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석 Oct 30. 2017

이직을 결심하다 #26
(선택에 최선을 다하라)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4) 좋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선배와 대화하면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에 있어서도 모든 것이 선택이었다. 이직할 회사를 고르는 것도 선택이었고, 채용이 되고 나서도 지금의 회사를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선택해야 했다. 과연 그 선택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선배, 혹시 퇴직을 통보했을 때 회사에서 잡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얼마 전, 책임자 한 분이 퇴사한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2주 이상을 만류하며 붙잡았던 일이 생각났다. 

 “당연히 그런 경우가 생기지. 더구나 회사에서 꼭 필요한 인력으로 인정받고 있었다면 더욱 그렇지. 은행에서 모시던 상무님은 마지막 날 퇴직 인사드리러 은행장실에 갔다가, 붙잡혀서 퇴직을 취소한 모습도 본 적이 있어.”

 “그럼,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까요? 회사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잖아요?”

 “물론, 퇴직을 협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아쉬워서 직원을 붙잡는 거니까 더 나은 처우를 약속할 수 있지. 그런데 방금 말한 상무님의 경우는 일반 직원들과 달라. 임원들은 보통 1~2년 단위의 계약직이니까.”

 “어찌 되었건, 그렇게 되면 좋은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건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해. 본인에게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선택하는 거야. 이건 가치나 신념의 문제가 아니잖아.”

 선배는 말을 멈추고, 잠시 먼 곳을 응시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말이야. 퇴직을 언급한 순간, 그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어. 인사부에서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놓았을 것이고. 그리고 상황은 늘 변화하기 마련이지. 만약 상황이 바뀌어 구조조정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 그 1순위 대상이 될 거야.”

 “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어요. 역시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군요.”

 선배는 화제를 바꾸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내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야. 취직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것 아니겠어? 그러다 국내 대기업 재무부서에 합격을 했어. 연봉도 높았고, 무엇보다 높은 성장성이 확실한 그런 회사였어. 그런데 문제는 이 회사에 신입사원 연수 들어가는 날이 전에 지원했던 은행 2차 면접일과 날짜와 시간이 겹치는 거야.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저라면 당연히 신입사원 연수를 가지요. 어떻게 다 잡은 고기를 옆에 다른 고기가 눈에 보인다고 놔줘요?”

 “근데 난 정말 금융인이 되고 싶었거든.”

 “그래서요? 선배, 설마?”

 난 놀라서 선배를 쳐다봤다. 그러자 선배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먼저 그 회사에 사정이 있어서 연수원 입소를 두 시간만 늦게 하면 안 되겠냐고 문의했는데, 그럴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난 입사를 포기하고, 2차 면접을 보러 갔지.”

 “그래서 결국에는 은행에 합격한 거죠? 그래도 참 대책이 없으세요.”

 그러면서 선배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난 지금까지 그런 모험을 하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을까?

 “합격은 했지. 그리고 금융인으로 경력을 쌓아가게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

 선배는 말을 멈추고, 잠시 있다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의 선택이 과연 좋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는다는 거야. 입사를 포기했던 그 회사는 세계적인 회사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했고, 그 속에서 많은 기회들이 있었겠지. 회사의 재무업무도 일하고 싶었던 분야였으니까 아쉬울 때도 많았어. 

 그렇다고 은행에 입사해서 금융인이 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을까? 솔직히 만족했다고 할 수도 없어.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많이 고민했었거든.”

 “뭐가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하기 참 어려운 상황이네요. 정말.”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또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선택에 대하여 두 가지 원칙이 세워지더라.”

 “두 가지 원칙이요?”


 “응, 첫 번째는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에는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

 “아!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는 거요.”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까지 선택한 일들이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늘 미련이 남았던 것 같다. 최근에는 회사에서의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이 회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미 선택한 일들에 대하여 미련을 두는 것이야 말로, 과거에 묻혀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선배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두 번째는 좋은 선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선택만이 있다는 거지. 

 과연 좋은 선택이란 뭘까? 결과가 좋으면 좋은 선택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선택일까? 인생을 계획대로 살 수 있다면 그것만큼 커다란 착각이 없어. 한 치 앞을 몰라. 어떻게 존경받던 훌륭한 기업이 사라질 수 있었겠어. 그런 회사에는 얼마나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의사결정자들이 많겠냐고.”

 선배의 말을 들으며, 얼마 전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퇴직하게 된 선임 연구원이 떠올랐다.

 “선임 연구원 한 분이 계셨어요. 그전에 조건이 좋은 회사에 다녔었는데, 그만 다른 회사에 합병이 되었데요. 합병한 회사 직원들이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자세한 조건도 고려하지 않고 저희 회사로 그냥 이직을 하셨던 거 같아요.”

 “늘 좋은 대우를 받았던 옛날 회사 이야기만 했겠구나? 업무도 제대로 할리 없고.”

 “맞아요. 늘 울분에 차 계셨어요. 옛날에는 좋은 대우를 받았다면서. 사원이나 대리 정도의 직원들에게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당연히 업무에는 소홀하셨고, 결국에는 안 좋게 직장생활을 강제로 마감하셨죠.”

 “만약 전에 했던 선택으로 인해 지금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절대 후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거야. 지금 해야 할 것은 후회 대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일이지.”

 “정말 선택은 쉬운 것이 아닌 거 같아요.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종합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선택의 기로 앞에서 멘토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 지금의 너처럼 말이야. 한 가지 생각만 하고, 그 생각 속에만 파묻혀 있으면 시각이 좁아질 수밖에 없거든. 그러면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어려워지기 마련이지. 그리고 선택했으면 미련을 버리고 돌아보지 않는 거야. 지금 네가 한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만 생각해야 해.”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을 결심하다 #25 (이직 후, 1년은 버텨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