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부터 Z까지 몸소 경험해본 가이드북 제작기
B2B 마케터가 된지 벌써 10개월차로 접어든 마케터 S입니다.
이 아티클에는 제가 두 달 정도 시간을 쏟아부은 가이드북에 대한 제작 및 회고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부디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은 B2B 마케터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입사한지 6개월 즈음 됐을 때, 대표님께서 "이젠 진짜 성과 내볼 때가 되지 않았냐"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지금까지 내가 한 건 성과와 관련 없는 일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대표님의 말에 담긴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6개월까지는 지금 회사가 일하는 방법을 익히고, 콘텐츠 마케팅에서의 성과를 내는 것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리드를 '직접', '대량으로' 수집하는 마케팅 액션을 해보라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한 경험의 폭은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 관점에서 해보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2B 기업이 리드를 직접 수집하는 창구는 다양합니다. 웨비나를 열거나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열거나, 가이드북을 만들거나, 랜딩페이지에 유입하게끔 하거나... 이 모든 과정에서 콘텐츠가 맞닿아 있기에 입사 후 6개월 간은 콘텐츠 종류를 다양화하고, 유입 키워드 기반의 콘텐츠를 쌓는 데에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리드를 수집하는 단계에서는 정말 목말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집중했던 콘텐츠 마케팅 외에 직접 사람들이 본인의 정보를 남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실행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가이드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가이드북 기획을 하면서 주제부터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 회사가 어떤 주제로 이런 전문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요. 저희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쇼핑몰 사장님들이 조금이라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고민에는 매출 고민, 자사몰 운영 고민, 직원 교육 고민 ... 등등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쇼핑몰 운영자를 위한 자사몰 OOO 가이드북>이라는 가닥을 잡게 되었습니다.
[ 초기 기획안 ] 우리가 이커머스 담당자 대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고민점 해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각 업종에서 고민할 만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소하는 관점으로 접근해보면 좋겠다. 해당 가이드북을 통해 잠재 리드를 발굴하고, 우리 솔루션을 더 잘 알릴 수 있도록 하기.
‘쇼핑몰 창업자가 갖는 고민 해소하기’를 목적으로 SMB 타겟 리드 1,000건 수집을 이번 마케팅 가이드북으로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가이드북을 통해 사고 리더십 콘텐츠를 꾸준히 생성하고 우리 브랜드 인지도를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자.
저희 솔루션을 사용하는 고객사를 분석해보면, 쇼핑몰 규모가 1~10명인 곳이 2,044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 그 다음으로는 11~50명 규모의 쇼핑몰이 뒤를 잇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대다수 사용자가 SMB 1, 2 업체이기 때문에 우리 타겟이 지금 하고 있는 고민에 맞춰 백서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차기 SMB를 창업하여 우리 잠재 고객사가 될 창업준비생들을 위한 내용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SMB1, 2가 메인 고객사인 우리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쇼핑몰 창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쇼핑몰 창업에 필요한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SMB 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아무래도 기운영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금 쇼핑몰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여러 가지 의사결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할 모습이 훤히 그려졌죠. 쇼핑몰을 창업하고, 초기에 했던 고민과 지금까지도 하는 고민들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주제는 크게 4가지 정도가 생각이 났습니다.
(1) 마케팅 (2) 재무 관리 (3) 직원/채용 관리 (4) 재고 관리
각 주제에 따라 설문지를 작성(질문은 최대 10개 정도로 구성, 피로하지 않게), 주제별 성장 단계별 봐야하는 핵심 지표 같은 부분도 매 리포트마다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당 주제들이 쇼핑몰 사장님을 위한 자사몰 OOO 가이드북에서 쇼핑몰 사장님을 위한 자사몰 마케팅 가이드북, 쇼핑몰 사장님을 위한 자사몰 재무 관리 가이드북, 쇼핑몰 사장님을 위한 자사몰 직원 관리 가이드북… 이렇게 무한 파생될 수 있도록 시리즈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이 시리즈를 다 묶어서 zip을 만들어도 좋은 것처럼요!
이렇게 타임라인을 잡으니 어떻게 시작할지 감이 잡히더라고요. 한눈에 보이는 흐름 덕분에 어떤 솔루션을 사용할지도 미리 조사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가이드북을 만들면서 생각보다 고생했던 부분은 '설문 단계'였습니다. 제가 만드는 가이드북은 2025년 초에 릴리즈될 예정이었어서 시기에 맞춰 2024년을 돌아보고, 2025년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한 주제를 자연스레 잡게 되었습니다. 설문 내용도 마찬가지로 2024년을 돌아보고, 2025년에 어떻게 진행하면 좋은지, 자사몰이 집중하면 좋은 채널과 마케팅 방향은 무엇인지를 구성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직전년도 마케팅 회고, 2025 마케팅 계획, 쇼핑몰 창업 시기로 돌아간다면?, 우리 솔루션 x 이커머스와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 총 4가지 주제로 구성했습니다. 무엇보다 뻔한 질문에서 뻔하지 않은 답변을 끌어내는 것에 가장 힘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이드북을 보는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할 만한 실제 구체적인 수치와 같은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들을 구성하는 데 제일 집중했습니다.
열심히 만든 설문 결과가 "의미 있는" 결과가 되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응답한 결과임을 입증해야 해요(이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10명이 응답한 설문 조사라고 한다면 신빙성 자체가 없어지겠죠.. 그래서 기획만큼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설문 조사 응답율을 높이기 위해 채널별 타임라인 및 액션 아이템을 세웠습니다.
- 자체 뉴스레터 채널
- 각종이커머스 관련 오픈채팅방
- 지인 공유
채널은 크게 이렇게 나눌 수 있었는데요. 오픈채팅방이나 카페를 활용하는 건 정말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자꾸 강퇴당하고 삭제 당하고 .. 그래도 계속해서 두드리다 보니 제 생각보다 더 많은 응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목표는 100건 모으기였는데, 120건의 응답 수를 기록했습니다. 무려 20% 높은 성과였어요.)
B2B는 소셜 광고 절대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항상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이야기였기에 저희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저희 내부 풀만 이용하기에는 밖에서 찾는 리드를 원활하게 수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고, 저희가 만드는 솔루션은 인스타그램을 많이 이용하는 사장님, 마케터, MD분들이 많겠다는 판단 하에 소셜 광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광고 소재도 최대한 B2C향으로 재미있게 만드는 것 하나, 책 목업 소재를 활용해 전문적인 느낌을 내는 소재 하나 이렇게 두 가지 방향으로 만들기도 했었어요.
그러나 여러 B2B 가이드북 회고 글에서 봤듯 .. 광고 소재는 정말 전문적이어 보이는 것이 가장 효율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광고비를 지출하고 나서야 이 교훈을 몸소 깨닫고 광고 진행 첫 주차 이후에는 소재를 수정해서 진행했어요. 이렇게 총 광고로만 96개의 리드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광고비 50만원 소진).
그래서 B2B는 소셜 광고가 정말 의미없을까?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소셜에는 모든 고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B2B라고 하더라도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한 개인이 볼 수 있는 광고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만드는 제품, 우리가 홍보하고자 하는 가이드북의 메시지에 따라 소재를 만들고, 타겟을 설정하면 B2B도 충분히 광고를 돌려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추후에 수집된 리드를 잘 육성하는 게 더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연락처가 있는 리드를 이렇게 수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1)의 연장선에서 소셜 광고에 돈을 많이 지불하기 어려운 업체라면,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어요. 저희는 '쇼핑몰 마케팅'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마케팅과 관련된 트렌드 주제를 가이드북에서 뽑아 총 세 가지 콘텐츠를 만들었는데요. 해당 콘텐츠 모두 클릭률이 기존 콘텐츠 대비 5~7% 정도 높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한 콘텐츠는 3,000명이 보고, 그중 380명이 CTA 버튼을 눌러주셨습니다(클릭률 12.7%)). 콘텐츠 안에 있는 CTA 버튼(가이드북 다운받기)을 생각보다 많이 누르게끔 하는 콘텐츠는 가이드북으로 만들기 훨씬 쉽더라고요. 가이드북을 만드셨다면, 가이드북 내용을 조미료 삼아 질 좋은 콘텐츠를 꼭 후속으로 여러 개 만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중 컨택 중요도 5인 리드 : 54건(10%)
광고로 얻은 리드 : 96개(광고비 50만원 소진) / 그중 컨택 중요도 5인 리드는 16개(16.7%)
CTR 2%대(광고 노출 수 대비 광고 클릭 수) / CPC 1,139원(클릭당 비용) / CPA 4,100원(액션당 비용)
총평 : 기존에 목표했던 광고비는 200만원이었는데요. 진행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의견이 다른 의사결정으로 인해 50만원에서 멈추게 되었습니다. 만약 원래 생각했던 광고비를 다 소진했다면? 기존 목표였던 1,000개 리드 수집도 가능하고(2주간의 추세로 확인해보았을 때), 광고 효율도 평균 이상이었어서 성공적이었다고 보여져요! 광고를 중간에 멈춘 건 LQ(Lead Quality)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라고 보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타겟으로 했던 월 주문 건수도 2,000건 이상이 22.9%나 됐고, 컨택 중요도도 5인 고객사가 10.5%로 가이드북 성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렇게 주문 건수 및 컨택 중요도로 수집한 리드를 나누니 SMB 업체는 추후 리드 너처링으로 육성할 계획이고, 2,000건 이상 업체는 영업팀이 팔로업할 수 있어 후속 액션도 빠르게 나누고 실행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처음 업무를 정리한 글을 브런치에 써보게 되었는데요. 두서가 없을 수 있고, 친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이드북이나 콘텐츠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시다면 편하게 문의 버튼을 눌러 메일 보내주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회사 내부 정보 때문에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