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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박 Sep 14. 2020

사랑의 무쓸모

사랑은 밥 먹여주지 않습니다

 사랑이 얼마나 손해 보는 짓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궁금할 때마다, 그것을 위해 스스로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래 갉아먹었는지 생각하면 된다. 사랑을 하면서 내가 얻는 건 고작 기뻐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잃게 되는 건 돈과 시간, 정성, 평온한 마음 등이다. 사랑을 하는 것과 받는 것은 서로 아주 상관이 없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일은 적절한 때를 맞춰 동시에 일어날 확률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만약 동시에 일어났다면 그것은 우연이다.


 사랑은 언제나 1인칭이어서,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사랑이라면 나는 예전에도 몰랐고 앞으로도 모른다. 우리가 옷을 선물 받았을 때, 이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공장에서 어떤 일들이 이루어졌고 몇 명의 손길을 탔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사랑을 받았을 때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이런 사랑을 줬는지 샅샅이 알 수 없다. 그저 이 사람도 나에게 사랑을 주느라 '돈, 시간, 마음을 어느 정도 썼구나' 예상할 뿐이다.


 세상은 짝사랑으로 굴러간다. 우리 엄마는 나를 짝사랑하고, 나는 엄마를 짝사랑한다. 어쩌다 동시에 사랑하는 날이 오면 짠해진다. 엄마는 내가 누워서 기저귀만 축내는 인간일 때도 나를 열렬히 사랑했고,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면 다신 볼 수 없는 그녀를 죽기 전까지 짝사랑할 테니, 동시에 사랑하는 날이 앞으로는 많이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 아무리 피로 엮여있다지만 누군가를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생각할수록 놀라운 우연이다.


 사랑은 밥 먹여주지 않는다. 사랑은 오히려 나의 밥값을 뺏는다. 사랑이 얼마나 나를 서운하게 하고 슬프게 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이 전혀 괜찮지 않다. 사랑받을 행운에 목숨 걸고, 마음이 동시에 움직이는 우연을 계속 기다리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왜 누군가를 생각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다가 갑자기 철든 사람처럼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사랑하나. 돈이 전부全部인 세상에서 돈을 써가며 사랑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전부는 무엇일까. 사랑 때문에 복잡해지는 세상만사가 참으로, 참으로 어렵다.





* 이 글은 '100일 동안 하루에 한 개' 쓰는 프로젝트 중 98번째 글이다. 4월 10일에 써졌다. 약간의 퇴고를 거친 후 올려본다. 직장에서 바쁜 와중에,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여러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이럴 때마다 브런치가 엄청 생각난다. 곧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 같다.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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