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선택,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선배와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래, 이제 이직에 성공했어. 옮기려는 회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어. 그럼, 이제 끝일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또 뭐가 남았을까요?”
“사람은 마지막 모습이 좋아야 해. 다니던 회사를 잘 마무리해야 하거든.”
“그리고 다시 새 출발이군요.”
“먼저 가장 중요한 연봉 협상부터 말해 보자. 연봉 협상하면 어떤 것이 떠올라?”
“그야 많이 받을수록 좋은 것?”
선배와 나는 함께 웃었다.
“그렇지. 많이 받을수록 좋지.”
선배는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헤드헌터로 일하시는 분들에 의하면 보통 자신의 연봉에서 10%~15% 정도를 높여 받는 것이 적정선이라고 하더군. 물론 회사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업무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큰 폭의 인상도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너의 가치를 인정받고 기대한다는 정도의 인상률을 보장받으면 되는 거야. 지금과는 다르게 너무 큰 폭의 연봉 인상을 기대해서는 곤란해.”
“그래도 10% 정도 인상이면, 회사에서 연차에 의한 인상률보다 높은 걸요. 그런데 저희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하신 분들은 연봉 협상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하던데요.”
“대기업이나 공기업 같은 경우에는 임금 규정이 명확해서 근무연수에 따른 임금 책정이 명확하거든.”
“그렇다면 연봉 테이블 규정이 명확한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에는 연봉 협상이랄 것도 없잖아요.”
“내 말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지. 연봉 책정에 있어서 협상은 중요하고, 반드시 시도해 볼만해. 세계적인 협상가 허브 코헨은 협상은 긴장과 대립 속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정보와 힘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연봉 협상에서 우리가 가진 정보와 힘은 어떤 것이 될까?”
“제가 가진 차별화된 역량, 업무 경험, 성과 등이 되겠군요. 때로는 영업하면서 친밀해진 거래처와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요.”
“그렇지. 연봉 협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봉 인상의 요인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거야.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있으면 효과적이겠지.
전에 같이 일했던 한 수석님은 회사를 이직하면서 연봉 인상 요인들을 A4 용지 7장에 걸쳐 제출했다고 하더라. 회사 규정이 있어서 모두 받아 들어 지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시도해 볼만하지.”
“선배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내 경우에는 공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할 때, 협상을 통해 원래 제시되었던 인상률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던 적이 있어.”
“오! 대단한데요.”
“대단할 것은 없고. 정년이 비교적 보장되는 공기업을 나오는 것이니, 그것을 감안해달라고 했어. 이 경우는 뭐랄까. 읍소?”
그 말에 유쾌하게 웃었다. 선배의 살아있는 경험을 듣는 것이 흥미로웠다.
"연봉 협상은 말 그대로 협상이야. 협상의 조건들은 다양하다고. 연봉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어. 다양한 조건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외국계 은행으로 처음 이직을 할 때, 전 직장과 연봉은 같은 수준이었어. 근무 경력만 인정받고, 연봉 인상은 없었지."
"그야 은행이라서 임금 규정이 명확했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것도 그렇지만, 외국계 은행이라 시간 외 수당 지급이 철저했어. 사실상 연봉이 많이 오른 것과 같은 효과였지. 또 휴가 사용도 권장하는 분위기였고."
"그런 것들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여러 조건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군요."
"직급이나 성과급이 될 수도 있고, 주택 융자 조건 등이 될 수도 있어. 생각을 넓게 해서 다각도로 고려해 봐. 연봉을 조금 낮추더라도 스톡옵션이나 우리 사주를 받는 조건이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지. 어쩌면 연봉보다 이런 조건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어."
스톡옵션이나 우리 사주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설렜다.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일 자체에 커다란 성취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적당히 물러서는 자세도 필요해."
"당연히 연봉에 집착한다던가, 혹은 성격이 까다롭다는 첫인상을 주어서는 안 되겠죠."
"협상이니까, 적당히 물러설 시점도 필요하지. 동시에 스스로 마지노선을 설정할 필요도 있어. 채용이 확정되더라도 연봉이나 직급을 기대 이하로 낮춘다던가 하게 되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본인의 가치는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