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작품의 경우 크게 내용과 형식으로 나누어 적고 싶다. 내용은 작품이 담고자 하는 가치와 관점을 보여주고 형식은 내용을 담아내는 전달하는 기술이라 정리한다. 물론 내용과 형식이 하나가되어 동시에 작용할 때는 따로 언급하겠다.
내용
프레드릭 와이즈만(Frederick Wiseman)의 뉴욕 공립 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은 3시간이 넘는 정말 긴 다큐멘터리다. 인내로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로 뉴욕의 도서관을 훔쳐보았다는 것이다. 영화는 맨해튼의 본관부터 브롱즈 브루클린 퀸즈의 여러 분관까지 다양한 공간, 사건, 사람들을 조망한다. 다큐멘터리의 가장 강력한 속성은 ‘리얼’이라는 것이다. 그 시간, 그 장소에 각자의 이유로 온 사람들을 담담하게 담아내는데 연기하지 않는 진짜 사람은 관객과 인물들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김 씨, 이 씨 박 씨의 일상은 하나도 안 특별해도 카메라를 통해 가까이 들여다보면 옆에서 보는 것과 다른 감흥을 만든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처음 드는 생각은 부럽다는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역 커뮤니티 시설에 가까웠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인프라이다. 영화는 리처드 도킨스의 강연으로 시작한다. 무신론자의 정치적 세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호소로부터 시인(poet)으로서의 과학자를 말한다. 한국이었으면 제러미 다이아몬드 때처럼 티브이를 통해 봐야 하는 인물을 공립도서관 중앙 홀에서 볼 수 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시민을 위한 공공 도서관이 부럽다는 게 사실 내 감상이 전부일 것 같은데 그걸 굳이 줄 글로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리스트로 요약한다.
부러운 것들
강연 기회(정말 저명한 사람의)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환경.
노숙자에 대해 사실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면서 공공도서관으로서 태도를 설정하는 열린 시선.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태도와 경청(콜레라 시대의 사랑 독서모임, 세네갈 성직자 노예, 교과서가 다루는 흑인, 청각장애인 통역사의 이야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의 편의성, 이미지 아카이브의 엄청난 데이터와 종이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미지 아카이브 관리 아저씨의 구조주의로 이미지를 해석하는 관점)
도서관이 단순 아카이브 말고 디지털 아카이브로 시민, 국민 세계인에게 열린 정보체계를 만드는 “21세기 성배”를 말하는 것.
배움에는 끝이없어 남여노소 불문하고 도서관에서 뭐든한다.
도서관이 크고 멋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지식과 진실(물론 복잡하지만)의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사실 그게 가장 멋지다.
뷰포인트
공립 도서관이 위치하는 지역마다 다른 사람의 차림새와 인종
후반부 강단에 서서 랩처럼 말하는 흑인 청년이 멋있다 - 무슨 장르 같은데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형식
카메라는 철저히 한 곳에 고정되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가끔 줌인을 하거나 줌 아웃을 할 뿐이다. 아주 건조하게 대상을 바라보는데 카메라의 역할은 그것뿐이어도 충분하다. 나머지 부분은 카메라가 비춰주는 대상이 채워 준다. 호흡이 느린 롱 테이크로 사람들의 발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담으려고 한다. 2017년 뉴욕의 어느 날들을 담은 기록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