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우리 동네판 올드오크 '성미산알루' 주인장 알루
이 글은 마포구 성산동의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지역, 공간의 연결을 읽어보는 [해빗 Life] 시리즈 첫번째입니다.
올해 칸 영화제의 경쟁작 마지막 상영작인 ‘나의 올드 오크(The Old Oak)’를 보러 극장에 갔다.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 관한 얘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했고, 어떤 정보도 보지 않았다. 그저 미디어로 마주하는 스승님 켄 로치 감독의 어쩌면 마지막 장편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존경이었다.
공간의 생명력은 계속 흐르는 사람들의 관계이고 서사이며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삶의 지혜라는 진리를 다시 마주했다. 돌아가는 길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물어봤다. 너에게 올드오크 같은 장소가 있는가. 지역의 없어진 공간들, 지금 살아있는 공간들, 그리고 모두의놀이터가 ‘지미스홀’, ‘빌리 엘리어트의 회관’, ‘올드 오크’ 같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맘이 동시에 떠올랐다. 먹고 마시고 작고 큰 행사가 이뤄지는 동네 Pub ‘성미산알루’를 빼놓을 수 없지. 훌쩍훌쩍 울다가 넘 다행이야 또 울컥.
3월에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이하 해빗)의 총회에서 새로운 대의원들의 이름과 기대하는 역할을 생각했다. 모두의놀이가 지하까지 다 비운 중요한 시점을 맞이하였고, 새로운 분들이 대거 함께 했다. 정서, 활동, 가치가 오고 가는 모두의놀이터와 인근 지역 다양한 사람들이 마주치는 장소이자 문지방이 되어 어떻게 얽히고설킬 것인가 숙제의 답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 사람 두 사람 해빗의 대의원들을 만나 직접 생각을 듣고 싶었다. 해빗에 보탠 손의 의미와 손마디의 컬러를 확인하러 호도도도 고양이처럼 뛰어다닐 예정이다.
나의 집에서는 374m, 모두의놀이터에서 달려가면 6~7분 거리이다. 성미산알루에는 성미산마을 맥주모임에서 만든 크래프트 맥주가 있고, 비건 음식이 있다. 털친구들이 놀이터 마냥 편안히 가족들과 머무른다.
성미산알루의 사장님 알루는 회의나 행사에 참가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의원 하겠다 맘을 낸 것이 고맙기도 하고 생각이 궁금하기도 해서 첫 번째 만나러 가는 길의 점을 찍었다. 올해 마포동네퀴어주간을 같이 준비하는 메인 공간인 우리들의 올드오크에 서둘러 도착해 알루를 기다렸다. 저녁 장사 채비를 하느라 땀 뻘뻘 흘리며 늦어서 미안하다며 알루와 주차장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성미산 마을과 이어진 첫 고리는 성미산밥상입니다. 횟수로 벌써 11년 전이네요. 딱 마흔이 되기 전 삼십 대의 마지막에 도착한 곳이었어요. 하던 일이 엎어지고 고민도 많아서 가라앉아 있을 때에 친한 선배인데 성미산밥상 직원 한번 해보라고 소개해줬어요. 밥상이 나에게 기억이 많이 남죠. 엄마 손 잡고 밥 먹으러 온 애들이 지금은 성미산알루에 술먹으러 옵니다.(같이 웃음) 밥상 문 닫을 때까지 같이 했는데 아, 이제 지역과 인연이 끊어지나 또 멍하고 있었어요. 그 무렵 망고비어에서 점심 식당으로 셰어를 제안받아서 운영하다가 아예 가게를 받았어요. 벌써 4년이 지났네요.
그동안의 스토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맞아 맞아, 밥상에서 그때 봤지 맞장구를 쳤다. 밥 지어서 먹인 아이들이 자라 알루가 만든 술상을 받는 다라. 정치하는 분들, 행정 하는 분들, 연구하는 분들이 그렇게 보고 싶었던 풍경이 이 동네에서는 그냥 흘러간다. 사람들의 시간 속에서.
알루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시작한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라는 초국가적 상황을 겪고 현재를 맞이했다. 중간중간 변화의 순간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낚아 올려 무슨 생각이었는지 물어보았다.
음. 난 명확했어요. 이 자리가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커뮤니티 펍이었잖아요. 그러니 마을 사람들은 그 분위기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 예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바꾸고 싶은 점들이 있었어요. 이 동네(성미산마을)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로 안타깝고 힘든 점이 있어요.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가족, 4인 가족 중심의 삶을 살지 않는 사람들의 정서와 마음에 폭력처럼 다가오는 시선과 말이 있어요.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 중에 나도 포함이죠.
가족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중심의 컬러를 바꾸고 싶었어요. 이른바 정상가족이 아닌 사람, 가족이 없는 사람, 가족이 사람이 아닌 동물인 사람도 ‘너는 누구니’라는 시선을 받지 않고 오가는 다양한 사람 중 한 명이기를 바랐어요. 하나의 컬러를 다양한 컬러로 바꿔야겠다 결심했지요.
한동안 마을과 동네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하는 과정이었어요.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름 견디는 시간이었죠. 내가 그분들을 싫거나 미워서가 아니라 전환을 위한 일시적인 거리두기, 과도기였으니까요.
마을 사람들은 예전과 다르니 불편하고 알루로 향하는 발걸음을 돌리는 분들도 있어요. 그냥 주인의 바뀜이 만든 달라짐이 아니라 ‘성미산알루’ 장소가 관계망과 운영의 큰 변화를 단호하게 만든 것이었어요. 그럼에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난 여전히 마을을 매우 사랑해요.
지역 사람들의 관습적인 뭉갬을 아니다 거절하기 위해 알루가 먹었을 마음, 작심의 순간과 깊은 고민, 손실을 견딜 용기, 자영업의 그림자를 안고 걸어갔구나. 요리를 하는 그녀의 어깨, 등에 타고 흐른 고뇌가 툭 시간 속에서 떨어졌다.
참 다행인 것은 다양한 젊은 친구들이 근처에 많이 늘었어요. 그들이 뭔가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주고 싶어요. 성미산알루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늘 열려 있어요. 공간이 없어서 못하는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아무리 빚이 있고 운영이 어렵다 해도 공간을 갖고 있는다는 것은 큰 힘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 힘을 잘 사용하고 같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내 바람은 물론 성미산알루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첫 번째이고요 소속이 없는 사람들이 같이 연결되고, 공간이 필요한 친구들이 뭔가 실험하는 장이 되는 것입니다.
마을이나 우리가 지구를 구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서로를 도울 수는 있지 않을까요? 밥 한 끼 따뜻하게 사람들과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맘으로 토요일 점심 뷔페도 시작했어요. 알루는 망하지 않고 빚을 갚을 정도로의 유지가 되면 좋겠어요.
성미산 마을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알루는 참 조용하고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말을 시키지 않으면 말을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이고 늘 웃는 얼굴에 오는 사람 반갑게 맞이하지만 안될 때는 무심하게 감정 없이 안된다고 말한다. 미안한 마음이 왜 없으랴, 사람 돌려보내는 마음이 즐겁지는 않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만나는 시간을 멀리 보고 있으면 다 괜찮다. 다시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순간에 반가우면 되니까.
사십 대를 맞이하면서 동네에 와서 처음에는 맨땅에 해딩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음식을 만드는 일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오픈할 때랑 코로나 시기 성미산풍물패 사람들이 많이 힘을 보내고 마음에도 위로와 지지를 보내줬어요.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지금 가게를 비울 수 없어 풍물패를 못 가지만 늘 마음은 그분들께 있어요. 내가 중심을 잘 잡고 가면서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힘과 지지도 받고요,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엮이고 이게 큰 자산인 것 같아요. 결국 이렇게 앞으로 미래를 살고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요.
가게를 비우기 어려운 자영업자, 매출이 높지 않고 비건 요리 등 남다른 요리들을 만들어야 하니 알루는 가게를 비울 수가 없다. 그런데 올해 3월 해빗투게더 총회를 앞두고 대의원 투표 명단에서 알루를 보고 깜짝 놀랐고 한편으로 매우 반가웠다.
뭐, 알잖아요. 내가 움직이기 어려운 거. 그래도 머릿수 하나 보태는 건 할 수 있으니까.(웃음) 동네에 공간이 많이 없어졌어요. 이전에 작은나무 카페가 없어졌고, 지금은 마을회관도 방치되어 있단 말이죠. 해빗투게더의 모두의놀이터는 아무리 어려워져도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간이 주는 힘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가끔 성미산알루 공간 비는 시간에 고양이와 강아지 가족들이 모여서 아름아름 바자회를 열거든요. 크진 않았도 모은 돈을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를 하는데, 이것도 공간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세상에 필요한 일, 좋은 일, 재미있는 일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있어야 해요.
버스정류장 코앞,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모두의놀이터가 소수자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바를 단 것도 너무 좋았어요. 해빗투게더가, 모두의놀이터가 어떤 감수성을 갖고 있는가, 누구의 곁에 머무르고 싶은가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러니 대의원이 되어서 고민을 나눠주라고 하는데 내가 거부할 이유가 없었지요. 사람들의 시각 안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각도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 보여요. 모두의놀이터가 시선의 각도를 유연하게 돌리고 있구나 감동이었죠.
우리 성미산알루도 생활에서 가장 소수인 존재가 가장 존중받는 공간이고 싶어요. 강아지들이 당당하게 제 집 드나들듯 방문하고 퀴어 친구들과 옆자리에서 술 한잔 하는 것이 불편한 분들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인근에 술집 많은데 다양한 개인들이 편하게 올 펍하나 동네에 있는 거 괜찮잖아요? 길 모퉁이에 무지개 루버를 달고 있는 모두의놀이터 처럼요. 구성원이 퀴어냐 아니냐 구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포용성을 드러내는 것이니까요.
몇 년 전 전시에서 작가의 인터뷰를 보는데 집에 와서도 작가의 한마디가 맴맴 돌았다.
“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불편했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은 예술 표현이어서 와서 다 불편하라는 말이 아니다. 낯설고 생각해보지 않은 풍경과 사람들이 곁에 가까이 있을 때 당황하고 생각하고 태도를 정한다. 태도를 결정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태도의 내용은 각자 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곳이다. 전시회에서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지역은, 공간은, 기획은 어떤 기회와 시간을 만들고 있나 질문이 생겼다.
해빗 대의원을 만난다는 핑계로 알루를 만나고, 또 모두의놀이터는 가끔 자주 어떻게 사람들에게 작은 충격, 파장을 일으키며 일상을 깨우고 마주하고 포용할 기회를 주는가. 이렇게 또 파장이 일어난다.
우리는 계속 만나야 한다.
[ 알루 _ 성미산알루의 다정한 사장님. 재미난 할머니로 나이들고싶은 요리하고 운동하고 강아지랑 산책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 ]
인터뷰+글 _ 삐삐
사진 _ 알루(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발행 _ 해빗투게더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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