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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Jun 06. 2024

기다려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라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Ⅻ. Hanged one

Ⅻ. Hanged one 매달린 사

마더피스 타로 Ⅻ. hmged one(매달린 사람)

기다려라, 무엇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라


불쑥,  Ⅻ번 카드를 꺼내다

마더피스 타로(Motherpeace tarot)를 주제로 쓰는 첫 글을 안내서로 쓰는 것을 포기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직관이 닿는 대로, 떠오르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타로 이미지를 멍 때리며 보다가 Ⅻ. Hanged one(매달린 사람)을 집어 들었다. 마더피스 타로를 만난 무렵의 자기 고백부터 해야겠구나. 정말 싫은데 하, 싫을수록 빨리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누구나 겪을 삼십 대 중후반의 불안에서 출발하겠다.

나는 예술 전공자가 아니다. 우연히 글쓰는 일을 하러 문화단체에 들어갔다가 문화예술 기획자의 타이틀을 달았다.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십 년 넘게 일을 하니 내가 만든 기획으로 큰 행사도 하고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이 곧잘 되는 등 성취감을 갖는 시기에 이르렀다. 성취감 만큼 언제까지 이렇게 가능할까, 내가 직접 창작하는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드는데 모아둔 돈도 없다는 불안감이 자주 불쑥 튀어나왔다. 머리로 상상만 잔뜩 하고 가난한 늙은 여성 기획자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상상을 끼고 살았다. 이십 대에 겪은 깊고 슬픈 이별의 기억이 가끔 덮치면 며칠 몸살 앓듯 드러누웠다.


손으로 일해서 밥 벌어먹을 거야

삼십 대의 마지막이 다가올 무렵, 불안은 더 심해졌고 그래, 손으로 노동해서 밥 벌어먹을 거야 결심을 했다. 뭘 할 수 있을지 몰라서 손으로 하는 온갖 작업과 도전할만한 자격증을 따는 배움을 닥치는 대로 했다. 예술치료상담사, 미싱, 인형극용 한지인형, 매듭, 마크라메, 펠트, 도예와 혼자서 할 수 있는 뜨개, 코바늘, 요리 맥락 없이 생각나면 찾아서 했다.(왜 목공은 안 했냐고? 안 해봤을 리가.. 테이블톱이 위잉 돌아가자 몸이 뻣뻣하게 공포로 굳어서 이것은 안 되겠다 포기했다.)

몇 년 간의 불안과 우울감에 쫓기듯 배우고 익혔지만 결론은 생활에 유용한 기술을 장착한 정도로 끝이 났다. 나에 관해 두 가지를 확인하였다. 손작업을 곧잘 따라하지만 생산자, 창작자가 될 만큼의 아이디어와 창작력이 없다는 것. 무릇 생산과 창작을 하려면 같은 질을 상품을 반복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하나 만들면 지겨워서 더 만들지 못했다. 창작의 고통을 견딜 만큼 인내심이 없었다. 그나마 이론과 실전을 병행하는 예술치료사는 끝가지 공부는 마쳤지만 실습과 시험을 치러야 얻는 치료사 자격증은 선택하지 않았다. 의료행위이자 사람의 내면을 치료하는 작업을 자기 성장 과정 정도로 인식하는 내가 선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내게 도움이 된 만다라 작업을 공간의 자기 성찰 프로그램으로 만든 정도로 남았다. 예술치료 공부는 내 무의식을 마주한 중요한 치료과정이었다. 결국 나를 위해 2년여의 시간을 보낸 셈.

3~4년(와우!!! 나 자신에게 놀람) 다양한 손작업 경험과 예술 치료 과정을 우리 공간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변형 기획 진행하고 나니 속이 텅 비어버렸다. 다른 것이 어슴프레 보이는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러다 또 쫓기듯  교육 쇼핑하러 다닐까 봐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일하는 공간에 콕 처박혀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머물러 있었다.


열심히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둥근 무늬의 마더피스 타로 12번 Hanged one은 사각형의 클래식 타로의 12번 Hanged man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기 성찰을 위해 스스로를 나무에 묶은 사람. 마더피스와 클래식 타로의 차이는 주인공이 여성이며 짙은 남색의 뱀이 그녀의 다리를 감았다. 물속에 손을 담가 깊은 무의식의 심연에 잠겨있고, 심장과 닿으려는 요가 자세인 물구나무 자세로 스스로를 여신에게 바쳤다. 보름달처럼 가득 차오른 무의식과 가슴의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일시적인 죽음과 부활의 경험을 하고 있다. 이 부활의 과정은 그녀가 더 큰 세계를 통찰하도록 인도할 것이다. 이미 머리의 빛이 그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발은 우로보로스(꼬리를 문 뱀으로, 영원, 순한, 무한, 인피니트를 상징함)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지만 거꾸로 선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깨닫는다. 통찰의 과정은 열심히 해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본질로 들어가서 마주 보고 해체하며 내가 없어지는 과정이고, 변화와 전환이 일어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그랬다. 나의 불안과 두려움, 초조함에 쫓겨 온갖 힘(11번 카드)을 다 부렸지만 마주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내가 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는가, 왜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가, 반복하는 실패를 일부러 만들어서 우울로 도망치려 하는가.

치료사 자격증을 따려 시작한 예술치료 공부가 내 내면을 마주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고 더불어 동네 친구 아난도의 티벳탄 펄싱 워크숍에 참여해 몸의 명상을 했다.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깊고 슬픔 마음의 무덤을 보내는 과정이 이어졌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맹세를 지키며 안간힘은 썼지만 나를 제대로 돌보지는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의 상태를 알게되었지만 가끔 무력해져 멍해지고 가슴 구멍에 바람이 휘잉 부는 것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무렵 공간을 찾은 프시카와 함께 마더피스타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이집트 박물관 투탕카멘의 석관에 새긴 우로보로소

여신과 대화를 시작하다

이전과 다른 점은 마더피스 타로로 뭘 하겠다는 목적이 없었고 꾸벅꾸벅 매주 일기 쓰듯 카드 한장씩 만나자고 느긋한 약속을 하였다. 배우고 못 써먹어도 괜찮고 매력적인 그림을 매주 보는 것으로, 여신 신화를 깊이 만나는 시간으로 충분했다. 유럽 백인 문화가 기반이 클래식 타로와 다른 다인종 다문화의 여성으로 가득 찬 동그란 모양의 타로가 그냥 좋았다.

드디어 오늘의 카드인 12번 매달린사람 카드의 순서였다. 카드 제작과 해설을 한 비키노블이 쓴 글(당시에는 if출판사의 번역본 출간 전이라 영어책을 아마존에서 구입)을 펼쳐서 안 되는 영어로 더듬더듬 읽는데 멀미 나듯 울렁거렸다.


"당신의 에고는 통제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속에서 이거 문제야, 주의해 조심해 뭔가 좀 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가능한 한 마음을 고요히 하고 당신의 다른 부분인 가슴, 비전이 오는 깊은 고요한 중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중략) 당신 안의 여신이 당신과 얘기하고 싶어 한다. 여신의 말을 들을 수 있게 조용히 해보라."


나의 상태를 꿰뚫는 문장 앞에 후두둑 허물어져 녹아내렸다.

그 이후 한동안 마더피스 외에는 뭘 배우는 것은 완전히 멈췄다.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은 나를 살피고, 이제 막 가족이 된 고양이 자매를 돌보는데 집중했다. 자주 마더피스 타로를 꺼내어 나를 살펴보고 카드를 알아가는 재미를 충분히 누렸다.

열심히 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아는데 정말 긴 시간이 걸렸다.


매달린 사람은 오늘도 매달려 나를 바라보며 "관점을 바꿔 기쁨을 느껴봐, 열심히보다 자연스럽게, 매달려서도 세상을 다 볼 수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가만히 지켜보고 받아들여. 그러면 긴장이 사라지고 빛이 가득할 거야.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는 거지. 오케이?!!!"

내 발목에 새겨 넣은 꼬리를 문 인피니트, 우로보로스가 대답하듯 꿈틀거린다.


(2024년 6월 6일 우왕좌왕 갈피 못 잡고, 첫 마더피스 타로 카드 이야기를 펼치다.)


참조 : 마더피스 타로에 새긴 여성의 힘과 지혜(비키노블 지음, 백윤영미/장이정규 옮김. if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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