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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석 Oct 31. 2017

이직을 결심하다 #29
(완결)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에필로그 - 어제와는 다른 오늘 (Part 2)


 큰 기회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서부터 찾아왔다.  


 사내 기자 활동을 하면서 새로 부임하는 상무님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금융사에서 일하시다가 이번 인사에 스카우트되어 오시게 되었다고 했다. 인터뷰는 즐겁고 유쾌했다. 상무님은 수평적인 관계를 중요하시는 분이셨고,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고 진솔하게 대답해 주셨다. 무엇보다 상무님으로부터 많은 경험과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들기는 충분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다.

 인터뷰 기사가 실린 사보가 발행되고, 상무님께서 먼저 연락을 해 주셨다. 인터뷰 기사가 마음에 들어서 점심을 사주고 싶으셨다고 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다가 문뜩 이런 질문을 내게 하셨다.

 “이대리는 다음 계획을 가지고 있나? 이제부터는 어떤 경력을 만들어 가고 싶어?”

 당연히 회사 임원인 상무님께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길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이 분께는 본심을 숨기고 가식적으로 포장해서 말씀드리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을 이해해 주실 것 같았다.

 “솔직히 스타트업 회사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상무님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충분히 가치가 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기까지 하셨다. 그러면서 한 회사를 소개해 주시기까지 하셨다.

 “전에 일하던 금융사에 있던 친구가 얼마 전에 창업을 했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투자 자문 회사지. 아직은 젊지만, 그래도 이제 최 사장이라고 불러야겠지. 몇 년을 같이 일했는데, 성품도 좋고 가치관도 훌륭해. 시각도 넓더군. 

 창업하고 싶다는 말을 언젠가 했었는데, 결국에는 실행에 옮기다니 참 대단해 보이더라. 요즘 사람을 찾는 모양이던데, 그 회사에 한 번 관심을 가져도 좋을 거야.”

 집으로 가서 그 회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자세한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제 전 직원이 4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로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에 있었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분위기와 함께 직원 간의 친밀함이 느껴졌다. 여기에서는 분명히 내 역할이 있을 것 같았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그 회사에 적합하도록 새로 작성했다. 인공지능은 생소했지만, 그동안 진행했던 금융과 연계한 프로젝트 성과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아울러 기획과 연계한 탁월한 영업성과를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제시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상시 인재 채용을 위한 메일 계정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 메일 계정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발송했다. 일주일 후,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면접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그 자리에서 영업 분야의 인재를 찾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퇴직일에 상무님을 찾아갔다. 상무님께서는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주셨다. 연봉보다는 스톡옵션에 비중을 두었다는 말씀에는 환하게 웃으셨다.

 “사실 최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었어.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다면서, 혹시 이대리를 아느냐고 물어보더라. 당연히 안다고 했지. 글은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해. 이대리가 쓴 기사들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어. 그 회사에 가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줬지.”

 상무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상무님을 통해 일하고 싶은 회사를 알게 되었지만, 그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관계와 뜻하지 않은 사건 속에서 인생의 중요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또 진심으로 대하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들이 있을 거야. 그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바라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이직하는 것은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네. 나도 그래 왔으니까.”

 회사를 나왔다. 나도 모르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바라본 하늘은 그대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렇게나 맑고 푸른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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