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숲 속의 작은 집>
<숲 속의 작은 집>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지점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예능적인 요소를 잘 혼합했다는 점일까, 드라마나 영화 외의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었던 배우들이 출연한 것일까. 관찰에 실험이라는 요소가 적절히 가미된 것일까, 외딴곳에 홀로 들어가 작고 느린 삶을 산다는 설정인 것일까. 이러한 답변이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특징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꽤나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씩 생각해보면 정확한 답변은 아니다.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프로그램은 많았다. SBS의 <짝>, <상속자>는 외부의 개입 수준에서 차이가 있지만, 예능적 요소가 혼합된 느낌이 나는 연출을 시도했다.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윤식당> 등 이미 나영석 PD의 전작에서도 좀처럼 쉽게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관찰 프로그램은 널리고 널렸으며, 실험을 한다고 말하기엔 정교한 설계로 진행되고 있진 않다. 또한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이 자연을 동경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한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숲 속의 작은 집>이 정말 차별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진짜 묘미는 영상 콘텐츠인데도 시각적인 것보다는 청각적인 요소에 집중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음악 같은 것들이 아닌, 꾸며내지 않은 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ASMR 방송’이다.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해 세계적인 유행을 끌고 있는 ASMR을 프로그램에 적절하게 녹게 만들었다. ASMR이 유행하면서 YouTube를 통해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숲 속의 작은 집>은 또 다르다. 대부분의 ASMR 콘텐츠는 인위적으로 특정한 소리를 만들어 내거나, 외부의 소리를 가져다 사용한다. 오래 듣고 있으면 약간 어색한 기분도 든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들이 생활하면서 담아내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골고루 그리고 적당히 담아내었다.
자연에서 뿜어 나오는 소리, 책 읽는 소리, 밥 짓는 소리, 식사할 때 내는 소리, 장작을 패고 태우는 소리까지. 모두 행복에 대한 미션을 수행하는 큰 틀 안에서 출연진들이 담아내는 소리들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해도, 가만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가.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이야기했지만,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는 지점에서는 성공했다. 미니멀 라이프, 오프 그리드와 행복에 대한 주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 또한 제작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이에 대한 해석은 사람들마다 각각 다를 것이다. 대신, 여기서 내세운 ASMR을 포함한 장면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ASMR이라는 힐링 트렌드를 잘 이해하여 연출에 옮긴 실험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세상에 찌들어서 지치고 피곤할 때, 나만의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숲 속의 작은 집>을 꼭 한 번 시청해 보라. 중간에 잠이 들어도 좋다. 그렇게 되어도 문제가 없는 것이 이 프로그램만의 묘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