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열흘 전 남편은 채식주의자 책을 가져오더니 한번 읽어봐야겠다며 나는 읽어 봤는지 물었다.
"여보, 그거 내 책이야. 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처음 몽고반점을 읽었는데 이게 연작소설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고 사서 본 거야 "
"아! 그래?"
책을 읽고 다음날,
"이 책 원래 이래?"
"왜?"
"뭐가 좀 이상해. 좀 거북하네."
"어디까지 읽었는데? 아, 그럼 좀 더 불편해질걸요."
이틀째 되던 날,
"아, 난 도저히 이거 못 읽겠다. 나랑 안 맞아. 내용이 왜 이래?"
남편은 책을 원래 있던 곳에 두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정적이고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남편에게 채식주의자는 아무래도 무리였겠지. 나도 채식주의자를 읽고 느꼈던 잔인함, 폭력성, 머릿속에 각인되는 혼란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아직도 텁텁함으로 남아 있었다. 마치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한편 본 느낌이랄까.
메신저가 너무 강렬해서 메시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그렇게 남편에게 외면당한 한강 작가는 열흘 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어 다시 우리 앞에 등장했으니 남편과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와, 내가 몰라봤네. 노벨문학상 작가를."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읽지 못했던 작가의 책들을 빌려보려 부랴부랴 도서관에 검색했는데 한강 작가의 책이 모두 예약 또는 상호대차가 진행 중이었다. 대기도 많아 예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며칠 만에 백만 부가 팔린 걸 보면 사람의 심리는 다 비슷하구나 느낀다. 우리는 이제 번역 없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니.
그래서 오늘의 검색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입니다. 작가는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왔다'는 평을 받으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런 그녀의 작품을 통해 그녀가 전달하고자 했던 우리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해야 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