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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융 Dec 17. 2018

'같은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애들이 있는데'

얼마 전, 인터넷에서 어떤 기사를 보았다. '내가 고아라서 소년원에 가는 건가요?' 대충 그런 제목의 기사였던 것 같다. 기사 속의 아이는 '같은 일을 저질렀어도, 부모가 있는 다른 아이들은 정상참작되고,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은 교화의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대로 소년원에 보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했다.


나는 (건강하지 않게도)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봤다.


그리고, 대신 상처받았다. '죄를 저질렀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같은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애들이 있는데'... '남 탓만 하고 있네...' 나는 같은 환경에서 잘 자라는 애들이 있다는 그 말을 너무나 싫어한다. 또 나는 궁금해진다. 대체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어느 순간에, 특히 누군가에게 잣대를 들이댈 때, 삶을 믿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지를... 맘만 먹으면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믿게 되는지를... 그 누구도, 인생에 배신당하지 않은 이는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른 채로 태어나며, 인생의 한 방향으로 끌려간다. 자신이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 많은 이유가 우리의 눈을 가려 저항할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나약하다. 그러나 나 자신의 나약함만 인지한다면, 또한 살아갈 수가 없다. 

바로 여기에서 엄청난 아이러니가 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나약하다는 것을.. 자유의지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말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의지를 찾아내야 한다. 가끔 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삶과의 싸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세상의 많은 현인들은 삶에 '순응'하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분명 그들은 '욕심 부리지 말고 안빈낙도 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러나, 자신의 삶에 순응하면 죽게되는 인간의 삶이 있다.

우리의 삶이 극한으로 몰리는 상황에는 그렇게 된다. 


그 '순응'이라는 말이 껍데기에 불과한 삶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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