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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Oct 04. 2021

진짜 다이어트는 먹는 게 다야

You are what you eat 은 만고불변의 진리

이제야 깨달은 - 거라면 거짓말이겠지만, 너무 뻔해서 소박하고, 너무 뼈 때려서 위대한 진리는 결국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거였다. 아니 내가 그동안 대체 뭘 먹었던 거야?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묻게 될 만큼,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먹는 게 중요한 지 몰랐다.

운동을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났고, 최대 몸무게에서 단순히 최저 몸무게를 비교하자면 7kg를 감량했다. 근육량이 1kg 늘었고, 7kg가 빠졌으니, 아주 단순하게 계산하면 체지방이 8kg 빠져나간 것-이라고 믿는다-이다. 그동안 입던 딱 맞던 바지들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걔 중 몇 벌은 벨트가 없다면, 이제 입을 수 없게 됐다. 소위 '러브핸들'이 좀 사라졌나 봐? 뭔가 기분 좋은 변화라고 여기며 '이제 나는 더 작은 치수의 바지를 사야지'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선뜻 그러진 못했다. 40년을 넘게 반복했던 찌움과 비움의 반복 끝에, 대부분의 시간을 찌움으로 보냈던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치수 작은 바지를 사놓고 언젠가 또 못 입게 될 수도 있는 노릇이란 게 뻔할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마도 태어나 처음 힘을 주어 보는 것일 수도 있는 부위에 정확한 자극을 느끼면서 운동을 해보니 '알고 하는 운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처음 알았다고 고백한다. 왜 이 자세에서는 몸을 이렇게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동작을 세세하게 바로 잡아주는 쌤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느낀다. 아직도 초보자일 뿐이지만, 여러 번 반복했던 동작이나 자세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아 저 사람 자세는 참 좋구나.', '아 저렇게 하면 어디에 무리가 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보면, 지나온 시간이 허무했거나 아쉽다고 느끼진 않아서 행운이다.


다만, 안 하던 운동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몸도 좋아지고 살이 빠지겠지....라고 기대하면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소홀히 했던 식단은,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훠어어어얼씬 더 심오한 규율과 규칙이라는 게 있었다.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분명하게 깨달았던 지난 100일간의 이야기.

깔끔함이 하나도 없었던 식단. 골고루는 먹었는데, 개 많이 먹었다. 난리 난리.


요는 이랬다. 일단 식단을 조절해 살을 덜어내야 하니, 부가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을 근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백질 섭취를 늘리기. 몸에 좋은 영양소를 골고루 먹기. 이왕이면 좋은 음식으로 배 채우기. 가공된 음식이나, 혈당을 급격히 늘리는 식사는 지양하기 등.


아주 이걸 노골적이고 단순하게 말하면 '딱히  맛이 없는 , 배고프게 먹어야 한다'였는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닭가슴살을 하루에  덩이를 먹는다거나, 드레싱이 없는 샐러드를 먹는다거나, 내가  어느 것보다 싫어하는 삶은 달걀을 먹는다 정도는 기본이요, 그동안 자주 챙겨 먹던 것들, 예컨대, 치킨이나, 탄산음료나, 과자, 달콤한 커피 등을 끊어야 한다는 . 그걸 일상처럼 매일 반복해야 한다는 .

그러면 대체 무슨 재미로 살지?
먹고살자고 하는 짓 아닌가.

사람은 하루의 신체리듬에 맞게 적절한 영양분을 섭취해 줘야 하지만, 그걸 '고닭(고구마와 닭가슴살의 지옥 같은 조합)'으로만 먹어야 한다는 건, 정말 하늘도 울 노릇이다.

목적의식이 뚜렷해, 언제까지 몸을 준비해야 하는 선수라든가, 모델이라든가, 카메라 마사지를 받아도 모자란 연예인도 아닌데, 일상생활에 치여 몸에 좋은 음식만 챙겨 먹기란 어려운 일반인인 내가, "별 맛이 없는, 배고픈 식단"을 매일 한다는 건, 나에겐 생각만 해도 고역이었다.


천만다행인 건, 생각보다 그런 음식들이 그렇게 맛이 없진 않았다는 것. 그래서 내 식단 조절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평소 아무렇게나 먹고 싶은 대로 먹던 것들을 먹지 못하고 있다는 심리적 박탈감과 허기가 큰 것뿐이라 여기고 참아봤더니, 참을만하더라. 거기에 더해, 한번 식욕에 관대해지고 나면 홍수에 댐 수문 개방하듯 눈이 돌아가게 먹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끔 한숨은 나오지만, 습관처럼 먹어보기로 꾸준히 노력해봤더니, 할만하더라.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약간은 쉴틈이 있어야 살아도 살지 않겠나 싶은 마음.

근데 생각보다 잘 안 빠졌다. 이상하게 정체가 온 것 같은 느낌. 그래서 트레이너 쌤과 상담을 해보니 요는 이랬다. 2021년에 들었던 말 중에 3대 진리라고 여겨도 될 정도의 팩폭.


1. 회원님, 다이어트랑 몸에 좋은 것도 그렇게 많이 먹으면 살쪄요.

2. 회원님, 왜 회원님 잘 신경 써서 드시는 것 같으면서도, 식단이 뭔가 묘하게 '화려한' 느낌이 들까요.

3. 회원님, 잘 드셔야 합니다. 끼니 거르지 마시고, 가볍게라도 시간 맞춰 드세요.

Pure 함이 아직 덜한 과도기 식단, 아니 두부 한모를 먹냐고 놀림 받음.


그랬다. 나름 건강한 식단을 그럴싸하게 맞췄다고 해서 풍성하게 먹는 거, 뭔가 잘 먹고 싶다는 욕심에 화려하게, 다양하게 먹었던 것, 덜 먹으면 그래도 덜 찌지 않을까 싶어서, 건너 뛰어가며 먹었던 것. 이 모든 것들이 정체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었던 것.

급격하지 않게 식단을 조금씩 바꿔 나가면서 몇 단계를 거친 변화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게, 명확한 증거였다.


회원님, 지금보다 뭔가 조금 더 Pure 하게 드셔 보시면 진짜 달라질 거예요.

네, 그렇게 한번 해볼게요.


옛말에 트레이너 쌤 말 틀린 거 하나 없다고, 정말 그는 옳았다. Pure하게, 제대로 챙겨 먹었더니, 분명 변화가 생기더라.

주로 먹는 메뉴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지만, 단순하고 소박한 식단을 가져가 봤더니, 웬걸. 1주일 만에도 변화가 있었다.

물론 직장을 다니고 사람을 만나면서 매 끼니를 이렇게만 먹기는 여간 쉽지 않다. 최대한 멀리하려고 애쓰는 것뿐이지, 쓸데없는 걸 절대 안 먹자고 치면 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할판인데, 사실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거니와, "아니 내가 친구 만나서 괜찮은 식사 한 번도 못할 거면 대체 왜 사나..." 하는 생각은 안 들어야 그래도 재미있게 다이어트를 계속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만 다하자는, 나름 비겁한 타협이라도 하고 있는 거다.


제대로 정착하기 전 식단. 불닭맛 닭가슴살 완전 못 잃어.


그런데 그렇게라도 최선을 다했더니, 정말 잘 먹는데도 살이 빠지더라. 역시 다이어트는 먹는 게 8할 이상이다. 혹시나 도움이 될지 몰라서,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것들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 닭가슴살 : 요즘은 생닭가슴살보다 반조리된 닭가슴살도 너무 다양하게 많다. 생닭가슴살을 쪄서, 끓여서 먹는 것이 너무나 서글프고 숨 막힌다면, 시도해 봐도 좋다. 보통 120g~150g 한 덩이에 1,600원 정도. 혹시 닭가슴살이 너무 지겨워서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으면, 반조리 오리로스를 꽥꽥... 나는 가끔 보상으로 한 달에 한번 정도 괜찮은 소고기를 사서, 스테이크로 구워 먹을 때도 있다.

- 고구마 : 마켓 컬리에서 호박고구마를 사서 (뻑뻑한 거 잘 못 먹는 내게 밤 고구마는 질식각...) 밥솥에 넣고 '영양찜' 기능으로 25분 찌면, 훌륭한 탄수화물 섭취를 할 수 있다. 물론... 하루에 작은 거 1-2개만..

- 삶은 계란: 요즘 나오는 반숙 계란들은 꽤 먹을만하다. 역시 마켓 컬리에서 구매.  

- 고등어, 삼치, 꽁치 등 생선 : 비비고 짱. 다른 말 전혀 필요 없다. 비비고 짱. 마켓 컬리, 쿠팡으로 구매.

- 흰쌀밥이 아닌 밥 : 현미밥, 퀴노아 밥, 흑미밥 등 다양한 밥이 있고, 특히 햇반의 '작은 공기(130g)'가 좋다. 양도 많지 않고 남지도 않고, 소화에도 부담이 적다.

- 두부: 배부르고 싶을 때 먹긴 하지만, 생각보다 단백질이 많진 않다.

- 다양한 단백질 음료 - 단백질 셰이크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단백질이 가장 많이 함유된 건 13~15g 정도. 단백질 바, 단백질 음료라고 홍보하는 제품에 3-4g 밖에 단백질이 없는 걸 보면 화가 난다.

- 단백질 요거트 : 단백질 9g, 10g 정도가 들어있는 맛도 꽤 괜찮은 요거트 제품들이 있다.  

- 샐러드 : 달콤 새콤한 소스를 실수로 쏟은 것처럼 부어 먹진 못해도, 자꾸 먹다 보면 채소 본연의 단맛이 느껴지면서, 식감도 참 좋다고 느낄 때가 있다. - 미쳐가는 건가 - 그렇게는 죽어도 못 먹겠다면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0kcal 소스도 다양하게 많으니 찾아보기.

- 단 맛이 당길 때 먹는 탄산음료 : 이른바 '헬창 공식 음료'라는 나랑드 사이다 제로! 같은 노선의 제로 사이다들 중에서 성분 기준으로 가장 덜 '위험'하다.

- 소스: 나는 자타공인 '소스 덕후'인데, 대부분의 음식을 소스에 흠뻑 적셔 먹는다. 음식의 참맛도 모르는 모지리....이지만 소스는 못 잃어.. 가 좌우명인 내가 택한 궁여지책은, 먹어도 덜 부담 가는 소스를 찾아보는 것. 매운 걸 좋아하는 덕에 '스리라차'를 즐겨 먹고 있고, 드레싱 소스는 No fat, No sugar로 찾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닭가슴살이 물릴 때 필요한 소스는 여러 시도 끝에, 독일의 Callowfit으로 정착했다. 글루텐 프리, 비건에, 설탕과 지방이 없는 소스라, 100g 기준, 49kcal 정도이기 때문에.. (얼마 전 tv를 보니, 남궁민 배우가 나 혼자 산다에서도 엄청 뿌려먹더라... 배우님 저도 드럽게 많이 뿌려먹습니다... 파이팅) 검색하다가 알게 된 놀라운 점 중 하나는, 국내 쇼핑몰에서 찾긴 힘들지만, 헤인즈 케첩과 마요네즈가 0kcal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리 단백질 식품이 다양하게 나오더라도, 가공식품이나 보조제보다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몸에 좋은 건 진리. 그리고 모든 음식을 먹을 때, 성분표를 꼼꼼히 보는 건, 건강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당연한 의무.

Pure함에 가까워진 요즘 식단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나보다 더 철저하게 다이어트나,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내놓을만한 식단은 아닌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만, 내 나름대로 나를 기운 빠지게 하지 않을 소신은, 내가 보디빌더가 될 게 아니고, 당장 내일모레 운명을 결정지을 바디 프로필을 찍어야 할게 아니라면, 조금 느슨하더라도, 꾸준히 식단을 바꾸어, 습관처럼 만드는 게, 아예 중도에 포기하거나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거다.

에너지를 내기 위해 꼭 필요한 탄수화물을 미친 듯이 제한하거나, 너무너무 먹고 싶은걸 눈물 나게 참아버리면, 삶의 의욕이 꺾이고, 우울감이 찾아오고, 나중에 다이어트를 느슨하게 하면서 예전의 식단으로 돌아갈 때의 요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는 나의 한계라면 한계일 테지만, 차라리 2% 정도 느슨한 그 소신을 갖고 지금까지 체지방 7kg 정도를 몸에 무리가 되지 않게 감량했으니, 꾸준히 계속해 나갈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 게임 아닌가 싶은 거다. 100일 동안 닭가슴살만 먹어서 닭이 되지는 않았고, 계란만 먹어서 알을 낳지 않았으니, 천만다행 아닐까.


이대로 100일 더해 볼까?


거울을 보면서 '눈바디'를 해보면, 그래도 예전과는 조금 다른 내 모습에서 변화를 느낀다. 그렇게 끝까지 한번 가보는 거다. 운동이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되고, 지루하지 않은 무언가가 되는 것.


마치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절대 15km 이상은 달리지 않은지 10년이 된 것처럼, 너무 고되고 혹독해서 나를 괴롭히거나, 내가 좋아하던 그 감정마저 사라지게 만들 정도로 극단적으로 가지는 말자는 생각.


그렇게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좀 더 건강한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조금은 부푼 기대. 그 기대로 글을 쓰고 난 지금도, 냉동실의 닭가슴살을 꺼내 3분 해동에, 2분 조리를 시작한다...이어트. 파이팅.


기본 소스 못 잃어.. 생닭으로 먹었다고 해서 지금보다 10kg 더 빠지진 않았을 거기 때문에.. 먹자.. 정도로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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