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차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얼떨떨 했습니다. 워낙 운이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부장이 몇 주 전에 추천서를 쓴다고 했고 그 추천서 내용을 봤는데 솔직히 과분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승진 발표가 났고 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았습니다. 아마 발이 넓은 기자였다면 정말 오만군데서 다 축하받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좁은 관계를 유지하는 저 마저도 많은 축하를 받아 얼떨떨하면서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특히 전 출입처 사람들이 인사를 전해올때, 기프티콘 하나를 보태어 줄때는... 그 고마움은 제가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그래도 열심히, 성실히 한 거 사람들이 조금은 알아줬구나. 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기회로 지난 기자 생활을 돌아보며,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찰나 예전 모 그룹을 출입할 때 당시 홍보팀장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저는 참 힘들었습니다. 산업부에 적응하는 것도, 수많은 이슈를 부족한 실력으로 죄다 쫓아다녀야 하는 것도. 가장 힘든 건 내 기사가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날이 훨씬 더 많은 그런 나날들. 암튼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저는 눈을 뜨면 그 출입처 기자실에 앉아 있었고 때로는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식사를 하며, 홍보실에도 느닷없이 들어가 내 성격에 맞지 않은 인사를 건네며...그렇게 몇 년을 그 출입처에 비비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 홍보팀장님은 어리고 여리여리해 보이고 솔직히 좀 어리버리해 보이지만 열심히 하려고 하는 제게 깍듯하게, 친절하게, 성심성의껏 응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자와 홍보의 관계는 참으로 특수해서 너무 친하게 지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껄끄러워지면 그거대로 불편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산업부 기자의 시각이 있고, 사회부 기자의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듯이 출입처를 오래 담당하면 그 기업에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건 홍보팀의 역할이 참 큽니다. 저는 당시에 담당했던 저와 치고박고 어쩌고저쩌고 했던 그 출입처들을 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훗날 저는 당시 만나고 인연을 맺었던 홍보팀 분들을 참 그리워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시절의 제가 그립기도 하고 좀 위로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하네요.
엄청나게 친하게 지낸 건 아니지만 고마운 마음이 있었던 그 팀장님에게 오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오며 많이 달라진 제 모습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물 먹는게 그렇게 서운하거나 심장이 뛰지 않지만 기획 쓰는 게 훨씬 수월해진 내 모습.
어디서 반말이야 하고 큰 소리 치던 모습에서 일단 웃는 낯으로 위장하는 내 모습.
내일 발제가 생각나지 않아 밤늦도록 노트북을 붙잡고 있었지만, 지금은 내일 아침이 해결해 주겠지 하고 노트북을 닫는 내 모습...
누군가 제게 승진을 축하한다고 했을 때 저는 별 일 아니에요 라고 했고, 그러자 그 분은 별일이 왜 아닌가요, 기자들은 직장생활 하면서 첫번째 승진인데요. 라고 했습니다. 기자들은 대리, 과장 직급이 없어 차장이 첫 승진입니다.
그렇네요.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데, 그 시절은 그렇게 저에게 머물러 있지 않고 그냥 훌훌 가버리긴 하네요. 이제 미래를 봐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께 위로가 있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