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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Mar 02. 2022

눈치9단의 병원 생활


2014년 암진단 이래로,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니 아마 일년에 1단씩이면 햇수로 9년이면 9단이다. 아마도.


왜 이리 장황하게 말을 시작하냐면, 오늘 그간 병원생활 도중 기억에도 없는 문전 박대를 당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친절을 기대하는 건 물론 아니다

대학병원에 예약 변경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이미 몇달씩 미리 예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는 늘 있고 오늘은 내가 거기에 해당된다.


실손보험혜택을 보는 나로서는 하루 2건의 진료를 받으면 보험청구 금액이 하루 청구할 금액을 넘어버린다

그런데 오늘이 그날이다. 2건이면 50만원 정도 나오므로 지난주에 일정을 조율해서 수욜은 주사, 목욜은 재활로 변경을 해놨다


그런데 막상 11시에 주사실에 도착하니 뽑은 대기 번호가 3자리수다. 전에 저 대기번호로 시간 반 여를 기다리고 다시 침대를  배정받는데 한시간을 더 기다렷던 적이 있다.

휴일 후라 며칠간의 환자가 다 몰리니 어쩔 도리가 없는 거라 이해를 하지만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사실 진료없이 주사가 예약된 경우에는 앞뒤로 하루 정도 미루거나 당길 여유가 있긴 하다.이미 잘 알고 있지만, 그놈의 내 노파심이 문제다. 알고 있지만 확인받고 싶은, 그게 문제다.

접수 대기가 바뀌는 틈으로 (정확히는 다음 번호의 환자가 걸어오는 찰나의 틈)오늘 복잡하니 내일 맞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 간호사 거두절미. 자기는 모르니 담당진료과에 문의 하란다. 헐, 내 진료번호를 찍으면 당장 나올텐데. 여지가 없이 자른다. 내 진료번호를 열려면 대기번호 뽑으란다.


헐 물으나마나 당연히 내일 맞아도 되는 주사를, 왜 이리 아마추어같이..  입이 댓발 나왔지만 일단 작전상 후퇴


꼬리를 축 내리고 재활과로 갔다 내일로 미뤄놓은 진료를 오늘 받을 수 없다면 꼼짝없이 반나절을 기다려 주사를 맞을 수밖에.


터덜터덜 재활병원으로 가니 익숙한 간호사는 보이지 않고 하얀 가운의 간호사가 데스크를 지키고 있다.


(자. 여기서 눈치 9단의 눈치보기가 시작된다.하얀 가운이면 어느 정도 직급인가. .. 사실 이 눈치보기는 처음 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음의 사건이 있기전에는)


보무도 당당하게 데스크로 걸어가 내일로 예정된 진료를 오늘 받을수 있느냐 물었다. 궁색하게 변명을 토달아. 원래는 오늘이었지만 내일로 변경했던. 그러면 좀더 사정을 봐줄까봐.

ㅡ간호사ㅡ안돼요. 당일접수 당일 진료는 안됩니다

ㅡ간호사ㅡ따르릉 ..어쩌고 저쩌고

ㅡ나ㅡ오늘 주사실이 복잡해서 거기 진료를 못 보게 되어 그럽니다

ㅡ따르릉ㅡ어쩌고 저쩌고

당일 10시 전에 와서 변경해야합니다


나한테 안된다고 설명하는 와중에 오는 전화는 꼬박 받는다. (이럴 때 앞에 사람을 세워두고 오는 전화 받는 게 맞는건지)


머리에 뚜껑이 열리려는데 담당간호사가 나왔다.계속 통화중인 데스크를 떠나 간호사에게 사정을 하니    원래는 안 되는데 오늘 환자가 많지 않으니 마지막 진료로 넣어주겠단다.

그런데 데스크 간호사가 전화를 마치고, 안된다고 햇는데 해주면 어쩌냐고 담당 책망한다.

이때 유니폼 색깔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상급자인지 알고도 남는다.


와, 뚜껑이 이미 열렷지만 다시 닫으며 담당간호사에게 나 때문에 곤란해지는거냐고 물었다.간호사는 곤란하지만 진료는 받고 가라고 다음에는 안 되는 겁니다,라고 한다.


좋은 소리 나올 일이 1도 없지만 데스크 간호사에게 나오면서 한마디 했다

오늘 제 사정으로 규정을 어겨서 미안하다. 편리를 봐줘서 잘 치료받고 간다.다음에는 이럴일 없을 거라고 말했다.

햇님과 바람에서도 햇님이 나그네 옷을 벗기지 않았나


아 진료를 다 마치고 카페에서 이 안 좋은 얘기를 안 좋은 부종있는 팔로 한시간째 쓰고 있다.


오늘 풀어버리고 내일 새벽같이 와서 주사를 맞아야지...



에이 꽃구경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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