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 같다.
운전을 잘한다고 했을 때 그 의미가 칼치키를 하거나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네비게이션과 표지판을 잘 읽고, 신호와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다른 차량이 실수를 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코너를 돌 때는 속도를 줄이고, 남들이 끼어들기를 해도 필요 이상으로는 화를 내지 않고, 경적을 알맞게 울려서 접근하는 상대방 차량에게 내가 여기 있음을 알려주고, 야간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속도를 줄이는 것. 길이 막히는 곳이나 시간대는 적절히 피할 줄도 알고, 피치못하게 그 곳을 통과할 때에는 느긋한 마음을 가지는 것.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짓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
가끔 운전을 하다보면, 유난히 그날따라 도로에서 차들이 나에게 빵빵거리는 날이 있다. 운이 없어서인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 그럴 때는 그날따라 내 컨디션이 안좋을 가능성이 높다. 피곤해서 차선을 물거나 반응속도가 느려 양 옆과 앞뒤 차들에게 피해를 줬던 것이다.
가끔 10년 전, 4년 전 일이 떠오를 때면 동일한 생각을 한다. '그런 나쁜 사람들을 만나다니 내가 운이 없었다.'라고 결론지었던 과거의 일들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 때의 나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고, 그 때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예전에 상처받았던 말들)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아볼 일이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을 수 있도록,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가까운 이들에게 내 마음대로 친절을 베풀고 대가를 바라지 않을 수 있도록, 그래서 남들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