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이제, 해가 산을 넘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석양의 붉은 기운이 하늘로 퍼져갔다. 선배와 나는 한동안 저물어가는 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지가 과연 얼마만일까?
“이제 어두워지기 시작하려고 한다. 이제 내려갈까?”
선배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집으로 가는 등산길에 들어섰다. 함께 걷다가 선배가 말했다.
“물론, 이직에 성공하지 못할 때도 있겠지. 이직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가고 싶은 회사,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이직이 되지 않을 경우도 많을 거야.”
“당연히 그렇겠죠.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 그럴 때마다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어. 단지, 그 회사에 적합하지 않았을 뿐이야.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이번이 아니더라도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마.”
선배는 잠시 있다가, 말을 이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어떻게 될까?”
“그야 당연히 1/2이겠죠.”
“그렇다면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많이 나오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있다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간단해. 동전의 앞면이 많이 나오는 방법은, 많이 던지는 것이지.”
“알겠어요. 많이 시도하고, 많이 도전해 보라는 말씀이시죠.”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선배의 말들이 하나하나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다이슨 청소기 알고 있니? 아직 결혼을 안 했으니, 관심 없을지 모르겠다.”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가 쓰고 계시는 청소기랍니다. 다이슨은 무엇보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하죠.”
“경쟁 제품보다 몇 배는 비싸. 그런데 최고의 성능이기 때문에 판매율이 높고. 근데 이런 청소기를 만들기까지 5,000번이 넘게 실패했대.”
다이슨의 혁신 사례는 전에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회사 내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서도 단골로 등장하곤 했다. 그런데 그 정도로 실패했는지는 몰랐다.
“그러면서 다이슨에서‘실패 없는 혁신은 없다’고 하는데 믿을 수밖에 없지. 3M의 포스트잇이 사실은 실패한 산출물에서 나온 히트상품이라는 것은 경영학에서 유명한 사례고.”
“단기적으로 보면 실패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성공으로 가는 과정 중에 일부였네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봐. 실수나 실패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 물론 그 당시는 많이 쓰라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어.
우리는 아직 살아가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지.”
솔직히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말을 별생각 없이 지나쳤을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원하는 직장에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은 만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직장 생활이 가지고 있는 힘은 무서웠다. 업무에 빠져 들어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면, 어느덧 메말라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했다. 그러면서도 월급날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은 나의 삶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때때로 이렇게 반복되는 직장생활 속에서 삶이 고착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하루를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삶의 과정 하나하나를 가슴에 품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말이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더라. 그러면서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거라고 믿어.”
선배와 대화를 하면서 아파트 단지 앞에 섰다. 이제 각자의 방향으로 가야 했다.
“선배,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어제도 감사했네요. 덕분에 새로운 시각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잘할 수 있을 거야. 잘 될 것이고.”
선배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깊은 악수를 했다. 선배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했다.
밤이 늦도록 선배가 해 준 말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