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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엣지정 Mar 31. 2023

백팔배의 매력

돈이 들어오니 해보라고?

 백팔배를 지 9년 차로 접어든다.

  모르게 무리하게 업을 장하면서 생긴 남편의  빚이 여기저기서 툭툭 거져 고,  사립외 입학 여부를 기다리고  때였다. 연히 합격할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고 평소 입시 학원장들과 가까이 지내는 지인을 통해 신 성적우수자를 상대로 두 학급만 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소개다. 고 불합격은 딸에겐 자존감을 떨어뜨린  사건이었지 당시 집안 상황으로는 더없이 다행스러운 일이었.

 17년을 아온 에서 야반도주하듯 이사 했다. 딸을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시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남편에겐 부채를 탕감하고 재기할 시간을 주어야 했다. 3년 우리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세월이었다.


 낯선 동네, 비까지 오는 밤. 학교 준비물로 헌 잡지를 구해놓으라는 딸의 화를 받고 러 곳을 헤매다 간판은 이미 불이 꺼져있는 미장들어갔다. 보라색 염색머리에 깡마르고 키, 나이는 꽤 있어 보였지만 언뜻 일본인인 듯한 외모(상호가 일본어였다) 주인장에게  권의 지를 얻었다. 그냥 나오기 미안해서 다음날  예약했는데, 그날 이후 나는 그녀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여러 번 하며 우리는 꽤 친해졌다. 미장원 휴무일, 그녀와 나는 서울 외곽에 위치한 조용하고 단아한 , 야외 기도장에서  백팔배를 다. 녀는 큰아들의 취직과 둘째 아들의 무난한 결혼을 빌었고 나는 한동안 어떤 기도문도 떠오르지 않다가 중반쯤부터 어디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두려움과 회한이 려와 스스로도 놀랄 만큼 통곡을 했다.


 유튜브에는 각종 백팔참회문이 있다. 한자어 독송보다 한글 문장이 훨씬 가슴에 와닿아서 한글본을 틀어놓고 절을 한다. 60구절은 참회, 20구절은 감사. 28개는 발원문인데 발원문은 참회 구절이 각색된 것이 많다. 예컨대 "교만과 탐욕으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합니다."가  "교만하거나 시기하지 않기를 발원합니다."로 반복된다.

 내가 백팔참회문을 접하지 않았다면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거나 나와 남이 곧 하나요, 세상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로움, 바람소리의 평화로움과 새싹들의 강인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자연에 순응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자연이 우리들의 스승임을 알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축복이 타인의 행복과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는 자비심이며 가장 큰 재앙이 미움과 원망이니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기를 노력한다. 내가 갈 길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도 참회할 일이요  부모님과 이웃, 조상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는 것도 큰 죄다. 실천까지는 멀어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욕심내지 않기를  화내지 않기를 교만과 시기하지 않기를 모진 말과 거짓말, 남을 비방하지 않기를 원망하지 않기를 매사에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기를 정직하고 긍정적이기를 맑고 밝은 품성을 가지고 살기를 발원한다.

 모든 생명이 평화롭고 전쟁과 가난, 질병이 없기를 발기도 한다. 나만을 위해 세상의 공기를 더럽히고 물을 더럽히고 산과 강을 더럽히고 사는 죄도 크다. 범세계적이며 범우주적인 것을 매 생각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하려 하는 마음이 들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절은 한 소절이 시작될 때 곧게 서서 팔을 최대로 벌렸다 머리 위에서 모아 가슴팍에서 합장한 후 바닥을 짚으며 무릎을 구부리며 앉았다가 손을 쭈욱 밀면서 엎드린다. 이마를 바닥에 닿게 하고 머리 위에서 손을 다시 모아 합장한다. 일어날 때는 반대로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고 무릎보다는 발가락에 힘을 준. 종교적인 식보다 전신 스트레칭에 가까운 절법이다. 30배쯤 하면 소화가 되는 듯한 가스들이 나오기도 하고 온몸이 유연해지는 것은 물론 얼굴색도 맑고 밝아진다.무릎 통증이 있다면 이 절법을 실천한 다음 계단을 오르내릴 훨씬 수월해짐을 느낄 것이다. 어디 몸뿐이랴!  절을 할 때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그들을 향해 사죄하고 감사하고 발면 매일 기적같은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 나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108배를 했다. 무릎이 안 좋아 힘들다고 하면 오히려 108배를 통해 치유가 된다고 역설했다.  제대로만 한다면 건강을 위해 그만한 게 없다고 확신했다. 사업장에서 신문지를 깔고 절을 해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권하고 요가메트를 사주기도 했다. 그리고 실천하고 있는지 체크도 했다. 지금 몇 명이나 지속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는 아직도 그 매력에 푹 빠져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심신의 안정은 물론 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돈이 절실했는데 백팔배를 하고 나면  돈이 들어왔다(물론 여기서 돈은 폭넓은 의미의 돈이다. 먹을 것이 생긴다거나 물품을 얻는 것, 또는 뭔가를 싸게 사는 것까지 다 포함하면 매일매일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원만해졌다. 불편한 사람들과 소통의 기 생겼고 관 개선되었다. 하루 한 가지 이상 무언가 해결되고 성취한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정말 신다.

 그날은 택배물로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여러 개의 물건을 시키면서 같은 날 배송을 요청했더니 가능하다고 했는데 무려 세 번에 걸쳐 배송이 되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고객 의 답변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배송기사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배달되지 않은 일부 상품은 수령을 포기하고 있는데  다음날 집을 나서기 직전 택배가 도착했다. 보통 그 운송회사는 늦게나 배달 오는 곳이었다. 백팔배로 시간을 선물 받은 거다.


"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거듭 참회하고 발원하옵니다. 저의 어두운 마음에 보리의 종자 심어져 참된 불성이 나타날 수 있도록 자비심으로 거두어주소서. 시방삼세 제불 보살님과 역대 선지식들께 진심으로 바라오니. 저의 참된 발원이 물러나지 않도록 지켜주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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