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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Aug 31. 2024

엄마의 생각하는 의자

엄마를 위한 타임 아웃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생각하는 의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문제 상황이 생기면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 조용한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하여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인 “time out”은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의자로 많이 알려져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 비슷한 훈육방법이 있으며, 영국에서는 “생각하는 계단(naughty step)”이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유치원 교사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생각하는 의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유치원에서는 끊임없이 아이들의 문제 상황이 생기며, 그 어느 누구 보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대하고 해결해야 했기에 생각하는 의자는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빠른 방법이자 교육적인 방법이었다. 

때로는 해결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그냥 과정이기도 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일단 아이들을 앉혀 놓기도 했던 것 같아 time out의 도구이자 과정으로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내 아이들이 생기고 키우면서 생각하는 의자는 집에서도 활용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큰 아이를 키우면서는 곧 잘 활용되었던 것 같았지만, 둘째 아이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하는 의자가 아이들에 따라 활용의 정도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순한 기질의 큰 아이는 엄마가 앉아 있으라고 하면 일단 앉아 있기는 했으나, 예민한 기질의 둘째는 울고불고 매달리는 통에 생각하는 의자에 앉히는 것조차 하기 힘들었다. 모든 아이들에게 효과적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서로 문제 상황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 것에서는 괜찮았던 것 같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유아기를 지나 많이 자랐고, 유치원 교사의 일도 그만두어 한동안은 “생각하는 의자”를 떠올릴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와 어떤 문제 상황이 생겨 말을 하다 화도 나고 속이 상해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어 커피 한 잔을 타서 소파에 앉았는데, 내가 마치 생각하는 의자에 앉은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이제 제법 커서 내 생각만으로 혼내기도 힘들고 내 주장이 맞다고 고집부릴 수도 없어 요즘은 잠깐 쉬었다 다시 정리해서 말하곤 했는데, 내가 타임아웃을 선택하고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생각하는 의자에 아이들을 앉히기만 했던 내가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보니 엄마들에게도 참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았다.      


사실 아이들하고 엄마들의 끊임없는 싸움은 그 어느 시대의 전쟁보다 치열하게 매일 치러지고 있다. 

예민한 기질의 둘째를 낳고 키우면서는 정말 아침이 안 오길 바라며 잠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린아이를 둘, 셋씩 키우는 엄마들은 정말 화장실 갈 여유조차 힘들다. 그냥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본능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지치고 힘들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혼내게 되면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내 말이 맞긴 맞는 거 같은데 훈육으로 시작했다가 화가 되고, 화가 분노가 되어 이미 나도 나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아이들을 그 상황에서 타임아웃 시키기 위해 생각하는 의자에 앉히는 거라면, 엄마도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엄마들의 생각하는 의자에 잠시 앉아 이성을 찾고 정신을 가다듬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나는 잘한 게 맞나?

내가 옳을까?

나는 문제를 잘 보고 있는가?


엄마를 위한 생각하는 의자도 필요하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온전히 나를 만나자.


내가 쓰는 이 글들이 엄마들의 생각하는 의자가 되어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내게 생각하는 의자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그 시간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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