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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Sep 03. 2024

'무의미의 세계를 유영하기로 해,
음악만세'_단편선

7년의 '기능인' 시간을 끝내고 '음악만세' 앨범을 내는 단편선


회기동 단편선, 단편선과 선원들의 음악을 처음 봤을 때. 봤다고 쓸 수밖에 없다. 

그의 음악을 듣기 전에 먼저 온라인의 무표정하면서 현대미술 속에서 튀어나옴직한 패션과 포즈가 뇌리에 확 박혔다. 감각적으로 아, 이 사람 이미지의 사람이구나 실시간 복합체의 아티스트구나 재미있지만 나의 취향인가는 물음표였다. 음악을 취향으로 만나는데 단편선은 메시지의 이미지 덩어리 그 자체여서 이질감이 컸다. 

음악이 어떻게 이미지에 실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입체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음악가가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런 면에서 다면적이고 자기중심이 명확한 단편선이라는 사람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현대미술 작업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자기만의 음악언어를 내놓고 있는 음악가이다. 예술의 최고봉은 아름답고 충만함이 아니라 진짜 불편한데 자꾸 생각나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일상의 사람의 정서를 불편하게 흔들어서 현재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 예술의 힘을 거침없이 발휘한다. 

긴 시간의 그의 언어인 '기능인'으로의 삶을 정리하고 7년 만에 앨범 준비를 1년 동안 했고 8월 말 새로운 음반을 낸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 또 어떤 이미지로 우리 생각과 감각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할 작정인가. 그러면서 해빗투게더와 모두의놀이터 관련 일 논의를 바쁜 일상 중에 대의원으로, 홍우주 전 이사장으로 참여해서 듣고 의견을 준다. 부지런쟁이 단편선을 쥐어짜서  SCC(성산커피클럽)에서 만났다.


찬란하고 빛나는 '독립'과 새 앨범 '음악만세'에 이르는 순간들

올해 7년의 '기능인' 시기를 끝내고 밴드 단편선 순간들의 '음악만세'라는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새로운 음악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등장했다. 음악 하는 아티스트 단편선이 ‘독립’의 키워드를 찬란하고 빛나게 들려주었다. 인간의 숙명이자 과제인 독립이 저렇게 아름다웠나 나도 모르게 씨익 웃고 오호 감탄이 절로 나온다.

8년 만이죠. 그사이 단편선과 선원들 밴드를 해산하고 기능인으로서 삶을 살았어요. 

스무 살 초엽 홍대 인근에서 공연을 하다 군대 제대 후 009년에는 철거, 빈민 현장에 공연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짱코도 그 무렵에 알게 되었죠. 한받과 나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을 만들었어요. 음악유니온 노조를 만든 문식님과 그때도 알게 되었고요. 연대 청소 노동자들 지원하고 두리반 싸움도 함께 했고요. 경의선 철도 근처의 빈 건물들을 점거하여 공연과 문화를 만들다 보니 지역 안 인간 관계도 계속되었죠.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이 2013년 두리반 싸움 끝난 이후로 만들었고, 다음에는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우주)에서 같이 일을 만들어보자고 제안이 왔어요. 그렇게 사람과 일이 늘어났어요.


희한하게 두리반 투쟁부터 7년 집중적으로 아티스트 활동을 했고, 그 뒤에 IT 회사, 공연기획사, 뒤이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간 위탁 사업까지 또 7년을 집중 활동을 했어요. 기능인으로서 최선을 다한 이유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 위한 생존 인프라, 나의 환경을 만들어야 했어요. 회사에 취직해서도 일을 잘했고 21~23년 서교생활문화센터 위탁 종료 후에는 홍우주 이사장 맡았을 때 활동비도 안 받았어요. 지난 1년 동안은 홍우주의 구조를 지속가능한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여겼어요. 새로운 구조로 24년 홍우주는 10년을 맞이했습니다.


인디밴드의 수명은 생각보다 더 짧기 때문에, 마흔은 원로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사라지지 않고 계속 할아버지가 됐으면 특출하게 잘하던가, 많은 경험이 있어 좋은 얘기라도 할 수 있고, 돈이 있어 밥이라도 사줘야 하는 것이죠. 사람이 나잇값이라는 걸 해야 해요. 백수처럼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해 도움이 안 되면 어떤 공동체에서도 환영받지 못해요. 사는 동안은 나이가 들어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실패조차도 내 책임이라는 것을 알아야 그다음에 다른 것을 볼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반 만드는데 참여하고 관련한 사람들이 돈을 벌게 하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죠. 나도 벌고 너도 벌어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돈 벌기 위해 만드는 음악 역시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음악 작업입니다. 지금 연극과 영화 음악 만드는데 작품이 음악상 받게 하고 싶습니다. 성심성의껏 하니 마감은 다가오고 시간은 부족하고 하루하루 나를 쪼여옵니다.(하하)

나에게 기본은 음악이 늘 첫 번째입니다. 하고 있는 일의 종류가 달라도 근본적으로는 이게 다 음악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년을 돌아보면 좀 더 기능인 측면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올해는 이런 기능인의 7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티스트로서  음반을 만들었어요.


그래도 어디선가 빛나는 것을 찾아 유영하자

이미 음악은 다 나왔고 음반 발매와 함께 전시를 하고 책도 같이 낸다. 

‘음악만세’ 음반은 '단편선 순간들'이라는 새로운 밴드를 구성하여 준비했고 다른 장르 아티스트들과 비디오, 전시 협업을 하여 CD 발매와 함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착착 준비 중이었다. 


지난해 음반작업과 홍우주 재편을 위해 내가 버틸 수 있도록 계획해서 돈을 모아둔 것을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서 멘털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돈에 연연하지 않은 삶인데 내가 독립하고 새로운 음반을 만들고 이런 새로운 계획들이 모두 어렵게 되었어요. 진짜 힘들었는데 마음을 다잡았어요. 곧 40이 되는데 다시 제로 베이스가 되니까 이러다가 나락으로 떨어지겠구나 싶었어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라 마음에 집중하면 더 우울해져서 존재하고 살 기 위한 생존의 인프라를 만드는 일에 다시 집중했어요. 나도 살고, 나와 같이 작업한 친구들도 사는 작업이 되도록요. 들어오는 일 다 맡아서 미친 듯이 일하면서 음반 만들고 전시기획과 영상 작업 등 같이 했습니다.

지금 작업은 거의 다했어요. 음반과 함께 리스닝 룸을 운영합니다. 

음반에 관해 쓴 텍스트가 한 400매 정도 있는데 이 작업을 전시로 구성하고 현대무용과의 협업한 영상 작품, 평론가와 대담을 나눈 오디오 다큐멘터리 등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음반 제목은 음악만세인데 영화 애정만세나 홍콩 영화처럼 네 글자가 주는 느낌으로 정했어요. 단편선과 선원들 밴드는 공격적인 음악을 했는데 이번 작업은 두런두런 자기 얘기도 남의 얘기, 생각을 같이 이야기 좀 하자는 뉘앙스, 청유형 같은 초대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내가 쓴 문장 중에 '무의미의 세계를 유영하기로 해, 음악만세'라고 구어체의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제목을 만들었어요. 살다 보면 다 의미 없는 것 같고 유튜브에서 빠르게 다 지나가고 TV에서도 흘러가고. 정보가 과잉공급되는 세계에서도 어디선가 유별나게 빛나는 것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믿고 찾아서 천천히 유영하면서 다니자 이런 마음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예술이라는 매개로 작업을 하는 사람, 단편선

이야기가 점점 더 깊어진다. 단편선의 음악을 처음 봤던 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음악뿐 아니라 시각이나 음색 등 다양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아티스트라는 인상이 있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서 재미있었다. 그에게 중요한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다면적인 작업이 나에게 중요합니다.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면 음악보다 먼저 문워크나 그의 이미지가 떠오를 겁니다. 사실 그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뮤지션인데도 문워크를 왜 먼저 떠올릴까. 

우리는 음악가 이전에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 예술이라는 매개로 작업을 하는 사람, 뭔가를 만들고 주장을 하고, 허구적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얘기를 만드는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홍우주를 하면서 다양한 작업하는 동료를 만나고 여러 음악을 프로듀싱하면서 달라졌어요. 

내게 제일 잘하는 1 외국어가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에 기반한 것이고 여러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열린 라운지가 있는 커뮤니티 공간 해빗

홍우주, 홍대, 지역에서 음악을 하는 단편선은 작업과 일상, 생존 구조를 잘 구축하기 위해 20대 이후의 삶에서 쉰 적이 없다. 묘하게 만날 때마다 진짜 부지런하고 안정감을 느꼈는데 삶의 베이스캠프를 계속 만들고 있는 그의 끈질김 때문이었나 싶다. 매일매일 바쁜 일상 중에 해빗 대의원을 맡아준 것은 어떤 연결성이 있을까.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일과 작업에 몰입하도록 그를 놔주었다.


홍우주도 협동조합이고 오랫동안 참여했고 이사장까지 했으니까 그 구조를 알지요. 이사장, 이사회, 조합원, 직원이 있는. 조합원이 많이 참여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실적으로는 힘이 부칩니다. 직원과 조합원, 이사들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이 전반적인 운영 책임을 맡는 구조이다 보니 조합을 응원하는 방식이 해빗을 이용하거나 다른 뭔가를 할 때 참여하는 것인데, 해빗 조합원들이 다 모이는 자리가 그동안 많이 없었어요. 

해빗 조합원들이 모놀을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하게 만들어야 하는 플랜을 계속 짜는 걸 고민하고 있잖아요? 그래야 마음과 자본이 모이니까요. 일하는 사람이 여럿이면 그런 조직을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모놀이 생긴 후 3년 동안 양쪽 다 힘들게 움직이는 것이 눈에 너무 보였어요. 올해 3인 체제 만들고 뭔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만들어 나갈 수 있고 구조가 만들어져서 계속 사람을 연결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지하 공간 조성 계획도 움직이고 있고  해빗에서도 나에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뭔가 할 수 있는 것 찾아보라고 생각할 계기를 계속 줍니다. 사람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해빗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나에게 제안하기 쉽기도 했지만 처음 해빗투게더와 모두의놀이터를 구상한 홍우주와의 연결고리를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1층 SCC 카페가 정상화가 되었고 건물의 큰 라운지가 생겼어요. 2층은 행사를 하고 그 위층은 일하는 공간들이고 1층은 라운지 공간으로 커뮤니 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나도 결국 커뮤니티 베이스가 중요했어요. 어떤 시기별 커뮤니티가 있었어요. 한밭과 생산자조합 커뮤니티, 한잔의 룰루랄라의 공간 베이스 커뮤니티, 홍우주도 이제 이사장이 끝났으니 이제 커뮤니티로 남겠지요.


기록하고 보니 얘기를 하다 만듯하다. 아쉽지만 단편선의 새 음반과 리스닝룸에서 지면상 다 못 담은 이야기를 같이 듣고 보기를 권한다. 해빗 조합원이라는 핑계로 단편선이 어느 날 시간 여유가 생길 때 술 한잔 하면서 남은 예술과 그의 작업에 관해서 캐물어보는 걸로 아쉬움을 덜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해빗의 대의원이자 아티스트 단편선의 음반 홍보를 하고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단편선 순간들 '음악만세' 앨범 발매와 행사들 ]

단편선의 새로운 앨범 '음악만세'는 발매되어서 리스닝을 운영 중이다. 

8월 27일 시작한 리스닝룸이 9월 1일까지 서촌의 공간 서로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또 제작비 모음을 위한 클라우드 펀딩을 텀블벅에서 진행 중이니 7년 만의 신작 앨범의 구입을 미리 하시길 바란다. 

10월 20일에는 발매 기념 작은 파티도 열고 공연이 계속된다고 하니 단편선의 SNS 알림 설정해놓고 챙기시길. 

단편선이 마지막 남긴 귀여운 문장을 여기 적어둔다.

"앞으로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 제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단편선 순간들 '음악만세' 텀블벅 클라우드 펀딩 둘러보고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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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삐삐

사진 _ 단편선 ( 페이스북  facebook.com/pyunsun.dan)

발행 _ 해빗투게더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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