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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승태 Aug 06. 2020

꼰대 지수를 낮춰주는 꿀팁 하나!

예능 프로그램으로 꼰대 지수 낮추기

이순구 화가의 웃는 얼굴


 지난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여러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는 선생님도 있고 생각만으로도 인상 찌푸리게 하는 선생님도 있다. 여러 기억들 중 중학교 때 수학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도드라져 올라왔다. 별명이 미친 럭비공이었다. 시간이 참 많이 지났는데도 별명까지 기억나는 걸 보니 기억이 강렬했나보다. 그 선생님이 그런 별명은 럭비공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감정표현 때문이었는데 감정 표현이 거칠어 미친 이라는 말까지 붙게 되었다. 웃으면서 수업에 들어오신 날은 숙제를 안 해오거나 시험을 못 봐도 웃으며 넘어가고 잔뜩 인상을 쓰고 교실 문을 여시는 날이면 별일 아닌데도 불같이 화를 내서 수업시간 내내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문제는 웃는 날이 별로 없었다는데 있다. 일주일에 거의 매일 있던 수학시간 우리는 수업내용보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더 중요했건 기억이 난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동안 교육과 코칭을 통해서 만났던 직장인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한숨 섞인 넋두리를 듣다가 많은 직장에 수학선생님 같은 직장 상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꼰대’ 라는 두 글자로 불리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혹시 나도 꼰대가 아닐까 하며 돌아보곤 했었는데 나에게도 수학선생님의 그림자가 없다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얼마 전 한 심리학자의 강의를 듣다가 꼰대 지수를 조금 낮출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어 그 꿀 팁을 다른 꼰대 분들과 나누고자 한다. 

 사람에게는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 있고 적용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한다. 법칙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것이 의지력이라고 한다. 의지는 각 사람마다 쓸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서 쓰다보면 고갈되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참다 참다 결국에는 터지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소양이 부족해서 라기 보다 가지고 있던 의지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에는 감정이 있다고 한다. 감정은 사용한다고 고갈되지 않고 유지되거나 심지어 점점 더 증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침에 출근길에 집에서 아이로부터 부모님 사랑해요 라는 애정이 듬뿍 담긴 편지를 받았다면 그 기분은 직장에도 이어져 웬만한 일은 허허 웃으며 기분 좋게 넘어가게 되고 직원들이 조금만 잘해도 기분은 더 좋아지게 된다. 반면 아침에 아이가 크게 사고 친 이야기를 듣고 잔뜩 스트레스를 받아 출근을 한다면 그 날 회의 분위기는 안 봐도 뻔하다. 작은 실수에도 화가 나고 그 화는 점점 커지게 되곤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잠깐 중학교 때로 돌아가 보면 선생님이 딱 그랬었던 것 같다. 우리가 그 선생님을 싫어했던 이유는 우리의 잘못에 대해 혼나지 않고 선생님 감정에 따라 혼나게 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가 해 놓은 일이 문제가 있고 그 문제로 지적을 받는다면 기분은 좀 안 좋아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한 일과 상관없이 상사의 기분에 의해 소위 깨지게 된다면 또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왕꼰대로 낙인이 찍히고 직원들 안주머니에 고이 숨겨져 있던 사직서 세 글자가 진하게 새겨진 봉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된 이탈리아 심리학자들의 재미난 실험이 있다. 광장에서 평범한 외모의 남자가 여자들에게 다가가 전화번호를 요청했을 때 번호를 주는 비율을 실험했는데 어떤 조건에 따라 40%일 때도 있고 15%일 때도 있었다. 그 조건은 바로 날씨였다. 날씨가 좋은 날은 40% 정도의 여자들이 번호를 주었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15%만이 번호를 줬다. 이는 날씨로 인해 기분이 좋을 때 남자가 다가오면 그 남자 때문인 것으로 뇌가 착각을 해서 호감을 느끼게 되고 흔쾌히 번호를 준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이 실험 뒤에 한 가지 실험을 더 했는데 번호를 묻기 전에 “날씨가 참 좋죠.” 라는 말을 먼저 하고 번호를 요청하면 번호를 주는 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날씨 얘기를 듣는 순간 자신이 기분 좋은 이유가 이 남자 때문이 아니라 날씨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화를 조절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을 준다. 내가 직장에서 화가 날 때 지금 내고 있는 화가 정말 내 앞에 있는 직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인해 화가 난 것을 이 직원에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도 “날씨가 잠 좋죠.” 라는 말이 필요하다. 주변에 가까운 직원이 있다면 내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라고 물어봐 달라고 부탁해 보면 좋을 듯싶다. 이 질문을 받으면 내 기분의 원인을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진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탁하기가 어렵다면 책상에 “00야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무슨 일 있어?” 라는 쪽지를 미리 써서 넣어놨다가 화가 날 때 꺼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실험을 다르게 활용할 수도 있다. 출근 전에 먼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놓는 방법이다. 그러면 업무 중에나 회의를 할 때 다른 직원들을 기분 좋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출근길에 심각한 뉴스를 보다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예능 방송 다시보기나 유쾌한 유튜브 영상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면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환하게 웃는 얼굴로 “굿모닝” 하며 사무실 문을 열게 될 것이다. 


불필요한 얼굴 찌푸림만 없어도 꼰대지수를 조금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출근길에는 기분 좋은 얼굴로 하루를 시작해보자.

당신의 미소가 모든 직원들에게 전염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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