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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호 변호사 Dec 23. 2021

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 승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안녕하세요. 뉴스 읽어주는 김평호 변호사입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 중입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게 동영상 데이터 용량이 너무 크니 인터넷 사용료를 달라고 하고, 넷플릭스는 소비자에게 받았는데 왜 우리에게 또 달라고 하냐고 합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를 두고 법원에서 재판 중입니다. 


소비자와는 직접 관련 없지만 법적 관점에서는 흥미로운 소송입니다. 


1심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대한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 그러나 현금으로 줘야 하는 건 아니고 독점 공급권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법원이 현시점에서 돈으로 정산할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정도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혹자는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하였다고 평가하나 그 내용을 보면 꼭 넷플릭스의 패소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이 소송의 쟁점은 크게 아래 세 가지 정도로 보입니다. 


첫째 넷플릭스가 영상이 들어 있는 서버를 직접 SK브로드밴드 인터넷망에 연결(접속) 한 것이 아닌데도 전송료를 주어야 하나? 


둘째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것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가?  


셋째 신의칙에 따라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가?


첫째 쟁점은 전송료를 주어야 한다는 법령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에 계약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전송료가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둘째 쟁점은 위와 같이 법령이나 계약상 관계가 없음에도 타인의 손해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에 적용되는 부당이득 법리에 관한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 통과에 따라 구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득을 얻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대용량 영상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비용 등이 들어가니 손해를 보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핵심은 '법률상 원인 없이' 위와 같은 이득과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로 보입니다.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와는 아무 계약관계가 없으니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미국 등의 서버에 직접 인터넷망을 연결해 준 회사와 계약하고 비용을 지급하였고, 그 회사가 또 다른 순차 연결된 회사들과 망 이용 계약을 하여 SK브로드밴드까지 계약관계가 이어졌으니 법률상 원인이 있는 이익과 손해라고 할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넷플릭스의 주장이 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입니다. 


1심 법원은 신의칙 법리에 따라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을 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판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면 신의칙만으로 구체적인 금전 지급 의무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게 구체적인 액수의 돈을 지급하라는 청구가 법적으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상인의 보수청구권(상법 제61조; 상인이 그 영업범위내에서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이 쟁점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SK브로드밴드 측에서는 항소심에서 상인의 보수청구권도 적극 주장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에게 비용을 못 받으면 소비자에게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요금 인상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번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결국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서로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타협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소송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누가 많은 비율을 부담할 것인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미를 갖는 것이지요. 


적절한 비율로 최종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정 용량 이상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제공자(CP)는 국내에 의무적으로 서버를 두어야 한다는 등의 입법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넷플릭스는 국내 서버와 연결할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계약하고 비용을 지급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평호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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