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길을 알려주지 않는 곳에서 나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들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전형적인 문과에게 취업은 쉽지 않은 과제다. 취업이 잘 안 돼서도 있겠지만 대학교 때 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면 '취업'이란 두 글자가 특히나 무겁게 다가온다. 어디서 누구한테 정보를 얻어야 할지, 나에게 맞는 직무는 뭔지, 어떤 기업을 들어가야 맞는 건지 하나도 아는 게 없다.
나는 4학년 2학기 때 취업을 결심했다. 정치외교학과에 들어온 이유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서였지만 외무고시를 준비하지 않았다. 핑계를 대자면 내가 들인 노력 대비 하고 싶은 일을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만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주구장창 공부만 해서 좋은 대학에 온 나는, 스스로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바로 고시로 뛰어드는 것이 (내 논리대로라면)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주도적으로 많은 걸 선택하고 경험해봐야 할 것인데, 고시를 하면 십몇 년간 해온 시험공부를 기약 없이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업에 대한 부담감과 나 자신을 알고 싶다는 열망이 나를 중소기업으로 이끌었다. 돌이켜 봤을 때는 중견기업, 대기업을 준비했으면 좋았겠지만, 당시 내가 내린 결정은 그러했다. 누군가의 압력 없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라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나를 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물론 들어가는 문턱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고의 환경? 누구도 길을 알려주지 않는 곳.
내가 생각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맞았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았다. 나에게 업무를 가르쳐줄 사람도 마땅히 없었고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 모든 시스템을 내가 구축해 나가야 했다. 엑셀도 잘 못하고, 디지털 마케터라는 직함을 가졌지만 마케팅 경험이 없었던 나에게 모든 것이 물음표였다.
회사에서 해결이 안 된다면 외부에서 네트워킹을 하고 직무 교육을 받는 등 여러 방법이 있고 실제 시도해 봤지만,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는 작은 성공이라도 이뤄내려고 고객의 집에 찾아가 인터뷰도 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노력이 생각처럼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는 스스로에게 화도 나고 무력감도 느꼈다. 물론 내가 일을 하면 무조건 성과가 보이는 곳이었기에 일할 때 뿌듯함과 기쁨도 있었다.
24살의 젊은 패기와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열정으로, 전국에 제품 시연회를 돌아다니다가 족저근막염을 얻기까지 했다. '더 잘하고 싶다',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기본기가 되지 않은 신입이 이루어낼 수 있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퇴사를 하고 더 큰 기업에 들어가서 업무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자.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만드는 비즈니스에 기여하자.
그렇게 나는 퇴사를 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고,
나는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