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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효진 Mar 02. 2021

2021년 2월 회고_일상을 정비하는 몇 가지 방법들

2월에 있었던 일들

Sleep Cycle 앱을 사용해 수면 패턴/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팟캐스트 [시스터후드]를 재개했다

여성/일/기록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커뮤니티 '뉴그라운드'를 계속 준비했다

전화 일본어를 다시 시작했다

피아노 학원을 자주 빼먹었다

퍼블리에서 커리어의 맥락 찾기에 관한 원고를 발행했다

'코로나 시대의 기획자'를 주제로 인터뷰했다

BIYN 성평등팀 모임과 마이 빅 브랜드 모임에 계속 참여했다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총평: 밤 12시 전에 잔다고요? 그게 된다고요?

밤늦게까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전자책 화면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 어김없이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에 빠져드는 게 나의 패턴이었다. '정확히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망한 것 같다'라는 기분으로 잠에 억지로 들었다가 깨어나면, 그다음 날에도 당연히 몸과 마음이 가뿐하지 않았다. 구정이 있는 2월을 맞아 수면 습관을 바로 잡아보기로 하고 지인이 추천한 Sleep Cycle이라는 앱을 다운 받았다. 자기 전에 앱으로 기상 시간을 지정하고,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둔 채 머리맡에 놓아두면 밤새도록 내가 뒤척이는 소리나 코 고는 소리, 잠꼬대하는 소리 등을 녹음하고 다음날 수면의 질이 어땠는지, 내가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만에 잠들었는지, 코를 언제 어떻게 골았는지 분석해서 알려준다.


사실 앱 자체에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건 전혀 아니다. 다만 내 수면이 기록되고, 기록을 통해 어떻게 자고 있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잠들기까지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신경을 쓰게 됐다. 가급적 일찍 자야 하니까 저녁식사는 오후 6시 이전에 하고, 6시 이전에 식사를 할 수 없는 날에는 가능한 가볍게 먹는다. 늦은 시간에, 거하게 저녁을 먹으면 다음날 반드시 머리가 멍해지거나 눈 주변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이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한 날도, 예전처럼 새벽까지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던 날도 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수면의 질이 월등히 높아진 것 같다. 수면 품질이 백 퍼센트를 달성하는 아침에는 얼마나 뿌듯한지! 그리고 아마 기분 탓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낮 동안에도 예전만큼 화나 짜증이 자주 나지 않는다.


수면 시간과 수면 품질,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완벽했던 날. 그래도 코는 골았지만...


수면 습관을 가다듬는 동안, 나는 내가 지난해부터 쭉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을 정비하고 스스로 나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들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떠오르는 대로 휴대폰 메모장에 써둔 방법들은 이렇다. 자꾸만 좋지 않은 생각으로 끌려들어 갈 때, 거기서 나를 끄집어내 줄 방법을 몇 가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피아노 연습하기

가사가 좋은 노래 듣기

SF 소설 읽기

시집 읽기

잘 자는 루틴 만들기

좋은 인터뷰 읽기

편지/엽서 쓰기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기

아침식사 잘 챙겨 먹기


2월의 책: 엘레나 페란테, 나폴리 4부작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는 진작부터 들어왔는데 네 권이나 되다 보니 통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비슷한 이유로 에피소드당 러닝타임 50분~1시간, 시즌당 에피소드 여덟 편, 심지어 두 시즌을 꼬박 봐야 하는 드라마판도 시작하지 못한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아 톨렌티노의 <트릭 미러>를 읽는데 나폴리 4부작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트릭 미러>도 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이참에 한번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자책으로 1권을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4권까지 완독 했다. 초반에는 매일 조금씩 야금야금 읽다가 중반부터는 그럴 수 없어서 길을 걸어가면서까지 집착하며 읽었다.


약 60년에 걸친 릴라와 레누의 관계 양상을 그리는 방식이나 계급, 성차별, 이탈리아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녹여내는 방식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나폴리 4부작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소설인 것이 좋았다. 그런 맥락에서 마지막 권인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의 결말은 너무나 완벽했고, 나는 종종 이 결말이 이 소설에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영구적인 혼란이지만, 그것이 없이는, 글쓰기는 물 위의 시시한 꿈틀거림일 것”이라는 엘레나 페란테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그리고 2월에 읽은 책들

지아 톨렌티노, <트릭 미러>

김정연, <이세린 가이드>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아, 한주연, 백희원, <작은 조직에서 성평등 약속문 만들기>


2월의 영화/드라마: <미나리>

미국 이민 2세인 정이삭 감독이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로 재구성한 영화. 아직 감상을 문장으로 잘 다듬지 못해 이렇게 건조하게 표현하게 되지만 <미나리>는 과거에 자신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던 일을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빠, 할머니의 시선으로 이동하여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일을 해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특히 영화에 두 번 등장하는 윤여정 배우의 클로즈업 신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부록) 2월의 홍보: 뉴그라운드 레터

새로 준비 중인 커뮤니티 '뉴그라운드'의 이름으로 이번 주 금요일부터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나와 동료의 일-기록을 담을 예정. 구독해주시면 제가 기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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