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꾸는 꿈, 깨어 있으며 꾸는 꿈
지난겨울 방학. 아이들의 생활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잠'이었다. 겨울이라 낮이 짧고 밤이 길어 그렇다 쳐도 하루에 10시간 이상 잠을 자는 아이들을 보면 수면도 사춘기의 특징인가 싶었다. 방학이라 잠드는 시간이 좀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기상 시간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어릴 때부터 잠이 너무 없어서 고생했던 아이들인데 잠만 자는 아이들을 보면 '잠'으로 반항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잠을 많이 자다 보니 아이들은 '꿈'도 많이 꿨다. 흔히 말하는 '개꿈'인데도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무용담처럼 들려주었다. 아이들 말에 따르면 어떤 날은 꿈에서 추격전이 벌어지고, 어떤 날은 판타지 모험을 떠나기도 했고,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엉뚱한 전개가 펼쳐져 꿈속을 헤매기도 했단다. 방학 내내 아이들은 잠만 자면 꿈을 꿨다.
몇 달이 지난 지금. '잠'이 또 문제다. 이번엔 잠을 너무 안 잔다. 일찍 자라고 얘기하지만 늘 할 일이 많다.
'학원 숙제 깜빡한 게 있었어요'
'책이 너무 재밌어서 이거 조금만 더 읽다 잘게요'
'이 경기는 꼭 봐야 해요'
'이번 기말고사 진짜 중요해요. 조금만 더 공부하고 잘게요.'
'우리 모둠 발표 제가 해서 연습해야 해요.'
겨울방학에 잠을 자느라 24시간이 부족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해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이번엔 잠을 안 자는 걸로 반항하는 건가? 잠을 자며 꾸던 꿈을 지금은 깨어있는 시간에 꾸고 있는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꿈'을 꾸는 시기가 사춘기 아니겠는가. 어떤 꿈이 되었든 너희의 꿈을 응원한다. 하지만 건강한 수면을 더 응원한다. 제발 적당히 잠 좀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