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 회고전을 하고 있다. 그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까지 115점이나 볼 수 있는 대형 전시회다. 파리 시내가 들썩인다고도 한다.
추상회화의 본질과 디자인에 완전한 혁명을 일으킨 마크 로스코.
하지만 추상화의 본질과 디자인이 원래 뭐였는지 나는 모른다.
어렵고 복잡하게 접근하지 않아도, 그의 작품들은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클래식 로스코”라고 분류되는 작품들은 로스코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브랜드같다고 해야할까. 이런 류의 그림을 보게 된다면, 로스코의 그림이구나! 하게 된다. 세로로 긴 캔버스에 끝도 모를 심연으로 빠져들 것 같은 깊이감과 색감이 주는 아름다움. 형태란 찾아볼 수 없는 아주 단순한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그림.
로스코는 언제부터,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 스타일을 그리게 되었을까?
로스코만의 색깔이 분명한 것도 좋았지만, 내가 이번 로스코 전시에서 좋았던 건 그가 클래식 로스코로 발전하는 과정을 다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젊었을 때는 다른 류의 그림을 그렸다. 로스코가 그렸을 것 같지 않은, 잘 그렸지만 어찌보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그림이었다. 그도, 처음부터 그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것은 아닌 것이다.
갤러리 회랑을 걸으면서 그의 진화와 고민의 흔적들이 보였고, 그게 가장 좋았다. 미술을 몰라도, 그가 걸어온 길들을 따라 걷다 보면 그에 대해서 적어도 세 가지는 알게 된다.
그는 끊임없이 그렸다.
계속 본인의 스타일을 깨부시려고 노력했다.
본인의 작품에 계속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을 거듭했다.
로스코 아들의 증언에 따르면, 로스코는 끊임없이 감상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고민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일 것인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클래식 로스코 스타일을 완성하고 시카고에 출품한 그 해. 자신의 철학도 완성한다.
"The experience of depth is an experience of penetration into layers of things more and more distant (1954)"
깊이를 경험하는 것은 더욱 더 먼 곳에 있는 사물의 층으로 침투하는 경험이다.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나를 다른 곳으로 이동 시키는 것 같은 아득함이 있다.
1903년생이니 51살에 역작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1970년에 별세하는데, 1969년 작품도 전시가 되어 있다.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51살에 큰 성공을 거둔 뒤로도 화가로서의 그의 작품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꾸준히 그리면서 추상화에 혁신을 가져와 미술사에 중요한 인물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했을 것 같지 않다. 그저 그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 외에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마음과 노력들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로스코 전시에 대한 글을 꼭 나도 남겨놓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앱을 깔면 오디오 가이드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그림에 대한 설명을 골라서 들을 수 있다. 으레 그렇듯, 맨 마지막 작품 설명을 보고 다음을 눌렀는데, 루이비통이 의뢰해 막스 리히터가 로스코를 위해 헌정한 곡이 나온다. 소름 끼치도록 딱 맞는 궁합이다.
이러한 취향을 가진 큐레이터, 실행할 수 있는 자본력, 너무 앞서가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대중적인 눈높이. 부럽기도 하고, 영향력이 무섭기도 한, 그런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