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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영 Apr 26. 2023

로고가 너무 비싼데요?

십자가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디자이너로서 가장 난감한 경우가 언제인가 생각해 봤을 때 클라이언트가 지식기반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이다. 제조업 중심산업에 임금 계산 방법을 그대로 지식기반 산업에 적용하고자 하려는 사장님들은 임금 = 노동자의 시간과 비례한다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지식기반산업에서의 임금은 노동자의 시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구매하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가끔 로고 디자인 가격에 대해 상담받는 경우가 있는데. 내 기준 최소 금액을 말씀드려도 대부분은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 변호사의 변호 서비스, 의사에 의료 서비스는 비싸다고 말하지 않지만 디자이너의 디자인 서비스는 비싸다고 얘기한다. 왜.. 일까?


  디자이너의 공급이 많다. 첫째. 웹사이트에 로고 제작만 검색해도 요즘에는 로고 AI가 존재해서 만원 아니면 한 시간만 투자한다면 무료로 로고를 생성할 수 있다. 툴에 제약이 없는 현대사회에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아웃소싱 사이트에서 2만 원, 5만 원에 로고를 만들어주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이들은 디자인과를 나온 대학생일수도, 부업을 하고자 일러스트를 배운 직장인일 수도 있다. 조금의 미적감각이 있다면 심볼정도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진입장벽이 낫다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처럼 저렴하게 제공되는 로고이미지들도 있는데 브랜드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장님들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당신의 로고 가격은 왜 이렇게 비쌉니까?", "로고 가격이 너무 비싼데요?", "더욱 저렴하게는 안될까요?"

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화가 난다 거나, 아쉽다는 소리를 하려고 글을 작성하는 건 아니다. 나는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클라이언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리고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나의 업무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종교, 군, 기업의 브랜드 사례를 통해 브랜드 가치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클라이언트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첫마디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장님 십자가의 경제적 가치를
말씀해 보시겠어요?"


 전 세계에 날짜 기준을 BC와 AC로 나눠버린 기독교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십자가의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자. 구체적인 수치는 불가능하겠지만 세계-선교-통계 사이트에 의하면 세계 기독교 인구 비율은 32.2%로 총인구 70억 명 중 25억 5,987만 5천 명이 기독교의 교리를 따르며 살아가고 있다.

https://krim.org/%EC%84%B8%EA%B3%84-%EC%84%A0%EA%B5%90-%ED%86%B5%EA%B3%84-2022%EB%85%84/?ckattempt=1 


 25억 5,987만 5천 명이 매일 십자가를 보며 하느님을 생각하고, 기도하고, 경건함, 신성함을 얻는다. 또한 십자가는 패션아이템으로 사용되고 영화소품으로도 사용되며 다양한 상징을 가지고 여러 콘텐츠로 소비된다. 단순히 선 2개로 만들어진 상징물이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는 세계인의 30%의 삶의 규율과 구원 내지 희망을 만들어주는 가치인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십자가란 상징물을 뒷받침하는 기독교라는 자체의 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2개의 선이 교차하는 십자가에 예수의 핍박이라는 스토리와 심볼이 없었다면 기독교의 '희생'과 '신성'을 설명하기 위한 많은 말들이 필요할 것이다.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창출하는 십자가의 상징을 한 개인이 만들어서 로열티를 받는다면, 그가 아마 전 세계제일의 부자가 될 것이다. 브랜드는 막강한 경제적 비용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많은 분석과 준비과정, 그리고 디자인 과정이 필요하다. AI가 생성해 주는 데로, 크몽에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브랜드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다. 또한 자신의 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디자이너라면 저렴한 비용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상징은 문화를 지배한다.

나치당 심볼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문화를 통한 선전, 선동에 가장 힘쓰는 나라이고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드를 가장 잘 활용한 집단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사용방향은 아주 잘못되었다.


 나치는 해당 로고를 독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도록 깃발, 군복, 배지 등 다양하게 만들어서 배포하였고 자국 내 소속감을 강화하였다 독일의 상당수 많은 젊은이들은 나치독일의 군복을 입기 위해 군입대를 지원하였고 많은 죽음을 맞이했다.


이 처럼 하나의 상징은 누군가의 선택의 동기가 되기도 하고 군중들을 집결시키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국가의 유니폼이 대표성을 띄우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지배한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거대한 영향력을 띄우는 것이 바로 "로고"인 것이다. 


 

디자이너는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종교의 사례는 심볼과 브랜드 스토리의 중요성의 대한 이야이이고, 나치의 사례는 브랜드의 활용방향, 디자인의 내부 집단결속 및 브랜드 충성도, 나아가 브랜드의 사용설계에 대한 사례이다. 이제 기업의 사례를 통해 현대에 전문적이라고 칭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이 제시하는 로고 브랜딩 작업이 왜 비싼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디자이너는 결국 브랜드 컨설턴트이다. 관계자와의 많은 이야기를 통해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파악하고, 기업의 비전이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방향으로 컨설팅해주어야 하고 심볼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업 브랜딩 작업물인 Plus X 에이전시에 CU 편의점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https://www.plus-ex.com/experience#cu1

 

 나는 단언컨대 CU편의점은 브랜드 디자인 이 마음에 들어서 간다. 기존 Familymart를 대신해 2012년 8월 신규 런칭한 편의점 브랜드인데 말풍선에 그래픽 심볼이 주는 친근함과 CU편의점 제품들의 유니폼 통일성 잘 꾸며진 간판이 나의 발길을 끌고 편의점으로 안내한다. 프로 자취러로 삼시 세 끼를 CU에서 때우기도 한다  


 내가 Plus X의 관계자도 아니고 직원도 아니어서 자세한 계약내용은 모르지만 BGF 리테일(CU운영업체)에서는 Plus X로 브랜드 비용을 정기적으로 제공해야만 한다.!! 충성고객들은 CU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에 고객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아주 주관적인 확신이다.!

갓벽에 가까운 통일성과 디자인 - Plux Porfolio 발췌

 이 부분에서는 브랜딩 구성을 위해 실질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업무를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할까 한다. (Plus X에 방법론을 따라 - 그리고 대부분의 디자인 업무의 프로세스이다 )


 가장 먼저 소비자를 파악하고 기업 관계자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를 정리한다. 이후 로고의 사용범위를 정한다. 테이프, 비닐봉지,  간판, 택배차, 등등 로고가 어떤 제품에 붙어도 어색하지 않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간결하고 강렬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분석내용에 따라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색상, 아이콘, 그래픽 심볼, 폰트, 컨셉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방향 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소비자 분석과 활용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아우르는 디자인 결과물을 제시하여 기업의 관계자도, 소비자들도 납득하고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해야 한다.


 일종의 경영관점의 분석, 소비자 분석, 문화의 대한 지식, 비주얼에 대한 고민, 색채 심리, 색채학등 방대한 분석, 지식이 필요한 업무인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브랜드가 비싼 이유를 납득시키는 나의 첫 업무가 끝난 것이다.

그럼에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클라이언트들에게는 미련 없이 AI생성기나, 크몽, 로고 생성툴을 추천해 준다.



사람은 죽고, 브랜드는 남는다.

 사람은 죽고 브랜드는 남는다.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은 죽었지만 스티브 잡스라는 브랜드는 계속된다.

좋은 브랜드는 클라이언트가 죽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된다. 결국 기업의, 혹은 제품의, 혹은 역사의, 혹은 국가의, 혹은 종교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될 로고 디자인이 저렴해서는 안된다는 말이하고 싶다.




요즘 만들고 싶은 앱이 있어서 책 쓰는 일은 잠깐 중단하고 있었다.

UI/UX디자이너가 본업이긴 한데 Flutter로 개발해서 개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자세일지도? 앱 개발도 재미가 있다. 곧 다 만 들것 같다.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이 브런치에 글 쓰는 것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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