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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샷뜨아 Mar 09. 2023

찰랑이는 웨이브의 향연

다이슨 에어랩을 찬양하며

"긴 머리 긴 치마를 입은 난 너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오래된 노래이지만 김건모의 <첫인상>에도 등장하는 긴 생머리는 대부분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친구의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남편도 여지없이 헤어스타일에 대한 로망이 있었으니, 굵은 웨이브가 있는 긴 머리가 여성스럽고 아름다워 보인다고 한다. 그의 이상향과 굳이 멀어지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첫째가 태어나고 삶에 대해 투쟁이라도 하는 듯 씩씩한 소년처럼 짧게 머리를 자르게 되었다. 이후로도 한참 동안 단발을 고수하였다.    

사실 긴 웨이브 머리는 남편의 로망이기 전에 나의 로망이기도 하다. 살짝 구불구불하여 입체적으로 보이는 긴 머리를 가진 여자들만 보면 힐끗힐끗 눈이 돌아간다. 그녀들은 머리 때문에 더 예뻐보인다. 


나에게 긴 머리란 성실함과 끈기이다. 

추노 같은 머리를 원하지 않기에 머릿결 관리를 위해 샴푸 후 트리트먼트를 해서 부스스한 머리를 타이르고, 헤어 에센스로 윤기를 더 해 준다. 나이가 들수록 몸 안 구석구석 수분이 줄고 유분도 줄며 머리카락의 광택이 사라진다. 몸은 굵어지고 머리카락은 가늘어지는 이유는 중력을 오래 버티고 있어 나타나는 부작용인 걸까. 가늘어져 나풀거리다가 옷, 빗, 손 등에 걸려 집을 잃어버린 머리카락이 늘어나면서 행색은 초라해진다. 한 겹이라도 좋으니 정수리만큼은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단발머리의 뽕부터 세우는 것이 중년 여성의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고, 뒤태가 똑같아 보이는 뽀글뽀글 파마는 가늘어지고 빈약해진 머리를 보완하기 위한 지혜였음을 새삼 깨닫는다.  

 

단발로 자르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지만 어깨를 넘어가 쇄골에 닿을 듯 말듯한 어중간한 길이는 뭘 해도 마음에 들지 않다. 이제야 미용실에 가게 되면 머리끝을 손질하는 게 좋겠다는 미용사의 제안에 설득당하고 말 것이다. 힘들어도 두 눈 질끈 감고 검은 고무줄로 하나로 잘근 묶어 버리며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답이다. 계절이 바뀌고 인내의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가슴팍에서 살랑거리는 머리를 보게 되니 예쁘게 모양을 내고 싶다. 구루프를 붙여보고 고데기를 들어봐도 오른쪽 왼쪽, 안쪽 바깥쪽은 대체 어딘지 방향치가 되고, '머리땋기' 영상을 100번 돌려보아도 한 번을 성공 못하고 실패하고 마는 똥손 중에 똥손임을 인정하게 된다.


"여자의 인생은 다이슨의 전 후로 나뉜다" 고 한다.

어떤 이가 말한 건지 모르겠으나 다이슨을 써본 사람들은 똑같은 인증을 한다. 가격이 무선 청소기만큼이나 비싸니 엄두는 내지 못하고 간절히 바라본다. 남편의 로망을 이용해보려 한다. 머리 길이가 길어질 때마다 나의 인내심에 자화자찬하며 남편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무심코 한 마디씩 툭 던진다. "다이슨 에어랩이 좋다던데.." 

가격이 만만치 않은 터라 남편에게 다음 해 생일 선물로 요구했는데 역시 남편의 로망이 통했나 보다. 생각지도 않게 4개월 일찍 받게 되었다. 4년 전 건조기를 처음 구입하고 신세계가 열렸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아니 그보다 비교할 수 없는 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다이슨 에어랩"은 집에서 유일하게 나 만을 위한, 나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선물이었다.


"다이슨 에어랩"의 기술력은 그야말로 놀랍다. 방향치, 기계치인 나의 단점을 완벽하게 커버한다. 배럴에 표시되어 있는 화살표 방향과 컬을 만들려고 하는 머리와 반대로 맞추면 바깥쪽으로 컬이 생긴다. 머리 한가닥을 쥐고 머리 끝부분에 배럴을 세워 가까이 대면 머리카락이 자기장처럼 달라붙어 배럴을 감싸며 뱅글뱅글 감긴다. 손목을 돌릴 필요 없이 그저 들고서 뜨거운 바람 5초 유지 후,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차가운 바람 10초를 씌워주면 컬은 고정이 된다. 헤어 디자이너들의 고데기 세팅 스킬을 과학적으로 실현시켜 준 격이다. 오른쪽 왼쪽 머리카락을 7~8가닥 정도 반복 하다 보면 만화 캔디에 나오던 부잣집 여자아이 이라이자 머리가 뚝딱 만들어진다. 


출처 : 구글 이미지

화학약품이 아닌 열의 온도로 고정을 시켜주었기 때문에 컬은 서서히 풀려서 자연스러운 굵은 웨이브가 만들어진다. 하루에 15분만 정성을 들이면 미용실에서 관리받은 듯한 스타일이 된다. 세상 참 좋아졌다. 

탱글탱글 형성되어 있는 컬은 생기가 있어 보이고,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머리는 우아해 보이고, 걸을 때마다 가슴 가까이서 찰랑찰랑 거리는 웨이브는 춤을 추는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웬만한 여자들은 "다이슨 에어랩"으로 만든 작품임을 눈치채니 이 또한 비싼 값을 톡톡히 해 주는 것 같아 아깝지 않다. 

매일 예뻐진 기분으로 살게 되니 즐겁다. 죽을 때까지 아름답고 싶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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