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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석 Oct 31. 2017

이직을 결심하다 #28
(어제와는 다른 오늘)

(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에필로그 - 어제와는 다른 오늘 (Part 1)


20년 뒤,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 때문에 더 실망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떠나라. - 마크 트웨인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어느 때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회사 정문 앞에 섰다. 정문 앞에 서서 건물을 올려봤다. 어느 순간부터 회사 정문으로 출근할 때마다 회사가 주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의식적으로 회사와 나는 대등한 관계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동안 가졌던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사무실에 들어갔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업무도 그대로였고, 사람들도 그대로였다. 수석과 차장을 볼 때마다 숨이 막혀오는 것도 여전했다. 그리고 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이 속에서 변화되기 시작한 것은 나의 태도였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주지 시키는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다른 사람이 부당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런 일들에 의해 내 감정과 시간을 소모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다음으로 한 일은 내가 담당할 업무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나의 업무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다만, 어느 정도까지 동료를 배려하여 업무를 분담해 줄 것인지를 스스로 정했다. 그리고 그 선을 넘은 경우에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람이 좀 변했다는 말을 듣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책임지는 업무에 문제가 없는 한, 또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부터 자유로워지기로 결심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만큼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업무의 성과나 업무를 효율화한 사항에 대해서는 그 공로가 누구에게 있는지 공식화해 줄 것을 수석에게 분명하게 요구했다. 수석이 상당히 감정적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기 때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수석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진전은 없었다. 그때마다 ‘당신과 친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속으로 되새겼다. 수석과는 기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사람으로 인해 내 감정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다.

 이런 마음가짐의 변화는 ‘때가 되면, 여기를 떠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에 가능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기계발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어학강좌는 놓치지 않고 수강했으며, 업무 시간 조정이 가능할 경우에는 외부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작성했다. 지금 당장 사용할 것은 아니었지만, 선배의 말대로 지금까지 회사에서의 경험과 업무 역량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이직 준비를 위해 글쓰기를 하면서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업무 내역들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이를 통해 그동안 쌓아왔던 나의 역량과 경험들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고, 차별화된 강점을 발견해 나갈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히기 위한 방법들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예전 독서모임과 같은 외부 동호회들을 찾아보다가 회사 사보 발행 부서에서 사내 기자를 공모한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지금 회사는 월 1회 사보를 발행하는데, 사보에는 업무 관련 기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화 기사들도 담겨있었다. 사내 기자 활동을 하면 회사 내의 많은 직원들과 외부 인사들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지원을 하여 활동을 시작했다.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도 매월 한 편의 이상의 기사를 작성하게 되어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여러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여러 직급의 직원들을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내가 쓴 기사를 보고 잘 읽었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하루하루 나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내가 정말 즐겁게 할 수 일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까지 업무를 하면서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했을까?’

 솔직히 아직까지는 스스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기획과 영업 업무를 하면서 특별히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싶다거나, 지금 업무를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었다. 

 대신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업무 환경 속에서 그동안 쌓아온 업무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업무량은 많아지더라도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회사의 초창기 모습에서부터 성장하는 각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배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분명하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지금 시기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단, 갓 창업한 회사로 이직하게 되면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도 있고, 회사의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불합리한 업무 진행도 빈번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 회사가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될 위험도 그만큼 높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회사의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지닌 창업자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해 주었다.

 문제는 정보였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있었고, 모두 각자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매력 있는 회사들이었다. 그 회사들이 언제, 어떤 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었고, 회사 문화와 같은 것들은 더욱 알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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