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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벅 Jun 17. 2022

전문가를 빌려쓰는 시대

고숙련 프리랜서 플랫폼의 성장


[우리는 전문가를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20년 전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을 외치며 앞으로 사람들은 ‘소유’하는 대신 ‘접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차를 공유하고(Uber), 배달원을 공유하고(배달의 민족), 오피스를 공유(Wework)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요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빌리는 현상은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를 빌릴 수 있는 플랫폼 중 우리가 가장 익숙한 곳은 ‘크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번역이 필요하거나, 디자인이 필요하거나, 때로는 경영 자문을 받고 싶을 때 크몽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이러한 외주용역 프리랜서 플랫폼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부 전문가를 온디맨드(On-Demand) 방식으로 활용하는 문화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Fortune 500 기업의 대부분이 전문가 중개 플랫폼을 한 군데 이상 이용하고 있으며,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자체 조사에 따르면, 기업 리더의 90%는 외부 전문가 활용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에 핵심이 될 거라고 응답했습니다.(HBR, 2020)


이번 아티클에서는 글로벌리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전문가 중개 플랫폼, 어떠한 유형이 있는지 알아보고, 활용했을  도대체 무엇이 좋은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전문가 중개 플랫폼의 세 가지 유형]


첫번째 유형은 ‘과업 중심형’ 전문가 마켓플레이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Upwork, Freelancer, 99designs, Fiver, 국내에 우리에게 익숙한 서비스로 ‘크몽’이 있습니다. 비교적 소규모의 과업을 수행해야할 때 해당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를 단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로고 디자인, 법률문서 번역, 영상 편집 등이 대표적인 과업입니다. 비용은 보통 완성된 작업물을 기준으로 정산됩니다.


두번째 유형은 ‘고숙련 전문가’ 매칭 플랫폼입니다. Toptal, Catalant로 대표되는 이러한 플랫폼은 기업이 데이터전문가, 전략PM, 심지어는 CEO나 CFO등의 고숙련 전문가를 외부에서 단기 고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전문가를 활용하는 기간은 단 몇 시간부터 1년 이상까지 그 범위가 넓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의 본질은 ‘검증된 전문가’입니다.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한 전문가만 제공함으로써 첫 번째 유형인 과업중심형 전문가 플랫폼과 차별화를 꾀합니다.


세번째 유형은 ‘전문가 집단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InnoCentive 나 Kaggle처럼 전문성 높은 사용자들의 집단 지성 또는 경쟁 시스템을 활용해 솔루션을 도출해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과제는 간단한 코딩 프로젝트부터, 복잡한 엔지니어링 딜레마까지 그 범위가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교통안전국은 Kaggle에서 공항 스캐닝 장비의 이미지를 활용해서 위험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개발을 주제로 공모전을 150만달러에 개최했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HBR, 2020)



[고숙련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활용하는 이유]


세 가지 유형의 전문가 중개 플랫폼 중 두번째 유형인 ‘고숙련 전문가’ 매칭 플랫폼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려 합니다. 그런데 “기업 내부에 실력 있는 정규직 직원들이 있는데, 왜 굳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야 할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세 가지 이유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내부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DT(Digital Transformation) 역량부터 딥테크(Deep-tech)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 인력을 내부에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전문 인력 부족은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업 네임밸류가 부족해 개발자, 디지털마케터 등의 실력 있는 전문가를 고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최근 빅테크 스타트업의 파격적인 입사 조건으로 전문 인력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고숙련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통해 검증된 전문가를 즉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프로젝트 진행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시장 환경과 고객 니즈가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쟁사 대비 빠른 시장 진입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빠른 시장 진입과 고속 성장을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인력 투입이 많아져야 하는데, 이러한 인력이 일년 내내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숙련 전문가 중개 플랫폼을 활용하면 좋은데, 예를 들어 AB Inbev는 꼼부차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기간을 단축하고, 경쟁사 대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Catalant를 통해 일시적으로 인력을 확충했다고 합니다.(HBR, 2020)



셋째, 정규직 대신 활용 시 인력 운영 상의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정규직 고용 시 연봉은 물론, 사내 복지, 교육 등의 높은 수준의 고정비가 발생하는데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다면 이런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Amazon, 네이버 등의 다수 빅테크 기업들이 성장세 둔화의 주 원인을 인건비 상승으로 꼽고, 조직 슬림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직원 해고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고용 유연성 확보가 더더욱 중요합니다. 여러 기사를 보면 국내 다수 게임사, 빅테크 스타트업이 최근 개발자 중심 대규모 채용을 한 것을 조금은 후회하는 듯합니다.


[컨설팅/에이전시를 활용하면 되지 않나요?]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기업은 앞서 말씀드린 세가지 목적으로 전문 컨설팅펌이나 에이전시를 활용해왔습니다. Mckinsey와 같은 전략펌에 경영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에코마케팅과 같은 디지털 에이전시에 마케팅 대행을 맡기는 것이 그 예입니다. 물론 컨설팅과 에이전시도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우선, 비쌉니다. 경영전략 프로젝트의 경우 기간과 업무 scope에 따라 다르지만 탑티어 펌 기준 프로젝트당 최소 3억에서 최대 20억 수준입니다. 광고비 대비 마크업 형태로 비용을 산정하는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는 탑티어 펌 기준, 월 광고 예산 5천만원 이하의 고객사는 의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대기업은 비교적 부담을 덜 느끼지만, 중견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비용 부담이 있다고 해서 검증되지 않은 펌이나 에이전시에 의뢰할 수는 없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음으로, 외부 전문가의 역량을 내재화하기 어렵습니다. 경영 컨설팅의 경우 일반적으로 고객사에 상주하며 In-house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화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들과 한 팀으로 움직인다는 느낌보다는 외부 조직으로서 자문 역할을 담당하는 성향이 조금 강합니다. 그래서 컨설턴트의 전문성이 In-house 팀에 내재화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디지털 에이전시 등의 에이전시는 In-house 팀과 협업하며 일하기보다는 ‘작업 대행’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합니다.


마지막으로, 컨설팅/에이전시는 구조적으로 전문가 최적 매칭에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별,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전문성이 다르며, 해당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를 최적 매칭해주어야 하지만 내부 인력 pool이 제한적인 컨설팅/에이전시에서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를 배정하기위해 노력하긴 하나 현실적으로 프로젝트 의뢰 시점 남아있는 인력 중에서만 선택해야하거나 프로젝트 fee을 고려해 인력을 배정해야하는 상황이라 차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매칭 정확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고숙련 전문가 중개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 해도 ‘전문가 퀄리티’입니다. 기업이 단순 과업이 아닌 기업에 주요 경영활동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할 전문가를 구할 때 크몽을 활용하기 꺼려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전문가 퀄리티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업무 전문성’과 ‘성실성’ 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전문가를 검증하는, 그래서 믿을만한 전문가만 추천해주는 플랫폼을 골라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최적 매칭 역량’입니다. 디지털 마케팅을 예로 들자면, 전문 분야, 산업군, 비즈니스 유형, 광고 매체, 활용 솔루션, 가용 예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의뢰한 고객사의 니즈와 특성에 맞는 최적의 전문가를 매칭해주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관련 경험이 거의 없거나 적은데도 많이 있다고 부풀리는 전문가도 꽤 있는데, 체계적 심사를 통해 이러한 전문가를 잘 거르는 것 또한 플랫폼이 갖춰야 할 역량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용 편의성’입니다. 전문가를 고용하는 방식이 편리해야 합니다. 의뢰하고, 추천 받고, 결정하는 모든 프로세스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게 사용자 관점에서 UI/UX를 고도화해야 하고, 의사 결정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문가가 필요할 때 단기간 내에, 복잡한 절차 없이, 쉽게 의사 결정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좋은 플랫폼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C레벨 임원 전체의 3분의 2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이 전문 인력을 “빌리고”, “공유”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HBR, 2020)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러한 외부 전문가 활용 트렌드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속도와 양상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출처/인용: Rethinking the On-Demand Workforce(HBR, 2020, https://hbr.org/2020/11/rethinking-the-on-demand-workfo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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