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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ko Apr 25. 2022

지금 이 단단한 자신감을 기억하는 방법



성공하려면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큰 리스크를 감수하겠노라 결정하고 대담하게 뛰어들면, 생각보다 큰 리스크는 별로 없다.
정작 리스크보다 더 많이 만나는 것은 인생을 바꿀 만한 잠재력, 즉 다양한 '가능성'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어떤 리스크를 선택할 것인지록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가능성을 선택할 것인지,
더 큰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의 여부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알게 된다.

타이탄의 도구들, p177




<타이탄의 도구들> 을 읽다가 발견한 구절. 

조금은 뻔하지만, 2021년의 내가 실제로 경험한 내용이기 때문에 새삼스레 와닿았다.


작년에 엄청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았다. (2021년이 벌써 2달 전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나의 인스타그램을 본 친구들은 맛있는 곳 예쁜 곳 핫한 곳을 열심히 놀러 다녔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내가 쓴 지출은 0이었다.


모두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얻은 수익으로 누린 즐거움이었다.


오랜 친구와 단둘이서 항상 마음에만 품고 있던 사이드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했던 것이다.

작은 프로젝트였는데, 망하든 잘되든 잃을 게 없다는 생각 하나로 바로 뛰어들었다.







확실히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돈에 대한 관심이 늘 수 밖에. 

재작년 연말부터 신사임당, 존리, 김짠부 등 돈을 벌고 모으는 것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고, 

드디어 내집마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번씩 힘든 시기에는 왜 이제서야, 라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지금에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패션회사를 첫번째 회사로 선택할 정도로 옷과 소비를 좋아하는 내가 

회사를 옮기고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당연히 손목엔 롤렉스, 까르티에, 에르메스 중에 하나는 차고 출근해야 하는 줄만 알았던 내 앞에

거의 추리닝 차림으로 혹은 자기 취향 것 대충 입고 다니는 두번째 회사의 사람들을 보고 

소비와 꾸밈, 사치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성들이 흔히 말하는 '꾸밈노동'이라는 것이 패션회사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패션회사에서 누가 강요한다기보다는 peer pressure 같은 것이지만. 

잘 입고 트렌디할수록 '좋은 감각'으로 인정받기 쉬운 게 사실이니까. 


그리고, 

당연히 써야하는 줄 알았던 돈과 이 정도 벌면 가져야하는 줄 알았던 명품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새로운 자유가 찾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회사로 패션회사를 다녔던 나는 바잉 MD를 원해 들어갔던 곳에서 

원치 않은 직무를 얻고 1년간의 고민과 방황 끝에 재취업을 통해 현재 회사를 입사하였다. 


남들은 취업이 어려워서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쉽게 나오지 않을때, 

나라는 사람을 잘 알기에 내린 빠른 의사결정이었다. 


나는 내가 회사를 바꾸고,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고 얻게 된 것이

어떤 '자유' 라고 생각한다.



'출근할 땐 명품 가방을 메야 돼,

텀블러를 들고 사내카페에 가는 건 좀 없어보여,

핫하다는 신상 하나쯤은 입어줘야지.'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생각들이 나를 가두는 또 하나의 룰이자 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젠 회사에 에코백을 메고 텀블러를 들고 다녀도 쪽팔림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돈쓰기에 대한 가치관에 변화가 찾아오자,

돈벌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왜 시도를 유보해야하는 거지,

'퇴사 후'가 도대체 언제인 줄 알고?'


게다가 요새는 한달 후의 나의 삶도 예측이 어렵다.


내가 한달 후에 야근에 쩔어있을지, 아니면 여유롭게 독서에 빠져있을지 1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n년 후의 계획에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을 왜 나는 지금 바로 시작 못할까? 라는 의문 하나에서 시작해 착수했고,

시작하고 나서는 겁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끝까지 멱살 잡고 끌고 갔고, 실제로 책상에 앉아 랩탑 두들기는 것으로는 얻기 힘든 '내 손으로 일군 돈'이라는 것을 느껴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운도 좋았지만, 사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해본 것이다.'

애초에 시작할 때부터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 없었다.


우리가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고,

그냥 메인잡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시작을 미룬 것 뿐이었다.






그런 프로젝트를 어제부로 종료했다.


우리의 공식적인 종료 사유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돼서'.

어쩌면 우리가 실행한 것은 프로토타입이었는데, 생각보다 수익성이 좋았다.

이게 적정선이라는 것을 넘어가자 9 to 5로 일해야하는 일상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부가적인 스트레스와 한계를 느끼게되는 시점이 있었다.


진짜 우리 비즈니스였다면 여기서 돌파구를 꾀했겠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가 쌓고 있는 커리어와 다니고 있는 메인 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포기하고 우리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얻을 수 있는 + 보다 아직은 우리의 일에서 얻는 + 가 더 크다고 판단했고,


어쩌면 조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번의 고비가 찾아온 시점, 여기서 아름답게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이 다음의 사이드 프로젝트, 혹은 퇴사 후 메인 프로젝트가 될 다음번 프로젝트를 위해 여기서 스탑하기로 동의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흥미롭고 재밌고 많이는 아니었지만 꽤 힘들었던 경험이었고,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불안감을 극도로 잘 느끼는 사람이라서,

멀쩡한 회사를 다니면서도 '넥스트 스텝' 에 대해서 고민하느라 잠을 못자거나, 비관에 빠지거나, 주말마다 클래스를 들으러 다니는 사서 걱정하는 태생 불안초조형 인간인데,


오히려 이렇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에이 뭐 회사, 때려쳐도 이렇게 돈벌면 되는구나?' 이 자신감이 단단하게 자리잡았다.

회사 짤리면 어떻게 하지? 문과출신에 물경력? ㅈ 됐다.


=> 이게 옛날의 나였다면,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는

'아 회사가 아니어도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 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SKY를 나왔으니 번듯한 직장에 다녀야지,

문과면 전문직을 해야지 라는 그런 편견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순간

엄청난 자유과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는 것도 처음 배웠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잘되던 초반에는 진짜 매일 기분이 둥둥 떠다녔다.

회사 일도 오히려 이 자신감에 탄력받아서 더 잘되는 느낌이었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일런 머스크 st 자신감이 화려한 조명처럼 나를 감싸고 매일 아침이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사후적인 관점에서, 결과적인 관점에서 적어내리는 글이지만,

따끈따끈한 이 마무리감각을 기록하고 싶어서 적어두는 글.





수고했다!  2021년의 나. 

2022년에도 가보자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182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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