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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자 Feb 14. 2024

대학원 복학 신청을 하며...이효리 "마음대로 살아라"

1년간의 대학원 휴학을 종료하고 최근 복학 신청을 했습니다. 2021년 상반기에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엄청나게 고민했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으니 석사라도 따서 뭔가 업그레이드를 하자는 마음도 있었고, 고만고만한 일들로는 자기계발이 안 되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어차피 망한(?) 인생이니 대학원이나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이 예정돼 있거나, 결혼할 생각이 있었다면 대학원을 안갔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 두개가 뭔 상관이냐고 말할 깨어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게 상관이 있지 왜 없습니까.


저는 미친듯이 고민했습니다. 학비도 만만치 않았고 석사가 제가 가져다 줄 무언가가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제가 가려는 학과는 문예창작....인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누가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학과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대학원마저 기자랍시고 신문방송학과를 갈 순 없잖아요. 낮에 기사쓰면 됐지 뭐 학교에서까지 기사를 써요. 안 해.


내 체력이 버틸 수 있을까, 금전 문제는 괜찮을까....고민하며 대학원 가도 괜찮을까요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하고 대학원 카페에 가입해서 질문을 해도... '회사에서 학비 지원해주는 거 아님 가지 마세요' '생각보다 얻는 거 없어요' 라는 답 보다 '하고 싶으면 해야 합니다'에 더 마음이 갔던 건, 그게 제 진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학교에 등록하고 써보지 않았던 형태의 글을 쓰고, 친해진 사람들과는 서로의 직업과 신상 등을 밝히지 않은 채 오로지 글로만 소통하는 희안한 교류를 했습니다.


아직도 이것이 제게 무엇을 가져다 줄지는 모르겠지만 꽤 즐거웠고 3학기 중 건강에 문제가 생긴 저는 1년간 휴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복학을 하며 도저히 일주일에 2번 학교에 나갈 자신이 없어 다시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조금 무리를 해서 2학기 안에 학업을 마무리할 것인가, 아니면 1학기 등록금을 추가로 내고 3학기에 마무리 할 것인가. 또 돈과 건강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제 형편이라면 좀 무리해서 2학기 안에 마무리 하는 게 맞겠지만 사실 저는 아프고 난 후에 무리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상태거든요.


그러던 중 오늘 이효리의 국민대 축사를 봤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


https://www.news1.kr/articles/5320007


이효리의 국민대 졸업식 축사는 방시혁이 서울대 졸업식에서 했던 축사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방시혁은 '분노가 나의 원동력이었다'는 주제로 얘기했습니다.


이효리는 자기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누구 말을 들을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솔직히 이건 조언도 아니고 자기 자신을 위해 쓴 연설문이니 내 말을 더더욱 듣지 말라고 합니다. 이효리의 방식대로 표현하니 더 진정성 있네요.


맹자, 공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도 안 듣는 우리다. 나보다 조금 더 멋져보이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쉽게 갈 생각하지 말아라. 나를 만들 수 있는 건 오직 나 뿐이다. 인생은 독고다이다. (이상순이 있어도 독고다이구나)


우리는 가벼운 조언들을 많이 구하러 다닙니다. 오죽하면 인터넷에 플러팅 하는 법, 재회하는 법이 떠돌아다니고 연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퇴사를 할까요, 말까요까지 인터넷에 검색을 할까요.

의견을 구할 수는 있지만 나만의 스토리는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것. 37살 미혼도 괜찮고, 5학기짜리 코스웍 6학기로 늘려도 괜찮고, 등록금 500만원 이상 더 써도 괜찮고, 13년차 기자도 괜찮고 언젠가 관두고 싶으면 주변 사람 신경쓰지 않고 내가 정말 관두고 싶으면 관둬도 괜찮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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