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언어영역을 침범하다.
사춘기를 함께한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럭키비키잖아?"
딸아이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이다.
"그게 뭐야? 럭키비... 뭐? 뭐라고 한 거야?"
"엄마 그것도 몰라요? 럭키비키!"
"그게 뭔데? 무슨 뜻인데?"
이 말에 딸아이는 뜻을 설명해 준다. 중간중간 '장원영' 이름도 나오고 '긍정적 사고'라는 말도 나오고. 결론은 신조어이고 초긍정의 표현으로 쓰인다는 것. 장원영이 누군지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했고 속으로 '볼셰비키도 아니고 럭키비키는 대체 뭐야?' 하면서도 '응~그렇구나' 공감하는 척도 했다. 요즘의 신조어는 별 뜻 없이 만들어지는 듯하고 그에 비해 전파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며 그 파급력 또한 크다. 새로운 신조어를 배워 쓰려고 하면 어느새 또 다른 신조어가 나와 따라가기도 벅차다.
"엄마 그런 건 플러팅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이라고 해야죠? 상황에 맞게 써야죠."
"심리적 지배를 가하는 점에서 같은 거 아니야?"
"엄마! 완전 달라요."
"그래? 그럼 내가 하나 만들지 뭐, 가스플러팅."
"엄마, 그럼 그냥 쓰지 마요."
딸은 내게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플러팅, 가스라이팅, 그루밍등 영어로 된 말들도 많다. 나만 소외된 언어. 신조어.
그래도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모르는 것보다 낫다 싶어 궁금하면 찾아보고 나도 한번 써보기도 한다. '이런 걸 왜 쓰지? 이런 게 재밌나?' 이건 세대와 시대의 차이에서 비롯한 다른 감성이기에,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의 판단의 대상도 아니기에 항상 '그렇구나'로 끝이 난다.
아들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다가 잘 안 풀린 일에 짜증 내며 혼자 중얼거리다 그래도 다시 하면 혹시 더 잘되지 않을까 하며 외친 말.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엄마! 그런 말 누가 가르쳐줬어요?"
"누나가."
"누나~~~~, 누나가 엄마한테 럭키비키 알려줬어? 그런 거 알려주지 마!"
아들은 내가 쓴 '럭키비키'에 정색하며 누나 방으로 달려가 엄마한테 그런 말을 자꾸 가르쳐 주지 말라고 한다. 내가 쓰는 신조어가 달갑지 않나 보다. 그들의 언어영역에 침범한 나. 하지만 자꾸 침범해 보는 나. 아이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위해 나는 오늘도 신조어를 써본다. 이렇게 글의 소재도 되고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