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제가 속해 있는 부서는 총무부서입니다. 저희 부서의 특징은 참 조용하다는 겁니다. 업무시간에는 당연히 모두가 일에 집중하느라 대화는 전혀 없고 업무 외의 시간에도 그다지 친밀함은 없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이렇게 된 데는 저희 팀장님의 영향이 큽니다.
저희 팀장님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참 인간미 없는 사람입니다. 일할 때는 당연히 대화가 없고 회의를 할 때도 딱 일 얘기만 합니다. 점심시간이면 같이 먹자는 말도 없이 그냥 내려가서 식사를 하십니다. 업무 중간에 가끔 모여서 커피라도 한잔 하려고 하면
"잡담 그만하고 일합시다"
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다른 부서를 보면 팀장님과 커피도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데 우리 부서는 전혀 그런 경우가 없습니다. 가끔은 회식도 하면서 친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회식도 1년에 한 번 정도 그것도 밥만 먹고 금방 끝납니다. 회사라는 곳이 일 때문에 만난 것이고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일이고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으니까 일하는 것도 재미도 없고 일도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회사를 그만 다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 회사는 일하는 곳이 맞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일하려고 모인 곳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모인 곳이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직장이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바로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그 사람들과의 관계는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친밀하지 않다면, 그냥 건조하게 일만 한다면, 그러다 조금이라도 불편해진다면 회사에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직장 상사가 우리 주변에 적지 않게 존재합니다. 이런 모습은 한 사람의 이상한 행동이 아니고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그렇다는 얘기는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도 되겠죠.
어떤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줄까요?
- 먼저 행동하기보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
- 일을 할 때 근거 자료나 정보 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 공사 구분이 명확한 사람들
- 한 가지에 집중하면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이번 사례와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인간미가 없는 걸까요?
첫째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각하고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을 할 때는 일 생각만 하고, 회의를 할 때는 회의 주제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할 때 일만 보게 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못 보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회의를 할 때도 직원들의 근황을 묻는 등 다른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할 수 도 있는데 회의 주제만 생각하다 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들은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모여서 커피를 한 잔 한다는 것을 직원들 상호 간의 관계가 좋아져 팀워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시간만큼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한 일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지게 되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감정적인 것,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신경 쓰는 것은 업무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매우 서툰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매우 어려워합니다. 또한 사람을 챙기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잘 못하고 어려운 일이기에 자기도 모르게 피하려고 하고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런 직장 상사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우선 필요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회의를 할 때 아이스브레이킹이 회의에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지, 그냥 회의만 했을 때 직원들이 어떤 마음이 들고 회의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쉬는 시간에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도, 회식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 필요성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합니다. 설명이 이해가 된다면 제안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이 성향의 좋은 점은 합리적이라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중간중간에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 일이 더 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이 성향의 사람들이 볼 때는 전혀 일을 안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업무 시간과 쉬는 시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명확하게 보여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구나', '지금은 잠시 쉬는 시간이구나'라고 인식하게 되고 잔소리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인간미 없는 직장 상사들은 관계를 소홀히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일을 할 뿐입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에너지 낭비 요소인 사적인 관계를 멀리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낭비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해시키면 됩니다. 좋은 관계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기꺼이 변화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다만 따뜻해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런 성향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함이 아니라 차갑지 않은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