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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민 Nov 23. 2021

한 달 후면 서른 하나

현재의 행복이냐 미래의 안정감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늘은 11월 23일. 대충 한 달 후면 서른 하나다. 남들은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는데, 난 별생각 없었던 것 보면 정말 특이하긴 한가보다. 근데 정말이다. 별생각 없었고, 오히려 나는 지금도 시간이 더 빨리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고등학생 때도 그랬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보호 아래 그저 화초처럼 자라고 싶진 않았다. 나도 무언가에 대한 선택을 하고 싶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싶었다. 부모님이 특정한 곳을 가리키며 그곳만을 향해 달려가라고 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회의 분위기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갈 만큼의 굳은 의지나 확신은 없었다. 난 그런 계층에 있었다.


어떤 일이나 도전을 하다 보면, 반복적인 일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온다. 내가 운동선수일 땐, 시합을 위한 운동을 하면서도 개인적인 생활을 위해 코치 혹은 학사 조교와 같은 다른 일을 겸직해야만 했다. 일시적으로가 아닌, 반복적으로. 지금의 나는 멋진 사업가를 꿈꾸고 있지만 현재는 거래처의 전화를 받고, 물건을 납품하고, 일손이 모자라면 현장에 지원을 나가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회사는 나를 위한 학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회사는 나에게 급여를 주기 때문에, 나는 그에 맞는 일을 해줘야 한다. 바로 그것이 반복적인 일이다. 내가 경영의 후계자라면 사업의 핵심만  배워서 회사를 물려받거나,  사업을 준비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이다. 물론 1부터 10까지  알아야 사업을   있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모든 것들을 한시적으로 경험하기만 하면 되지, 반복적으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벌 2세가 아닌 이상, 생계를 위해서 반복적인 일을 하고 그것을 마친  자신을 위한 생산적인 발전을 하는 방법밖엔 없다.


시간을 빨리 돌리고 싶은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내가 보내는 시간들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만 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시간들도 섞여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빠르든 느리든 나의 깨달음과 선택의 순간들은 정해진 위치에 있을 테니, 또한 나의 노력의 양이 시간의 속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나에게 시간이 느리게 가서 좋을 건 거의 없다. 그냥 빨리 결과만을 만끽하고 싶을 뿐.


*번외

글을 정리하며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너무 미래에만 비중을 둔 채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 미래보단 현재에 무게를 조금 더 둔다면 반대로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것인데. 그럼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현재보단 미래를 보며 살았던 것일까. 매번 내가 생각했던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 흡족했었는데, 미래가 현재가 되니 또 그다음의 미래를 보며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쯤 현재의 나에게 만족을 하며 '이 순간이 정말 천천히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질까.


하나의 목표를 갖고, 그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다 보니 빨리 그 목표의 결과만을 보고 싶어 그랬던 것일까. 목표가 아닌 삶 순간순간 혹은 삶의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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