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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롱팰롱 Jul 20. 2020

핼리팩스 1주년 기념 여행

루넨버그와 페기스 코브 여행

드디어 나도 갔다. 호텔 손님들이 와서 갈만한 곳을 물어볼 때마다 수없이 권했던 그곳. 낯선 곳 핼리팩스로 이사 와서 뭐가 뭔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추천해야 했기에 일단 추천하고 본 곳이었다. 정작 나는 작년 여름 동안 너무 바빠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가해졌을 땐 이미 모든 투어가 다 끝난 뒤였다.

전날 일이 늦게 마쳐서 피곤해서 가지 말까 하는 고민도 살짝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준비했다.

먼저 루넨버그를 갔다가 페기스 코브를 갔다.


루넨버그

루넨버그의 조그만 골동품 상점. 도시가 예스러울수록 더욱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루넨버그는 핼리팩스에서 한 시간쯤 차를 타고 가면 있는 조그만 소도시로 199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마을은 1800년대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옛날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집들은 다 아담했고 늘 페인트칠을 해서 관리를 하는지 색이 바래진 집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아마도 주 생업인 어업 외에 부수입인 관광업을 위해서리라 짐작된다. 원래 이때쯤 오면 중국인들이 엄청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로 한적하니 거의 백인밖에 없다. 집이며 데크며 항구며 거의 모든 것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오토바이 타고 여행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바이크족들이 보인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노인들의 여행 수준이 더욱 자유분방한 것 같다. 호주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캠핑카 끌고 다니며 방방곡곡을 다니던데 캐나다에서는 나도 핼리팩스 와서야 많이 보게 된 광경이지만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꽤 있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나, 나는 고생은 질색이라 패스.. 그래서 더 멋있기도 하다.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해파리. 울렁울렁 유영하는 모습이 무척 자유로워 보인다.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바다를 보니 해파리가 보였다. 아니, 해파리만 보였다. 넘실넘실 바닷물을 타고 노는 해파리를 동영상을 촬영했다. 돌아오는 길에 동영상을 확인하니 해파리가 아니라 바닷물에 부서지는  반짝거림에 감탄이 나왔다. 해파리에 넋이 빠져서 이토록 빛나고 있었던 것을  봤다니. 나는  작고 보잘것없는 무엇을 보느라  인생의 반짝이는 것들을  보고 살아가고 있을까?

다 돌아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 조그만 항구를 따라서 식당이 들어서 있는데 거의 랍스터 샌드위치나 랍스터 관련 음식 혹은 피시 앤 칩스를 파는 것 같았다. 그중 한 곳에 앉아 분위기를 더 느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


페기스 코브

다시 페기스 코브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날씨가 천둥이 친다느니 부슬비가 올 거라느니 했기 때문이었다.

빨간 등대가 있다고 손님들한테 뭣도 모르면서 많이 말했는데 진짜 등대만 덩그러니 있었다. 이곳 또한 중국인이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본인 사이에서도 유명하다고 한다. 본 적은 없지만, 영화 '하나미즈키'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어서 일본인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역시나 동양인은 거의 없었다.

페기스 코브는 동네 이름으로 영어 명칭은 'Peggy's Cove'.  이름의 유래 썰 중 하나로 조난 사고를 당한 어린 여자아이가 이곳에서 살아남았고 아이는 너무 어려서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가족이 이 여자아이를 입양했고 페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페기는 자라서 그곳 거주민과 결혼했고 마을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페기가 사는 코브, 즉 페기스 코브라고 하며 관광객을 매료시켰다.  사실 페기스 코브는 입구에 차를 대고 걸어서 들어가는 길이 예쁘다. 이제 막 초여름이라 여기저기서 피어난 아기자기한 꽃들과 알록달록하게 페인트칠 한 집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등대가 나온다. 등대는 사실 언제 봐도 감흥이 없다... 아... 등대구나... 하지만 이내 곧 장엄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긴 세월 바람과 파도를 맞으면서 여기저기 갈라진 바위들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작아 보일 정도로 무척 장엄하다. 오히려 바위가 만들어낸 그림이 더 장관이다. 대체로 잔잔한 우리 집 앞바다 파도와 달리 바람이 꽤 불어서 그랬던지 오랜만에  바위에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속이 뻥 뚫린다.   바다는 언제 봐도 멋있고 언제 봐도 우리를 환영한다. 일행들은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했지만 날씨가 흐린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등대의 모습이 비장하게까지 느껴졌다. 흐릿한 안개, 웅장한 바위, 비장한 등대가 그려내는 그림이 일품이다.  

그렇게 나의 핼리팩스 1주기 여행은 끝났다.

씨 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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