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테니스공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을 봤다.
큰 마요네즈 통에 테니스공, 자갈, 모래 등을 순서대로 넣으며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내용이었다.
일단 테니스공을 넣고 나면 그 틈 사이로 자갈이 들어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테니스공과 자갈을 넣고 나면 그래도 남아 있는 틈에 모래가 들어갈 수 있다.
만약 마요네즈 통에 모래, 자갈, 테니스공, 순서대로 넣는다면 통에 다 넣을 수 있을까?
답은 No다.
크기가 작은 것들로 통을 채워버리면 나중엔 보다 큰 자갈, 테니스공은 들어갈 수 없게 된다.
큰 마요네즈 통은 우리의 인생이고, 테니스공이 비유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자갈과 모래는 크기 순서대로 중요도가 결정되는 것들이다. 인생을 채우기 위해선 테니스공, 자갈, 모래처럼 다양한 크기의 물건들이 필요하지만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넣는 순서에 따라 통을 채우지 못하거나 낭비하게 된다.
지금 당신에게 떠오르는 가치는 무엇인가?
삶에는 수많은 가치들이 공존한다. 나눔, 배려, 꿈, 도전, 일, 우정, 사랑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모든 것을 똑같은 비중으로 대할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늘 선택의 연속이니까.
바람이 거세게 불어 흔들려도 중심이 잘 잡혀있다면 꺾이지는 않는다.
난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테니스공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새해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열에 아홉은 건강이야기를 한다.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 그리고 본인이 아프지 않도록 말이다. 단순히 '건강하면 좋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여러 사람의 의견에 동의해왔다. 하지만 전에는 아프지 않던 곳도 예고 없이 아플 수 있고, 아픔이 일상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젠 건강을 소원으로 비는 사람들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인간의 몸은 자연스럽게 노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더 아플 확률이 많다. 건강을 챙겨야겠다.
요즘은 건강 앞에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건강과 관련하여 '이것만은 꼭 지키자'가 있다면 잠이다. 난 잠이 없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나 그렇듯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잠을 줄여가며 하곤 했다. 이제는 되도록이면 잠을 충분히 자고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살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다루는 기계도 그렇듯 하루 종일 작동하면 과부하가 걸려 고장이 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움직여 온 나에게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 나에게 오는 모든 질병을 막을 순 없겠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건강을 위한 길이다.
앞서 말한 건강은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어 나의 테니스공이 된 반면, 가족이란 가치는 문득 깨닫게 되어 소중해진 가치는 아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마음이 가게 되는 그런 것들이 있다. 나에겐 가족이 그렇다. 누구에게나 가족이 소중하지만 소중함을 넘어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다. 난 엄마, 아빠랑 노는 걸 무척 좋아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의무감에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다. 재미있다. 나의 근본인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내 마음으로 그릴 수 있다.
그런 거 있잖아
맛있는 거 먹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부모님은 한 번도 나에게 가족과 관련된 행사나 시간을 강요하신 적이 없다. 늘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내가 사회인으로서 적응을 하고 커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세월이 흐르고 지났다는 것이다. 늘 젊고 강인할 것만 같던 부모님의 얼굴에 주름이 생긴다. 내가 이만큼 자리 잡는데 도움을 주신 부모님께 여유와 행복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가끔 앨범을 보다 동영상 속 장난스러운 가족의 모습을 보면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올해는 더 많은 일을 함께하고 더 많은 기록을 남겨야겠다.
물론 건강이 가족에 우선한다는 뜻은 아니다. 둘 다 소중하다. 표현상 첫 번째 두 번째를 나눠서 작성했다.
나의 테니스공이 뻔할 수도, 누군가에겐 우선순위가 아닐 수도 있다. 남들과 다른 테니스공을 넣고 싶을 수도 있고, 하나라도 더 넣어보기 위해서 억지로 구겨 넣게 될 수도 있다. 누군가와 비교하기 위해 테니스공을 고르는 게 아니다. 조금 흔해도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고, 너무 많이 넣으려다 통이 깨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