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기 위한 실험 중입니다
"사실 나도 이직하고 싶지 않아. 이 회사에서 계속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
이건 최근 이직을 하기 전 내가 했던 말이다. 처음 한 두 번 정도야 새로운 환경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세 번째 이직은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가 성장하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결국 이직을 선택했다.
"되게 도전적이네."
이직을 할 때마다 듣는 말이다. 규모 있는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전혀 다른 IT 분야로 옮겼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듣는 것 같다. 커리어 초반에 1년 반 정도 짧게 일하고 잦은 이직을 하는 것은 시장에서 좋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이었다. 최근 이직 역시 업계와 직무를 동시에 바꿨기 때문에 도전적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이렇게 내가 계속 이직을 하는 이유는 더 나은 환경으로 가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나를 찾기 위한 실험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경력 이직을 2번 해보니 이전 회사에서 했던 업무라도 다른 회사에서 하면 보고 체계, 톤 앤 매너, 목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업무나 마찬가지다. 적응해야 할 부분이 많고 새로운 환경은 늘 예측이 어려운 요소가 있기에 이직은 상당히 피로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직을 선택하는 이유는 지금처럼 젊고 열정이 있을 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더 알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일까?"
메타, 구글과 같은 IT 업계를 커리어 초반부터 동경했지만 선뜻 뛰어들지 못했던 이유는 처음 IT 회사에서 인턴을 했을 때 비전공자로서 관련 지식을 터득하는 데 벽이 너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식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을 할 수 있고, 비전공자로서 더 잘할 수 있는 영역들이 IT 회사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마케터라는 직무는 제품과 고객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일이기에, 개인적으로 지식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몇 년이 지나 인공지능 시대가 호황인 지금, 결국 내가 선망하던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한창 배우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배워야 할 지식은 많지만 적어도 직무적으로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서 능숙한 부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직무 능력도, 산업 지식도 없었던 사회 초년생 시절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몸담고 있는 업계의 트렌드뿐만 아니라 회사의 제품,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기대가 된다.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