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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y 30. 2021

그날의 기억 (2)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없었다. 엄마를 볼 자신이 없었다.

경찰차를 타고 내가 처음으로 간 곳이,

경찰서였는지, 병원이었는지, 장례식장이었는지는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엄마와 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데, 침대에 누워 응급실로 들어가는 동생을 만났다.

동생은 아파서 울고 있었고, 나를 보고는 누나를 불러댔다.

그런 동생의 손을 나는 그때 잡아주지 못했다.


동생이 나를 찾는다는 소리에 응급실로 들어갔다.

분명 나는 동생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날의 동생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더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다.

엄마... 우리 엄마...


동생이 누워 있는 침대 머리 위로 가림막이 있었고

그 건너편 침대에 누군가 누워 있었다.

온몸이 붕대에 감겨 있던 그 사람의 얼굴은 가림막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엄마를 보겠느냐고.

‘붕대에 꽁꽁 싸매여져 있는 저 다리가... 저 손이... 우리 엄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한 발자국만 옆으로 내딛으면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나는... 자신이 없었다. 엄마를 볼 자신이 없었다.

온몸과 얼굴까지, 동생보다 더 심각한 화상을 입었을 엄마를 볼 자신이 없었다.

나는 그냥 밖으로 나왔다. 도망쳤다.


엄마는 의식이 있으셨다 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가 다친 곳은 없는지 나의 안부를 물으셨다 했다. 괜찮다는 소식에 안도하셨다 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엄마, 나는 괜찮아. 나는 하나도 안 다쳤어. 엄마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나도 하지 마. 엄마 내가 많이 사랑해요.’

라고 왜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엄마가  편히 눈을 감을  있었을 텐데.


엄마는 그다음 날 돌아가셨다.


후회는 아무리 빠르다 해도, 언제나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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