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른일까?
"우리 이제 어른이잖아."
"에이, 어른이 그러면 안되지."
어른은 뭘까?
어디보자, 국어사전에 검색해봐도 내가 원하는 만큼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키가 다 자랐다고 어른인 것은 아니다. 나이, 지위, 항렬이 높은 걸 비교하기 위해선 상대적이어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 아닌 걸까? 내가 만약 결혼을 하지 않고 산다면 난 뭐라고 불러야 하는건가?
어른의 반의어 = 아이, 어린이
아이, 어린이가 아니면 다 어른일까? 난 어른일까?
문득 든 끊임없는 질문에 스스로 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로 기준을 세워 판단해보려고 한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즉흥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내용입니다.)
몇 살이 되면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건지 생각해봤다. 20살? 25살?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래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20살을 넘기면 나름 어른이 되었다고 하니 20대 중반에서 후반을 달려가는 나는 어른인가보다.
17살인 소녀가 자신을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어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회적인 약속이나 지위 등에 의한 인정이 필요하다. 나는 적게는 20명이 넘는 우리반 아이들과 많게는 학교에 있는 초등학생들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다. 덧붙여 학부모와 동료 교사도 나를 어른으로 대해주고 인정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독립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
둘째는 나의 선택에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
1) 나는 내가 직업을 갖게 되면 무조건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독립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게 내 목표이기도 했다. 집과 관련되어 나가는 돈, 기본적인 생활비는 내가 해결 할 수 있지만 큰 돈이 드는 일이나 때때로 아직 도움을 받고 있으니 완벽히 독립했다고 할 수 없다.
2) 내가 물건을 선택하든, 행동을 옮기든 돈이 영향을 주지 않는게 경제적 독립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
고로 난 아직 어른이라기엔 부족하다.
꽤 이른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나의 경력은 짧다. 계속 쌓고 있는 중이라 정신적, 신체적인 내공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유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나아간다면 꽤 성장할 수 있다. 그래도 앞으로 쌓게 될 경험에 비해 지금 쌓은 것은 10분의 1도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려면 더 남았다.
부모님의 교육방식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나와 관련된 일에 대한 선택을 내가 해오곤 했다. 정말 중요하거나 내가 실수하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선택은 내가 내릴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내가 져야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땐 선택하는 게 두려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게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나의 선택이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내릴 수도 없고, 그 선택이 정말 내가 원하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아서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책임을 회피한다고 해야하나. 이렇게 생각해보니 책임을 안지진 않지만 두려워한다.
아직까지도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도 있고, 대화가 더 필요한 내용도 있다. 단순히 시각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른의 감성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다.
사실 분명한 답은 누구도 내릴 수 없다.
알면서 생각해봤다.
때에 따라 적용되는 정의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건 ‘어른’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우리는 몸을 키우는 것 처럼 마음도 자라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 자고 일어났더니 키가 10cm가 자라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꾸준히 조금씩 자란다.
난 어른으로 자라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