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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풍 Feb 27. 2018

소심해도 괜찮아

내성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미래

사람들의 성격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는 밝고 자신감에 넘치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있고, 반대쪽에는 소심하고 뭘 해도 서툰 내성적인 사람들이 있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완벽한 답이 떠오르는 날엔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절대 나서서 답하지 않는다. 한편 외향적인 아이들은 기발한 답변으로 선생님을 당황시키고 교실은 웃음바다에 빠진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들은 집에 돌아가 침대에 누워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만약 있다면 그 날 다른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불과 몇 초 만에 하루에 쓸 에너지를 모두 소진시키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기운을 얻는 외향적인 사람들과 달리, 내성적인 사람들의 외부활동은 에너지를 방전시킨다. 그들의 충전 공간은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다.


내성적인 사람에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은
수면 같은 회복 과정, 음식 같은 영양소다.
- 조나단 라우치 -


과거 주입식 교육에서 소위 '창의성 교육'으로 바뀌면서 교육 시스템은 외향적인 성격을 장려한다. 발표나 토론 같은 외향성 교육 비중이 커지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가 낯을 가리면 이를 고치기 위해 상담을 하거나 자신이 잘 못한 게 없는지 스스로 자책한다. 혹여라도 아이가 사회에 나가 내성적인 성격 탓에 고생할까 초조해하며, 태권도장이나 웅변학원으로 향한다. 과연 좋은 선택일까?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개된 1,218대의 드론이 하늘을 수놓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를 단 한 명이 조종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대의 PC만 있으면 이런 엄청난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이보다 더 큰 능력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그런 미래에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된다. 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새로운 능력을 쓰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내성적인 성격을 필요로 하는 직업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혼란에 빠뜨릴 태권도장이나 웅변학원에 억지로 보내는 것보다, 조용히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코딩이나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몰랐던 아이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새로운 리더십


내성적인 성격은 잘못된 것도,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성향이다. 특히 요즘에는 내성적인 성향의 성공한 기업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레리 페이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현실 속 아이언맨 엘론 머스크, 이들 모두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이들은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과연 우연일까?


조용한 삶은 단조로움과 고독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자극한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


우리 사회는 의사소통에 능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선호한다.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조직에 활기를 주고, 어려움이 닥치면 긍정적인 사고로 문제를 헤쳐나갈 것이라 믿는다. 미국 역사 상 가장 위대한 CEO로 꼽히는 '제왕적 리더' 잭 웰치, 그리고 애플 제국을 세운 '외향적 폭군'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 사례다. 이런 리더들은 경쟁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능력이 빛을 발했다. 직관적인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청중을 압도하는 설득력은 그들의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 세대의 등장과 함께 많은 조직의 리더들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40% 정도로 알려진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CEO 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성향에 대해 설문한 결과, 전체의 70% 정도가 자신이 내성적인 성격이라 답했다. [1] 강한 카리스마와 외향적 성향을 보이는 그들이 스스로를 내성적이라 말한 것은 상당히 의외의 결과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외향적 성향을 사용하는 방법을 습득했다고 말이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내성적이지만 다양한 경험과 끈임 없는 노력을 통해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면과 학습된 외향성을 자유롭게 다루는 방법을 익힌 것이다. 심지어 가까운 곳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 조차 그들이 내성적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자신마저 속일 수 있는 '완벽한 연기력'을 습득한 것, 그것이 그들의 성공 비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내성적인지 모른다. [2]
- Forbes 인터뷰 시 한 CEO의 대답 -


내성적인 사람들은 치밀하고 분석적이며, 바깥 활동보다는 사색과 독서, 그리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성향은 문제를 파 해치고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는 기초 소양이다. 또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선호하는 그들은 급변하는 세상 속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데 유리하며, 상대방을 존중해 팀워크를 높인다. 이런 성향은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자유분방한 지금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리더의 덕목 중 하나다.



시대적 요구


1988년 여름 서간 간척지에서 폐유조선으로 물을 막아 공사기간을 1/5로 단축시킨 '정주영 공법'은 정주영 회장의 창의력과 리더십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다. 그의 직관적이고 독단적인 리더십은 과거 산업구조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과감함, 속전속결, 도전정신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성장시킨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그런 리더십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대 별 상황에 맞는 성공 DNA가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서 '무대포 정신'의 성공신화는 줄어들 것이다. 이미 발전된 사회에서는 속도전이 아닌 품질, 또는 작은 디테일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과거와 같은 접근방식은 지금과 같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정보의 흐름'이나 인간의 '미묘한 감정'까지 읽어 내야 하는 지금 시대에 한계를 보일 것이다. 또한, 우리 경제는 너무 커졌고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 그와 같은 과감한 베팅을 하기에는 그 리스크가 너무 크다.


1955년 태어난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시대의 변화를 읽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가 페이스북을 만든 마이클 주커버그와 같은 1984년에 태어났다면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이것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의 열정과 집념은 매우 훌륭한 자산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런 독단적인 리더를 원치 않는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는 애플의 공동 설립자이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좀 더 좋은 리더로 비춰진다.


내성적이고 훈훈한 성격의 스티브 워즈니악은 뼛속까지 엔지니어다. HP 개인용 컴퓨터를 처음 제안한 것도, 실제 초기 애플 제품을 모두 만들어 낸 것도 대부분 그의 업적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에게 보수 대부분을 때이거나,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누고도 놀림을 당하는 등 '호구 인증'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순진한 괴짜(Geek)로 보는 시대는 20세기 끝났다. 지금 사람들은 그 처럼 실력있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자신의 리더가 되길 원한다.


내가 만난 발명가나 엔지니어는 나와 비슷하다.
그들은 수줍음이 많고 근심 걱정이 많다.
그들의 장점은 예술가적 성향이 있는 것이고,
예술가들은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 스티브 워즈니악 -


요즘 대부분의 업무는 단순 육체노동이 아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다루며 항상 새로운 도구나 업무를 익혀야 한다. 과거 노예나 군인을 대하듯 권력으로 행동을 강요하는 방식은 사람들의 사고를 좁게 만들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요즘은 협업 없이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다. 다수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지성'이 필수요소다. 이런 변화는 공감과 사유에 강한 내성적인 성격에게 유리하기 작용한다.


외향적 성격을 성공과 연결시키는 풍토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항해 시대나 서부 개척시대와 같이 공간확장을 통해 성장한 시기와 달리, 세계화와 정보화란 거대한 두 전환점을 넘어서는 지금 사회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외치고 있다. 정보 교류가 제한적인 과거에는 외향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구심점 역할을 하며 사회를 통합했지만, 이미 다양한 수단으로 개인 간의 무한 소통이 가능한 지금 그 역할의 필요성은 점차 줄고 있다.



미래의 인재


창의적 사고를 통한 성과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미국의 한 비누 공장에서 포장기계 오작동으로 박스에 제품이 들어가지 않는 불량이 발생했다. 경영진은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 원인을 분석했고, 그 결과 X-ray 장비로 빈 박스를 찾아 불량을 해결하는 방안을 고안한다. 장비 50만 불, 컨설팅 10만 불, 그리고 연 5만 불의 추가 인건비가 드는 대형 사업이었다. 경영진은 고심했지만 대안이 없었기에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장비 주문 후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갑자기 불량이 사라진 것이다. 원인을 파악해보니 이 문제를 본 신입사원 한 명이 선풍기를 가져와 빈 박스를 날려버린 것이다. 사실 이 사례의 진위 여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조직의 경직된 사고를 경계하고, 창의적인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기업 환경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인간이 기계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 팀 쿡 -


지난 50년 간 하이테크 산업을 이끈 '무어의 법칙'은 이미 폐기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보의 양이 2~3개월마다 두 배씩 뛸 것이라 전망한다. 4차 산업혁명의 근원인 정보량의 폭발적인 증가는 더  이상 인간의 직관으로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기술 없이 경쟁력 있는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앞으로 데이터 과학자나 알고리즘 개발자 같은 복잡한 로직을 다루는 사람들의 몸 값이 크게 뛸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기술을 다루기 위해 사람들은 사물을 깊게 관찰하는 사고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지금 리더들은 어떻게 그런 인재들을 확보하고 교육시킬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에 싫증 내지 않고 자신의 창의력과 열정을 쏟게 할 수 있을지 고심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직원 개인의 지적 탐구심을 믿고 자율성을 부여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창조하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한 후 일을 시켜야 한다. 그런 일이 아니라면 그 자리는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낮다.


앞으로 신입사원 채용 시 내성적인 사람이 좀 더 많이 뽑을 것을 추천한다. 앞서 말한 대로 그들은 지금 시대의 필요한 여러 장점도 있고, 직원으로 다루기도 여러모로 편하다. 그들은 불안해서 땡땡이를 치지도, 쓸데없는 수다를 떨지 않아 업무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표현이 서툴러 잘 모를 뿐 오히려 외향적인 사람보다 높은 업무 성과를 소리없이 낸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있다.


향후 면접에서 진땀 흘리며 말을 버벅대는 지원자가 있다면 그이게 높은 가산점을 주실 것을 권한다.




"Successful Introverted CEOs". Noomii. Neal Burgis. 2011-08-30.

"Why Introverts Can Make The Best Leaders". Jennifer B. Kahnweiler. Forbes. 2009-11-30.

"스티브 워즈니악". 나무 위키.

"애플을 세운 타고난 개발자, 스티브 워즈니악". 이상우. IT동아.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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