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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현민 Feb 02. 2022

나의 동료에게(2)

첫 술에 배부르랴 어쩐지 너무 쉽게 간다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긴 글 잘 읽어보았다. 먼저 내 방식으로 맞춰서 긴 글로 보내준 너에게 먼저 고맙다. 그리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들을 더욱 솔직히 얘기해 줘서 더욱 고마워


너의 선택이 그렇다면 나 역시도 당연히 존중하고 응원하고 받아들일 거야. 너 말대로 그 어떤 상황에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오너가 되기 위한 자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니까.


하지만,  어떤 상황들이 만들어지기 전에 미리 안정적이게 만드는  또한 오너의 자질  하지 않을까 싶어. 친구가 곁에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조금은 어렵다. 친구와 함께라 긴장감이 떨어진다? 친구이자 같이 일하는 동료,  나아가 같이 일하는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생각을 늘려본다면  파트너와의 기존에 갖고 있던 우애, 그리고 돈독한 관계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그다음의 사업으로 파생시키는 것이 사업을 키우는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을 하거든.


친구와 함께 있기 때문에 내가 안심하고, 긴장감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이 문제까지 해결해야 오너의 자질을 갖추거나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네가 떠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단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조금이나마 정신적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게 마지막으로 네가 남겨주는 너의 잔상이겠지.


그다음 것을 준비하기 위해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 또한 오너의 자질 중 하나라 생각 들지만, 내가 아직 그것까지 충족시키기엔 경험과 비전이 많이도 부족한가 보다. 하긴, 첫 술에 배부르랴 어쩐지 너무 쉽게 간다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나의 견고한 성이 완성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모래성을 쌓았다 무너졌다 반복하는 것을 알아. 그 일련의 과정 중 일부분을 나는 겪고 있는 거겠지. 단지, 쌓았다 무너졌다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튼튼하고 안정감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뿐이야.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이해했어. 너 역시도 나처럼 도전정신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인 것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아쉽긴 하겠지만, 나에게 전혀 미안할 필요는 없어. 내 모자란 능력을 남에게 전가해서 내 스스로 위로하고 싶진 않거든. 그리고 오히려 내가 고마운 마음뿐이야. 진심으로.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 내가 이해할 필요도 없고 난 무조건적으로 널 응원할 거야. 그래야 내가 너에게 도움받았던 2년이란 시간으로 나중에 생색이라도 좀 낼 수 있을 테니까. ㅎㅎ


그리고 오늘 우리가 나눴던 말 때문에 조급함 갖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조금 더  같이 있어달라는 말도 아니야. 영향이 없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너의 원래 페이스로 가줬으면 좋겠어. 괜히 내가 너 페이스 망친 게 아닐까 미안해서 그런 거니까.


아무튼, 너랑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끝까지 너의 배려심이 느껴져서  너를 본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지금처럼 혹은 더욱 멋있게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성장하는 친구로 잘 지내보자.


"20년이 아깝지 않을 만한 선택이라는 확신" 이 문장은 내가 꼭 메모해놓았다가 매 년마다 너에게 목을 죄듯 물어볼 거다. ㅋㅋ 나 역시도 네가 자랑스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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