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선이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네요.
‘하늘’ 하면 떠오르는 것은?
하늘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군가는 광활하게 펼쳐진 넓은 푸르른 색에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닿을 수 없는 높이 감에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맑고 높은 하늘을 떠올리며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고, 또 지금은 보지 못하는 마음속에 깊은 그리움을 남기고 떠난 사람을 생각할 수도 있다. 낮에 볼 수 있는 청명한 하늘뿐 아니라 반짝이는 별들과 달이 보여주는 조화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밤하늘도 있다.
고등학교 은사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가 떠오른다.
앞으로 하늘을 보고 살아라
땅 보고 살지 말고.
다른 미사여구도 없이, 딱 이렇게만 말씀해 주셨다. 하늘의 의미가 무엇인지, 선생님께서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도 없이 딱 저 한 문장만. 처음에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근사한 말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내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게 많아질수록 이 문장을 곱씹어보게 되었다.
하늘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특히 맑은 날 하늘을 보면 기분이 참 좋다. 크레파스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색감에 따스한 햇살이 추가되면 저절로 미소가 나오기도 한다. 우연히 지나가는 비행기라도 보게 되면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보는 하늘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하늘 넘어엔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해본다. 깨끗한 하늘이 곧 나의 기분을 정화시켜주는 것 같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당신은 언제 하늘을 보십니까?
생각해보자. 내가 가장 최근에 하늘을 본 건 언제인지. 걸을 때 땅을 보는지, 하늘을 보는지.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하늘을 잘 보지 않는다. 보지 못한다고 표현을 하는 게 맞을까? 가끔가다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보기도 하지만, 감상하거나 나와 감정을 공유하진 않는다. 오랜만에 나들이를 가거나 여유가 생겼을 때도 의식해야 하늘을 본다.
언젠가부터 알람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기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혼자 일어나는 건 시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알람 소리가 곧 하루의 시작이다. 나를 깨우는 소리와 함께 번쩍 일어나면 좋겠지만 조금은 늦장을 부려줘야 아침의 맛임을 느낀다. 씻고 간단히 배를 채우고 단장을 끝낸다. 그렇게 빠뜻한 시간으로 아침을 보내고 나면 이제 누군가는 출근길에 오르고, 누군가는 등굣길을 걷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차를 이용해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선 책상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간 돌아오듯이 집에 가는 시간이 된다. 취미생활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가족과 외식을 하거나 회식을 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남은 하루를 채우며 아쉽지만 내일을 위해 다시 잠이 든다.
정신없는 직장인의 하루,
그 끝엔 하늘을 볼 시간이 없다.
은사님께서는 '하늘을 본다'와 반대되는 말로 ‘땅을 본다’를 사용하셨다. '하늘을 본다'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반대말인 ‘땅을 본다’의 의미를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땅을 본다.
1) 힘든 삶을 산다.
몸과 마음이 지치면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땅을 본다. 고개를 숙이게 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반복해서 겪게 되거나 시간이 없는 촉박한 삶을 이어가면 습관적으로 땅을 보게 될 것이다.
2) 기가 죽어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자신감이 느껴지거나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 앞에서 잘못을 뉘우치거나 용서를 빌 때 우리는 고개를 숙인다.
땅을 보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정리해보자면,
사랑하는 제자가 힘든 삶을 살지 않고, 어디 가서 기죽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주신 것이다.
하늘을 본다.
땅을 본다는 의미를 알았으니 그 반대의 의미는 유추하기 쉽다.
1) 이겨내라
힘든 일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고통과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모든 고난을 피해 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감당하기 벅찬 일을 겪더라도 하늘을 보며 그걸 이겨낼 에너지를 얻으라는 말씀이다.
2) 여유 있는 삶을 살아라
걸으면서 하늘을 볼 줄 아는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라. 촉박하면 넘어지기도 한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한 걸음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3) 높이 보고 살자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면서 목표있는 삶을 살아라.
학생의 신분에서 사회인이 되어 앞으로 가는 길을 응원해주시는 분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가끔은 핸드폰을 내려 두고 하늘을 보자.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하늘을 한 번씩 올려다보자.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바람이 담겨 있는 하늘을
난 당신이 하늘을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