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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석 Oct 26. 2017

이직을 결심하다 #18
(회사는 최적의 인재를 원한다)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5. 이직을 위한 글쓰기


당신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 닐 게이먼 


 “이제 좀 앉을까?” 

 정상에서 내려와 둘레길을 걷다가 벤치가 나타났다. 선배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벤치는 산 아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뒤로는 커다란 나무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그늘이 만들어졌다. 산 중턱 즈음이었지만, 시야가 확 트인 장소에 앉아 저 멀리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다. 

 그동안 회사 안에 있으면서 늘 무언가에 얽매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회사 안에서는 그렇게 되기 힘들었다. 늘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사람들의 시선들이 가슴을 옭아맸다. 그러면서 최근 회사에서 벌어진 사건들로 인해 벽으로 가로막힌 미로 속을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이 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나에게 달렸지만, 적어도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1) 회사는 ‘최고’가 아닌, ‘최적’의 인재를 원한다

 “혹시 이력서는 작성해 놓은 것이 있어?”

 준비해 온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선배가 물었다. 

 “아니요. 그동안은 이직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요.”

 “꼭 이직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1년 단위로 이력서를 갱신할 필요는 있어. 지난 1년간 해온 일들을 정리할 수 있고, 또 어떠한 역량과 경험을 쌓아왔는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해.”

 화제는 자연스럽게 이력서에 대한 것으로 흘러갔다. 

 “선배, 이직을 할 때는 이력서를 어떻게 작성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요.”

 “신입 사원 지원하면서 이력서를 써 본 경험이 있잖아? 그때는 어떻게 작성했지?”

 준비해 온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선배가 물었다. 

 “신입 지원 때는 그야말로 스펙(Spec) 위주로 작성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자원봉사나 그 밖의 교외 활동들을 기재했어요.”

 “취직에는 스펙이 중요하지. 그래서 방송에서도, 학원가에서도 스펙 이야기뿐이더라. 스펙 이야기 한 번 해보자. 스펙이 도대체 뭘까?”

 “그것은 지원자가 보유한 능력, 자질이 아닐까 싶은데요?”

 “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글로벌한 업무를 진행하는 부서에서는 영어 점수가 높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기본으로 요구되는 능력이니까. 거기다 스펙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성실하게 준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맞아요. 그래서 모두 스펙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런데 기업에서 인사와 채용을 담당하는 친구나 선배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채용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있어.”

 “그것이 어떤 건가요?”

 “적합성. 적합성을 크게 구분하면 업무적합성과 회사 적합성으로 구분할 수 있겠지. 이 사람이 업무에 적합한지, 회사에 잘 적응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평가하는 거야.”

 “적합성이요? 능력이 아니고요?” 

 “스펙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회사에 적합한지가 채용의 기준이 되는 거야. 물론 스펙은 중요해. 스펙은 본인이 얼마만큼의 역량을 가졌는지, 또 성실하게 준비해왔는지 증명할 수 있게 하지. 하지만 스펙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아. 오히려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통해 본인이 어떤 역량과 어떤 이야기를 갖게 되었는지가 훨씬 중요한 것이 되는 거야. 

 더구나 회사에서는 스펙이 너무 높으면 은근히 부담스러워하기도 해. 회사는 오래 다닐 수 있는 사람을 원하거든. 근데 너무 뛰어난 사람은 언제든지 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즉, 회사는 최고보다는 최적의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그렇게 스펙을 쌓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그거야 신입 사원의 경우에는 경력이 없잖아. 평가의 주요 기준이 스펙밖에 없는 거지? 반면, 회사에서 최적의 인재를 원한다는 것은 경력직 지원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 지원할 회사에 필요한 경력을 쌓았다면, 영어 점수 같은 스펙이 부족해도 충분히 이직이 가능해.”

 “솔직히 이직을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동안 소홀했던 영어점수나 미리 취득했어야 하는 자격증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선배의 말을 들으니 한 번 시도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지? 이직할 회사에게 필요한 맞춤형 인재가 되면 충분히 가능해. 그것이 바로 네가 쌓아온 경력이 가지는 힘이지.”

 “선배의 말을 들으니 처음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지원할 때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인재상을 파악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든 회사에 딱 맞는 사람이 저라고 말하고 싶었거든요.”

 “너도 그랬니? 나도 그랬는데.”

 그 말에 선배와 함께 웃었다. 선배는 말을 이었다.

 “예전에 국어시험 볼 때 정답은 예시된 지문 안에 있잖아?”

 “그렇죠. 그 지문에서 있는 내용을 잘 파악해야 했어요.”

 “경력직 채용 공고가 나면, 그 공고 내용이 국어시험에서의 예시된 지문이라 할 수 있어. 그 내용을 잘 숙지해서 용어와 내용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채용 공고 내용을 잘 숙지하면 최소한 헛발질은 안 하겠어요.”

 “그렇지. 그리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이 요즘 트렌드잖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야. 지원하는 회사에 딱 맞도록 맞춤형으로 각각 작성하여 차별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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