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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운 Mar 01. 2020

매일매일 문제를 만들다.

한달 4기를 마무리하며

한때 공부를 했던 학생으로서

현재 수업을 하는 교사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복습이다.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본 것을 절대 잊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내 말에 동감할 것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학습량을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기존 과목 이외에도 꼭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계기교육이나 필수 이수 시간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배운 내용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복습'에 집중한다. 차시 복습, 주제 복습, 단원 복습을 할 때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보게 하는 것이다.

교사는 범위를 정해주고, 학생들은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문제를 만든다. 이때 문제는 포스트잇에 적고 칠판에 붙인다. 그 후에 무작위 뽑기를 이용하여 아이들이 문제를 풀고 답을 확인한다. 거의 게임처럼 진행이 되어서 중요한 복습이지만 재미있게 하곤 한다.


2월 한 달 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건

내가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일이었다.

내 하루를 돌아보고, 내 생활을 돌아보고, 내 추억과 생각 그리고 주변 사람을 다시 떠올리며 글을 썼다. 나름 내 삶을 복습했다. 하루하루 글감을 찾는다는 건 내가 풀어야 할 문제를 만드는 것이었고, 너무 깊지도 않고 너무 얕지도 않은 내 세상에 빠질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만들어놓은 문제에 나만의 해답을 가지고 접근하고, 그건 하나의 글이 되어 차곡차곡 쌓였다.


우리 반 아이들과 조금 다른 점은 누군가가 범위를 정해주지 않는다는 것과 문제에 대한 답을 써 내놓아도 정답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달3(2019.12.1-12.31)

3기에서 를 가장 처음 느낀 만족감은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꽤 멋진 곳에. 각자 사연은 달라도 모여있다는 사실이 근사했다. 나는 늘 같은 분야의 사람들 속에만 있었기 때문에 다양성이 큰 집단에 매력을 느꼈다.


한달4(2020.2.1.-3.1)

이번 기수를 마무리하며 드는 생각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 하느냐, 어떤 사람들과 있느냐'라는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봐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좋은 일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응원하는 사람들. 팀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직접적인 관계를 만들지 않아도 언행으로 동기부여를 주는 사람들. 우리 팀 상필, 태림, 윤주님이 나에게 고마운 사람인 것처럼 또 BK, 진선, 재운, 준명님이 날 더 좋은 삶을 설계하고 싶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나도 한달에 그런 역할을 했을까?



2020 2

돌아보면 빼먹을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출간 제의가 들어왔을 땐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꾸던 꿈 중 ‘작가 되기’와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난 늘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꿈꿨다. 한동안 그 꿈은 ‘학생들’에게로 한정되어있었다. 이젠 날 더 다독이고 응원하고 싶어 졌다. 내가 누구나 다 아는 사람은 아니어도, 내가 크게 사업체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언젠간 더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제대로 글을 써보기 전에

글 쓰는 일을 오로지 낭만적인 일로 생각했다.


단순히 한달쓰기가 아닌

한달브런치를 해보니

글을 쓴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인간다운 일,

참 외로운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난 그 외로움이 꽤 견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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