 사진작가를 찾아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우리 브랜드와 색깔이 맞는 작가를 찾고, 어떤 사진을 몇 장 찍을 지 리스트업을 해서 견적을 받고 계약을 체결한다. 때론 스타일리스트도 필요하다. 사진을 찍는 것과 리터칭, 스타일링은 모두 다 다른 전문 분야라는 것을 내부에 설득하는 일도 중간에 낀다.
촬영 전 필요한 소품, 햇빛에 맞는 시간 등을 잘 조정하여 일정을 정하고 필요하면 모델도 섭외 하는데 모델 섭외 시에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메이크업, 의상, 네일(손 발이 나오면) 등등 모델의 요구사항과 푸념도 잘 들어준 후 모델 계약서도 작성한다. 초상권, 동영상의 경우 영사에 있는 목소리 및 움직임 등도 사용을 허락한다는 계약을 해야 안전하다.
대망의 촬영 날. 가벼운 옷과 편안한 신발을 신고 '무슨일이든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자세로 임하면 된다. 갑자기 필요한 소품을 구해오고 사전에 논의/협의가 안된 장소가 갑자기 필요하면 사정하여 동의를 얻는다. (드론 촬영은 당일 협의가 절대 안되는 공군의 승인을 얻어야 하니 미리 미리 신청하고) 사진은 신기한 힘을 가져서 1-2mm의 앵글, 구도 변경으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오래걸린다. 오----래---- 걸린다.
물론, 이 만큼 상사들의 승인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촬영 당일 현장에서 파이널 앵글로 정한 사진을 그때그때 상사에게 보내 승인을 구하는게 좋더라. 큰 촬영의 경우 '레케'를 통해 사전에 구도를 승인 받아 놓는다.
촬영이 끝나면 사진 실장님이 1차 보정을 해서 보내 주시고, 이후 보정의 보정을 거쳐 최종본이 나온다.
어렵게 찍은 사진을 모두가 좋아하면 좋겠지만, 다시, 취향이 있는 일이라 그렇지 않으니 마지막 업무는 누가 뭐래도 웃어 넘기며 속으로 쌍욕을 날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