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에 배부르랴 어쩐지 너무 쉽게 간다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긴 글 잘 읽어보았다. 먼저 내 방식으로 맞춰서 긴 글로 보내준 너에게 먼저 고맙다. 그리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들을 더욱 솔직히 얘기해 줘서 더욱 고마워
너의 선택이 그렇다면 나 역시도 당연히 존중하고 응원하고 받아들일 거야. 너 말대로 그 어떤 상황에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오너가 되기 위한 자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니까.
하지만, 그 어떤 상황들이 만들어지기 전에 미리 안정적이게 만드는 것 또한 오너의 자질 중 하지 않을까 싶어. 친구가 곁에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조금은 어렵다. 친구와 함께라 긴장감이 떨어진다? 친구이자 같이 일하는 동료, 더 나아가 같이 일하는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생각을 늘려본다면 그 파트너와의 기존에 갖고 있던 우애, 그리고 돈독한 관계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그다음의 사업으로 파생시키는 것이 사업을 키우는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을 하거든.
친구와 함께 있기 때문에 내가 안심하고, 긴장감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이 문제까지 해결해야 오너의 자질을 갖추거나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네가 떠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단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조금이나마 정신적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게 마지막으로 네가 남겨주는 너의 잔상이겠지.
그다음 것을 준비하기 위해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 또한 오너의 자질 중 하나라 생각 들지만, 내가 아직 그것까지 충족시키기엔 경험과 비전이 많이도 부족한가 보다. 하긴, 첫 술에 배부르랴 어쩐지 너무 쉽게 간다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나의 견고한 성이 완성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모래성을 쌓았다 무너졌다 반복하는 것을 알아. 그 일련의 과정 중 일부분을 나는 겪고 있는 거겠지. 단지, 쌓았다 무너졌다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튼튼하고 안정감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뿐이야.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이해했어. 너 역시도 나처럼 도전정신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인 것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아쉽긴 하겠지만, 나에게 전혀 미안할 필요는 없어. 내 모자란 능력을 남에게 전가해서 내 스스로 위로하고 싶진 않거든. 그리고 오히려 내가 고마운 마음뿐이야. 진심으로.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 내가 이해할 필요도 없고 난 무조건적으로 널 응원할 거야. 그래야 내가 너에게 도움받았던 2년이란 시간으로 나중에 생색이라도 좀 낼 수 있을 테니까. ㅎㅎ
그리고 오늘 우리가 나눴던 말 때문에 조급함 갖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조금 더 같이 있어달라는 말도 아니야. 영향이 없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너의 원래 페이스로 가줬으면 좋겠어. 괜히 내가 너 페이스 망친 게 아닐까 미안해서 그런 거니까.
아무튼, 너랑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끝까지 너의 배려심이 느껴져서 너를 본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지금처럼 혹은 더욱 멋있게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성장하는 친구로 잘 지내보자.
"20년이 아깝지 않을 만한 선택이라는 확신" 이 문장은 내가 꼭 메모해놓았다가 매 년마다 너에게 목을 죄듯 물어볼 거다. ㅋㅋ 나 역시도 네가 자랑스러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